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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준 (KBS PD)

 

공중파 방송 3사에 단막극이 사라지고 있다. SBS 단막극 오픈드라마 남과 여는 사라진지 오래고, MBC도 갖은 변명 속에서 단막극을 없앤 상태다. 그나마 KBS만 드라마시티로 명맥을 유지하곤 있지만, 편성의 실험대상이자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지 오래다. 왜 그럴까. 답은 자명하다. 상업성이 없기 때문이다. 만들고 나서 돈이 남아야 하는데 남지 않기 때문이다. 상업방송이 제일 먼저 단막극을 없앤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럼에도 단막극은 존재해야 하는가?

 

단막극을 통해 신인 배우, 신인 작가, 신인 감독이 배출된다. 단막극에서 단련되고 검증된 배우, 작가, 감독들이 더 큰 프로젝트에 도전하게 된다. 지금은 너무도 유명해진 배우, 작가, 감독들 - 그 모든 사람들은 단막극부터 시작했다. 배우는 배우대로, 작가는 작가대로, 또 감독은 감독대로 단막극의 자양분을 통해서 발전하고 성장하는 것이다. 단편영화나 독립영화 속에서 훌륭한 영화작가, 감독이 발굴되듯이, 단막극 속에서 빼어난 드라마 제작자원들이 출현한다. 한류(韓流)의 근원적인 저력도 한편 한편의 단막극들에서 나온 게 아닐까 필자는 생각한다.

 

단막극은 소재나 주제 면에서 다양성과 실험성이 돋보이고, 고도로 상업화된 드라마 장르와는 차별화된 신선한 발상과 상상력의 보고(寶庫)이다. 그래서 좋은 단막극의 소재나 주제, 내러티브(이야기)가 미니시리즈로 확장되고 영화로 재탄생하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단막극의 실험과 새로움이 시리즈 드라마나 영화의 자양분이 되고 모태가 된 경우다. 이처럼 단막극은 그 자체로 재미와 감동을 주면서도, 보다 상업화된 장르의 씨알이 되기도 한다.

 

이 지점에서 고민이 생기게 된다. 이같은 단막극의 장점과 위상에도 불구하고, 만들수록 손해만 본다면 방송사 입장에서는 만들 매력이 사라진다. 없애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이같은 결정은 단막 그 자체의 손익의 문제로만 단막극을 바라보는 근시안적인 관점 때문이 아닐까. 단막극이 드라마 전체 시장에서 제작자원(배우, 작가, 감독 등)의 훈련과 발굴에 큰 몫을 하고, 소재나 내러티브의 확장에 기여하는 장점들에 대해선 애써 눈을 감은 건 아닐까.

 

두 가지 제안을 해본다.

우선 방송사 경영진들에게 제안컨대, 단막극에 대해서 R&D의 개념, 투자의 관점을 가져주길 바란다. 단막 그 자체의 상업적 손익에만 연연해 하지 말고 더 크게 보고, 앞서 언급한 단막극의 공적 가치에도 신경을 써 달라는 것이다.

방송위원회나 문화관광부, 국회 문화관광위원회도 이런 문제에 눈을 감아서는 안 된다. 방송발전기금 등 방송 발전을 위해 조성된 공적 기금 중 일부를 단막극에 지원해야 한다. 단막극을 제작하는 만큼 제작비 일부를 비례해서 지원하는 매칭펀드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해 봐야 한다. 방송사도 줄곧 손해만 보면서 단막극을 만들어 내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공적 기금을 공적 가치가 있는 콘텐츠 제작에 지원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한류의 지속적인 발전도 기초를 탄탄하게 다지고 지원하는 데서 비롯됨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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