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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훈 SBS PD

터보프롭 비행기의 요란스런 소음이 1시간 30분째 계속되고 있다. 인도 최대의 IT 중심도시인 방갈로르에 이은 다음 행선지는 마두라이. 타밀나두주 제2의 도시다. 도심 한 가운데 인도 최대 크기를 자랑하는 미낙시 사원이 있는 곳으로 인도로 출장가기 전 마두라이란 도시에 대해 찾아본 건 이게 다였다.

 

마두라이에서 내가 취재해야 할 것은 어느 안과병원의 진료시스템(내용이 뭔지는 나중에 방송에서 확인해 주시길^^).  조금 딱딱해질 수 있는 내용을 어떻게 취재하면 좋을지 고민도 하기 전에 비행기는 마두라이의 작은 공항에 내렸다.

 
 
▲안과병원에서 진료를 기다리고 있는 인도 사람들.

 
이튿날 아침 내가 찾은 안과병원 앞은 첫 눈에도 평생 가난을 안고 살아온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병원 입구에 줄지어 앉아 접수차례를 기다리는 그들은 바로 이 안과병원에서 운영하는 무료 병원에 온 사람들이었다. 병원 1층은 마치 시장 한 가운데 같았다. 시력검사를 하는 간호사들, 은행 창구처럼 일렬로 된 진료대에 앉아 땀을 뻘뻘 흘리며 쉴새없이 환자를 보는 의사들. 

 

이곳에 오는 환자들은 그가 부자건 가난한 사람이건 가리지 않고 모두 무료로 치료해 준다. 수술도 입원도... 바로 옆에 있는 유료 병원에서 얻어지는 수익으로 운영한다고 하는데 30 %의 유료 환자들이 70 %의 가난한 환자들을 위해 돈을 지불하는 셈이다. 게다가 은퇴한 의사, 과학자들을 모아 인공수정체까지 개발하여 미국에서는 수술비용이 1650달러에 달하는 백내장수술을 단 돈 10달러에 해준다고 한다. 내가 필요한 자료 말고는 이 병원에 대한 사전조사를 전혀 하지 않은 게으름 덕분에 갑작스럽게 맞이한 광경이었다. 낡은 선풍기만 몇 대 돌아가는 병원은 의사와 환자들이 뿜어내는 열기로 가득했다. 그리고 그 땀냄새 가득한 열기는... 상쾌했다.

 

 

 

 

 

 

 

 

 

 

 

 

        ▲가난한 환자들을 위해 진료하는 인도의사들.

무엇보다도 경이로운 것은 의사들이었다. 인도에서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의사란 직업을 가졌는데도 그들은 이곳에서 가난한 환자들을 위해 땀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 왜일까? 사명감? 도덕? 그런데 그들의 대답은... 일단 왜 이런 일을 하냐는 내 질문을 이해못하는 것 같았다. “그냥 나의 일이니까....” 자신이 하는 일에 “왜”를 생각해 보지 않았던 것 같다. 이 곳에 있는 누구에게도 속시원한 답을 얻지는 못했지만 그들이 흘리는 땀이 모든 걸 설명해 주는 듯 했다.


가난한 이들를 위한 무료병원을 운영하면서도 거대한 병원 네트워크을 갖추고 2003년 외래환자만 140여만명이 찾을 정도로 성공한 이 병원의 시스템과 그것을 가능하게 한 헌신적인 간호사와 의사들... 이것은 이윤을 많이 내는 것만이 성공한 비즈니스라고 여기거나 절대적으로 옳지만 경제적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이상을 포기하는 우리들에게 많은 걸 시사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노력이, 개인과 단체의 노력이 가난과 질병이라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여전히 인도의 거리엔 단 돈 몇 루피를 구걸하는 사람들로 가득하고 빈곤선 이하의 인구가 25%를 차지한다.

다른 방법은 없을까?

개인의 결단과 자비에 맡겨두는 것 외에는 다른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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