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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가 공공기관의 여성 채용 전형에서 용모 규정을 삭제하겠다고 발표했다. ‘외모 지상주의적 채용 관행’에 제동을 걸겠다는 것이다. 늦어도 한참 늦은 대책인 듯 싶지만, 일단 박수는 쳐주고 볼 일이다.


그런데 과연 실효성이 있겠냐는 의문이 꼬리를 문다. 이미 ‘외모 지상주의’는 명문화된 규정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에게 내재화되어 있으며, ‘미모’는 자원이자 경쟁력이라는 차원을 넘어 이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요소’가 됐다.영화 <미녀는 괴로워>와 동아TV <도전! 신데렐라> 속 주인공들도 ‘살기 위해’ 미인의 길을 선택했다. 뚱뚱한 몸으로는, 비뚤어진 턱으로는, 여드름 흔적 투성이인 피부로는, 살아도 사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영화 <미녀는 괴로워> 포스터

<미녀는 괴로워>의 여주인공 강한나(김아중 분)는 169cm, 95kg의 ‘거구’다. 춤을 추다가 무대를 무너뜨리는 일도 있지만, 일상생활에 이렇다 할 불편은 없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한나는 ‘불편한’ 존재다. 그래서 얼굴 없는 가수가 돼야 했고, 사랑하는 남자로부터 이용만 당했다.

 

한나는 자살을 시도하려다가 최후의 수단으로 성형외과를 찾는다. 그리고 의사에게 전신성형을 주문하면서 “이것은 생명을 구하는 일”이라고 읍소한다. 결국 ‘공짜’ 수술의 기회를 얻은 한나는 완벽한 ‘S라인’의 미녀 ‘제니’로 변신, 아니 재탄생한다.


<도전! 신데렐라>의 참가자들도 한나와 비슷한 고민을 갖고 있다. 튀어나온 치아와 입 때문에 늘 “화났냐?”는 소리를 들어야 하고, 사각턱 때문에 스튜어디스에 도전할 기회조차 박탈당해야 했다. 우울하고 비참했다.

 

그래서 신데렐라가 되기로 했고 수백, 수천대 1의 경쟁을 뚫고 ‘180도 변신’의 기회를 잡았다. 물론, 모든 것은 ‘공짜’다. 성형외과, 치과, 피부과 등 모든 분야의 전문의들이 마법사로 동원된다. 그들은 신데렐라의 고민을 해결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머리서부터 발끝까지 완벽한 변신을 위해 수차례의 시술을 거듭한다.

 

미녀가 된 제니는 이제 자동차 접촉 사고를 내고도 머리를 한번 쓸어올리는 것만으로 난처한 상황을 모면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다. 그리고 ‘얼굴도 예쁜데 노래까지 잘 하는’ 신인 가수가 되어 무대에 오른다. 신데렐라들은 눈에 띄게 웃음이 많아졌으며 노출에도 자신감이 생겼다.

 

 

 

 

 

 

 

 

 

▲<도전! 신데렐라> ⓒ동아TV

이런 변신을 목격하는 관객과 시청자들이 갖게 되는 감정은, 대리만족 혹은 부러움이다. 이미 성형은 화장만큼 간단하고 치아 교정만큼 일반적인 것이 됐다. 얼마 전 한 오락 프로그램에서 말한 것처럼 “요즘 한군데 손 본 것은 성형도 아닌” 세상이다. 전신성형이라면 부담은 돼도 공짜로 해준다는데, 마다할 명분이 없다. 자연스럽기만 하다면 ‘인조인간’이라는 힐난을 염려할 필요도 없다.


정부는 외모가 차별의 근거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지만, 오늘도 미디어와 도처에 널린 성형외과들은 ‘S라인’이야말로 현대 여성들이 가져야할 최고의 덕목이며, ‘예쁜 몸매=착한 몸매’라는 등식을 설파하고 있다.

 

이런 엇박자 속에서 선택사항은 많지 않다. 외모가 중요하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야 하는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분쇄하거나, 모든 외적 규제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 돈이 조금 있다면, 의술의 힘을 빌려 ‘나도’ 예뻐지거나 멋있어지면 된다.

 

하지만 영화에서 자신의 성형 사실을 고백하며 눈물 흘린 제니를 팬들이 위로한 것처럼 이 사회도 “괜찮아”라고 말해 줄지는 모를 일이다. 못 생겨도 괜찮을까? 성형미인이어도, 과연, 괜찮을까?   

 

김고은 기자 nowa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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