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광고 시장개방은 공공성 파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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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

 

방송광고시장을 개방해야 한다는 소리가 요란하다. 미국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을 통해 시장개방을 압박하고 있다. 여기에 맞춰 노무현 정부가 시장개방을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 또 방송광고 경쟁체제 도입을 위한 법안이 두 건이나 국회에 상정되어 있다.


문제는 그들이 내세운 산업논리-시장논리가 방송의 공익성-공공성을 파괴하고 매체간의 균형발전을 와해시킨다는 점이다.


지난 1월 18일 재정경제부에서 열린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시장개방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했다. 재정경제부의 의뢰를 받아 KDI(한국개발연구원)가 작성하여 이날 논의한 ‘전략적 서비스산업의 중장기 발전방안’은 경쟁체제 도입을 역설하고 있다. 경제부처가 주도한 이날 회의에는 방송광고정책 주무부처인 문화관광부는 참석했지만 방송정책을 맡은 방송위원회는 참석이 배제됐다.


시장개방에 대해서는 방송계, 학계, 시민사회에서 10년 이상 논의하고 고민해 왔다. 그런데 방송을 모르는 세력이 시장논리-산업논리를 내세워 방송의 미래를 결정하려고 달려들고 있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여론수렴-의견청취라는 최소한의 민주적 절차마저 생략한 채 말이다. 독단적인 정책결정에 따라 파생할 후유증-부작용이 우심하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시장개방의 문제점은 신문시장이 말한다. 신문시장의 붕괴원인은 광고시장에 있다. 광고수주의 첫째 조건은 유통부수다. 부수확장을 위해 경품이나 현금을 뿌리고 그것도 모자라 신문을 공짜로 준다. 결국 자금력이 부족한 신문사들은 시장에서 퇴출되어 중소신문사로 전락하고 말았다. 3사 중심의 독과점체제가 구축되고 그것은 여론독과점의 폐해로 이어진다.


시장지배는 필연적으로 권력을 수반한다. 언론이란 특수성으로 인해 거대신문의 권력화는 막강한 정치력을 발휘한다. 시장독과점으로 인한 여론다양성의 파괴는 건전한 여론형성에 악영향을 미친다.


반면에 보도-논평에 대한 광고주의 통제력은 막강해진다. 신문이 대통령을 비판하는 데는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재벌, 특히 총수에 대해서는 어떤 쓴 소리도 못내는 것은 그 까닭이다. 경제체제의 왜곡도 상당한 원인이 여기에 있다.


방송광고 시장개방은 시청률경쟁 격화를 의미한다. 시청률을 올려야 광고단가가 올라가고 광고수주도 늘어난다. 시청자의 눈과 귀를 잡으려면 선정성 경쟁으로 치닫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 재산인 전파에는 선정성-오락성만 넘쳐나고 공공성-공익성은 소멸된다. 상업주의가 장악한 방송시장에는 지상파 3사 중심의 독과점체제가 구축된다. 이 경우 신문에서 보듯이 광고주가 방송의 보도-논평을 완전히 통제하는 사태가 일어난다.


경제체제도 광고주인 거대자본-외국자본 중심으로 재편된다. 빈부격차는 더욱 심화된다. 소외계층의 소리는 사라지고 경제적-사회적 우월자의 소리만 득세하면서 계층간의 갈등은 더욱 증폭된다. 지역방송은 고사위기에 처하고 지역간 발전격차는 더 벌어진다. 종교방송 역시 같은 운명에 처한다. 여론다양성-문화다원성은 실종되고 종국에는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사태로까지 발전한다.


시장만능을 미신처럼 신봉하는 세력이 지금 방송의 공익성-공공성을 파괴하려고 광분하고 있다. 방송인들이 나서 방송의 소중한 가치를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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