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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PBS의 살아남기
배인수-전 EBS PD / 미국 유학중
fullshot@hanmail.net

|contsmark0|시간도 빠듯하고, 또 별로 보고 싶지도 않아서 고국 소식을 잘 들여다보지 않고 지냅니다. 하지만 가끔씩 인터넷에 들어가 고국 신문의 기사 검색을 할 때마다 제 검색 키워드는 언제나 교육방송입니다. 비록 그만두기는 했지만 교육방송은 아직 제겐 특별한 존재입니다. 미국에는 잘 아시는 것처럼 pbs가 있습니다. 물론 교육방송과는 이름부터 다르고 시스템도 달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도 있겠지만 전체 방송구도 속에 독특한 방송이라는 점은 비슷합니다. 또 방송내용도 상당히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곳 사람들에게도 pbs하면 왠지 따분한 방송, 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볼만한 방송이라는 생각이 대체적으로 깔려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세상에 잘 들여다본다는 일이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요. 더구나 내용조차 어려울 때가 많아 저 같은 영어 한정치산자는 쉽게 들여다보게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출신이 출신인지라 때로는 이를 악물고 pbs를 보고 있으면 다음 세가지 말이 저절로 외워집니다. “pbs, 당신에게 영향을 주는 방송”, “pbs가 아니면 누가 이 일을 할 것인가”, “pbs는 다음의 어떤어떤 기업의 후원과 시청자의 도움으로 운영됩니다. 바로 당신과 같은!”마치 조선시대 선비를 보는 것 같이 pbs의 자부심은 대단해 보입니다. 그 자부심을 ‘빽’ 삼아 pbs는 시청자의 도움을 당당하게 요청합니다. 지금 텍사스에 오셔서 pbs 채널 13번(운명의 번호인 모양입니다)을 틀면 두 번 중 한 번은 시청자 회원을 모집하는 광고를 보시게 됩니다. 이즈음이 아마도 캠페인 기간인 듯 싶은데 제 눈에는 해도 너무한다 싶게 방송을 합니다. 120불, 60불, 35불짜리로 나누어진 pbs 연간회원이 되어달라는 권유가 조금 과장해 전체 방송시간의 절반 가까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 엄청난 물량공세가 지금 보름이 넘게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비지스의 라스베가스 공연실황중계(상당히 매력적인 유인책으로 생각됨)를 하다가 노래 두 곡쯤 끝나면 스튜디오로 카메라가 넘어갑니다. 몇십 명쯤 되는 전화 받는 사람들을 배경으로 음악프로 진행하는 사람이 나와서 회원가입 권유를 시작합니다. 그 권유에 넘어가 당장 전화를 하면 120불짜리 회원가입은 비지스 cd 4장짜리 한 세트가 선물로 주어집니다. 뒤에서는 물론 신나게 전화들을 받고 있습니다.‘오늘 회원 가입 목표는 얼마다. pbs를 돕는 일은 좋은 사회를 만드는 것과 같다. 여러분이 돕지 않으면 이 지역 pbs는 망한다. 빨리 전화해라.’ 뭐 이런 소리들을 한없이, 정말 한없이 해댑니다. 자연다큐멘터리를 방송하면서는 그 프로그램 비디오가 선물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회원이 되는지 그 돈이 전체 예산의 얼마를 차지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거의 대부분 목표를 넘겼다고 좋아하는 장면이 방송되는 것으로 보아서 적지않은 돈이 모이는 듯 싶습니다. 미국의 한 방송이 살아남는 방법을 목도하며 방송이 무엇으로 살아야하는가가 새삼 저를 혼돈속으로 내몹니다. 그러면서 1년 내내 보릿 고개 넘는 것 같은 대한민국 교육방송 생각에 고국쪽 하늘을 보며 한숨 짓습니다. 그러다가 마침 방송법 소식까지 듣고 말았습니다. 오늘은 정말 우울한 날입니다.|contsmar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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