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녹취록 파문으로 정치적 중립성을 상실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강동순 방송위원회 상임위원이 9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사퇴 여부를 생각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강 위원은“이런 문제를 놓고 공적인 책임을 지라고 하는 것은 나 하나 그만두는 문제가 아니”라며 쉽게 사퇴하지 않을 것임을 내비쳤다.
“사적 모임에서 한 발언…나도 피해자”
강 위원은 이날 인터뷰 내내 사적 모임에서 한 발언이며, ‘불법 녹취’라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매우 사적인 사리에서 한 얘기가 불법 녹취돼서 사생활보호라는 기본권이 침해됐다”며 “나도 피해자”라고 말했다. 그는 또 녹취록 파문에 대해 “공포분위기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강동순 방송위원 |
강 위원은 “문제가 된 내용은 구체적인 행동의 결과로 나온 범죄 행위가 아니고 사람의 생각”이라며 “사람의 생각을 가지고 단죄하는 것은 아주 위험한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방송위원들의 정치적 중립성, 독립성에 대해 강 위원은 “개별적으로 지켜야 한다”면서도 “그것은 공적 생활에서의 문제지 사적 생활은 누구나 생각을 다 가지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이라며 ‘사적 영역’임을 끝내 강조했다.
“방송계 전반에 친정부 성격 강해”
강 위원은 “전반적으로 방송계 전반에 친정부적인 성격이 강하다”고 주장했다. 녹취록에서 ‘노조 장악’ 주장을 펴기도 했던 그는 “노조라도 이것(친정부 성향)을 견제해야지 균형을 맞출 수 있고, 과거 김대업 사건이나 탄핵방송과 같은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진행자가 “그 또한 정치적으로 방송에 어떤 영향을 끼치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지 않냐”고 묻자 강 위원은 “그렇게 볼 수도 있다”고 시인했다. 강 위원은 또 최문순 MBC 사장이 노조위원장 출신이라는 예를 들며 “방송 노조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남 비하한 적 없다”
강 위원은 녹취록에서 드러난 박정희 전 대통령을 다룬 드라마 제작 계획에 대해 “공과를 똑같이 다뤄서 하나의 역사 기록으로 남기자는 입장이지 선거에 이용하기 위해 아이디어 차원에서 얘기했던 것은 전혀 아니”라고 설명했다.
호남 비하 발언 파문에 대해서도 강 위원은 “호남 비하 발언을 한 적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호남의 여론이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의해 쉽게 흔들리는 것은 곤란하다는 취지로 표현한 것”이라고 변명했다.
진행자가 호남 비하 발언과 방송계 관련 발언에 대해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명할 의사가 있는지를 묻자, “내 생각을 바꿀 수는 없다”며 “거친 표현에 대해서는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정청래 의원, “불법 녹취 아니다”
강동순 위원에 이어 정청래 열린우리당 의원도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인터뷰를 갖고 “불법 녹취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통신보호법을 보면 제3자가 녹취해 공개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같은 자리에 있었던 녹취 당사자는 제 3자가 아니”라며 “내부 분열 및 내부 이권 싸움 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문제”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당시 모임에 대해 “방송테러 예비 음모 모임”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공정방송, 방송에 대한 중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심각한 훼손”이라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특히 지난해 김명철 조미평화센터 소장을 인터뷰한 프로그램이 방송위에서 논란이 된 것을 두고 “예비 음모로 그친 것이 아니라 실행에 옮겨진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는 당시 강 위원이 시청자불만처리위원장으로 있으면서 특정인에게 부탁해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민원을 접수 받은 뒤 논란을 부추겼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대통령배 축구경기를 하는데 강동순 위원은 방송분야에서 심판을 맡은 격”이라며 “상대편 수석 코치라고 할 수 있는 유승민 의원에게 ‘우리는 한 팀’이라며 코치를 해주고, 밤에 사적인 자리에서 한 얘기니까 아무 문제없다, 낮에는 공정하게 심판을 보겠다고 하면 누가 믿겠냐”고 비판했다.
김고은 기자 nowar@pdjourn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