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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일본 왕의 패배를 인정하는 떨리는 목소리도, 1949년 신중국 성립을 선언하는 마오저뚱의 벅찬 감정도 모두 라디오를 통해 전달됐다. 라디오는 그 시대 미디어의 초점이었다. TV의 등장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라디오는 뒷자리로 물러났고, 인터넷 등 기타 매체의 출연으로 찬밥 신세가 무엇인지를 뼈저리게 느껴야만 했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중국에서는 도시별 라디오가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실제로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3위의 광고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에서 2005년 대비 24%라는 맹렬한 속도로 성장률 1위를 차지한 미디어는 라디오다. 이러한 변화를 뒷받침하는 것은 중국의 승용차 급증세이다. 베이징 등 대형도시의 자동차 등록대수는 이미 서울을 앞질러, 300만대 달성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동차에 탑승한 이동인구가 가장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라디오가 부상하게 된 것이다. 이제 중국에서 연간 광고 수주액이 한화 120억 원(이하 한화 기준)을 넘어서는 도시 라디오 방송국은 모두 12개로 늘어났다. 그 중에서도 가장 핵심에 있는 방송사는 바로 베이징 라디오의 교통 채널이다.
베이징 교통채널은 지난 한 해, 광고 매출액이 한화 360억원을 넘어서면서, 베이징 라디오 전체 7개 채널 전체 규모의 절반을 차지했다. 전체 약 100명이 근무하고 있으니, 1인당 3.6억원의 광고 매출을 올린 셈이다.


이들은 운전자들을 통신원으로 대거 활용하면서, 거리 소통 상황에 대한 꼼꼼하고도 신속한 정보를 제공했고, 새롭게 등장한 자가용 족들을 위해 유용한 뉴스거리를 알리면서, 청취자들에게 빠르게 다가갔다.


이들은 단순한 방송 사업에서 확장해 새로운 돈벌이에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노련한 택시 운전자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골목지도를 출판 판매하기도 했고, 지난해 11월에는 중고차 경매회까지 열어 성황을 이루기도 했다. 최근에는 여행사와 제휴해 차량을 이용한 레저 산업에도 시선을 돌리고 있다.


지금까지 베이징 교통채널이 수주한 광고 매출액이 이미 300억원을 돌파하면서, 신기록 갱신과 미디어 성장률 1위를 향해 매진하고 있다. 베이징 라디오는 2008년 올림픽을 겨냥해 DMB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상하이, 난징 등의 도시 방송국들도 베이징 라디오의 경험을 바탕으로 수익 창출의 성과를 빚어내고 있다. 더 이상의 찬밥 신세는 없다는 각오다. 이제 중국의 라디오는 당당히 부활을 선언한 것이다.


베이징 = 이재민 통신원 / 북경 ‘나투렌 컨설팅&번역’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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