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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의 계절이다. 신년 들어 대권주자들의 행보는 바빠졌고, 실현가능성 낮은 선심성 공약들이 벌써부터 나돌고 있다. ‘상대를 밟아야 내가 올라간다’는 권력 게임의 원칙은 검증을 가장한 ‘흠집 내기’로 충실히 이행되고 있는 중이다.

 

드라마 속의 권력 게임

 

 눈을 돌려 TV를 보자. 드라마 역시 권력 게임에 몰두하고 있다. KBS <대조영>(연출 김종선), MBC <주몽>(연출 이주환), SBS <연개소문>(연출 이종한) 등의 주인공들은 각각 발해와 고구려 건국, 북벌이라는 ‘대의’를 위해 치열한 세력 다툼을 벌이고 있다.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MBC <하얀거탑>(연출 안판석)도 권력을 향한 인간의 욕망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작품. <하얀거탑>은 병원을 배경으로 한 ‘메디컬 드라마’이지만, 외형만 그러할 뿐, 의료계를 무대로 한 ‘정치 드라마’라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외과과장’이라는 자리만 바꿔놓고 본다면 권력과 출세를 위한 주인공들의 대립과 갈등은 우리 사회 어느 조직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권으로 대표되는 권력 게임의 추한 단면은 <하얀거탑>을 통해 비유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현대 정치 은유한 사극 선보여

 

 이렇게 권력 암투를 그린 드라마나 정치 드라마들이 쏟아지는 현상이 대선이라는 시점과 묘하게 일치해 눈길을 끈다. MBC 드라마국의 한 PD는 “준비 중인 정치 드라마도 없고, 있다 해도 (대선 때문에) 민감해서 일부러 피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기가 시기인 탓에,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격으로 ‘정치 드라마’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작품들이 속속 등장한다. 기획의도만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작품은 7월경 방송될 KBS 8부작 드라마 <한성별곡>(연출 곽정환). <한성별곡>은 백성을 위한 개혁을 실현하고자 하는 왕과 왕의 최측근 세력, 그리고 왕의 개혁으로 인해 지위를 위협받는 기득권 세력들 간의 갈등과 암살 계획 등을 그릴 예정이다.

 

 특정 시대를 규정하지 않을 계획이지만 정조시대라는 것이 암시될 것으로 보인다. ‘천도’라는, 한동안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소재도 등장할 예정이다.  MBC 대하사극 <이산-정조대왕>(연출 이병훈)도 조선왕조의 르네상스를 이루었던 성군 정조대왕의 일대기를 그린다.


 3년 전,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노무현 대통령과 비슷하다”고 평가해 화제의 중심이 됐던 정조. 이를 계기로 노무현 대통령과 비교됐던 정조에 대해 두 작품이 어떤 평가를 내릴지 주목된다.

 

 또 정조와 그 주변 세력을 어떻게 묘사하고 평가하는가에 따라 대선이라는 미묘한 시점과 맞물려 정치권 안팎에서 적잖은 화제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KBS가 연말경 선보일 <대왕세종>은 조선 제일의 정치지도자로서의 세종을 조망한다. 이같이 세종대왕과 정조 등 조선 최대의 성군을 그린 작품들은 대선을 앞두고 ‘올바른 지도자상’에 대한 화두를 던질 전망이다.  특히 사극이 현대 정치 상황을 은유한다는 점에서 이들 작품은 어느 때보다 높은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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