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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일 칼럼

왁자지껄 다투어 피어나는 봄꽃들처럼 … l승인1997.03.0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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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시절은 어느덧 봄이다. 우수 경칩이 지나면 얼었던 땅도 풀리고 완연한 봄날씨를 보이던 예년에 비하면, 유난히 깐깐하게 버티는 겨울의 끝자락 바람이 이른 아침이면 사람들의 목덜미를 썰렁하게 하곤 하지만, 그래도 봄은 봄이다. 팍팍한 도시살이에 아지랭이 구경은 하기 힘들지라도, 한낮이면 여지없이 푹해지는 날씨가 봄기운을 누구에게나 느끼게 하는 것이다. 강원도 어디쯤엔 겨우내 외양간에서 뒹굴던 암소를 끌고 나와 밭갈이를 시도하는 부지런한 농부도 있을 터이고, 새학기를 맞은 아이들로 초등학교 교실은 다시 시끌벅적해졌을 터이다.언제부터인가 계절 가운데 봄이 좋다. 그것이 바로 나이 든 증거라는 말도 있지만, 그럼에도 낙엽 떨구고 갈수록 무채색으로 변해 가는 가을의 쓸쓸함보다는, 터져나오는 새싹과 꽃망울의 빛깔로 흑백의 밑그림에 파스텔화를 그려내는 봄의 생기가 좋다. 우리를 우울하게 하는 일들이 유난히도 많았던 지난 겨울을 어서 떨쳐버리고 싶은 심정이, 아마도 새삼스럽게 봄을 그리워하게 하는 지도 모르겠다.pd상 시상식이 있었다. 상을 받는 회원들의 기분도 좋았겠지만 상을 주는 사람의 기분은 더 좋은 것이었다. 시간에 쫓겨 충분히 감상할 시간은 없었으나, 수십 편의 작품들을 심사하면서 느낀 것은 우리의 프로듀서들이 참으로 많은 작품들을 열심히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작품들은 시상부문과 심사기준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하게 할 정도로 각기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 작품들을 보면서, pd들의 일이란 세상의 다양함을 드러내는 것이며, pd들은 쉽게 남들을 닮기보다는 어렵게 개성을 찾고자하는 자유정신의 소유자들이라는 생각을 다시금 해 보았다.생물학적으로도 그러하거니와 인류학적으로도 문화의 다양성이야말로 거시적인 인류의 문명을 지속시키는 힘의 원천이라 했다. 따라서, 자연의 아름다움과 인간세상의 온갖 모습을 찾아 드러내는 프로그램들은 세상을 건강하게 유지시키는 하나의 힘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pd들이 잘만 하면 어지럽고 지저분한 이 세상을 바꾸는 힘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여기저기 왁자지껄 피어나는 갖가지 새싹과 봄꽃으로 세상이 일시에 활기를 되찾듯이, 세상의 모든 일들이 프로그램을 통해 프로듀서의 눈으로 재배치되면서, 인생은 오묘한 것이고 세상은 아직 열심히 살아볼 만한 것이라는 결론에 모두들 도달할 수 있다면, 지리했던 이번 겨울을 떨치고 일어서는 것이 한결 쉬워지지 않을까 말이다.누군가의 말처럼 봄은 언제나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 먼저 온다. 이 봄에 겨울보다 더한 고난의 세월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라도, 일단은 생명의 계절이 왔음을 기꺼워하자. 그리고 이 봄처럼 당당하게 우리의 일을 밀고 나가자. 그리하여, 황룡사를 눈앞에 복원해내고 왕도의 비밀을 찾아내듯이 세상에 잊혀진 귀중한 것들을 되살려내고, 그린랜드에서 에스키모와 함께 지냈듯이 우리의 모든 이웃과 언제나 함께하며, 통일가요제가 드디어는 군사분계선이 지워진 자리 위에서 민족의 대합창으로 울려퍼지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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