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월드와이드]의회의 문을 연 시민 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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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들의 활발한 참여와 새로운 기술이 결합해 기존의 주류 언론들과는 다른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의회의 투명성 제고를 목표로 하는 선라이트 재단(Sunlight Foundation)의 활동이다. 미국의 뉴미디어 전문가 마크 글레이저(Mark Glaser)가 엘렌 밀러(Ellen Miller) 재단 사무국장을 만나 이 재단의 활동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미디어시프트(Mediashift) 홈페이지 2007년 4월 4일에 실린 기사를 소개한다.

 

창립 15개월밖에 안 돼


주요 언론기관들의 인력 감축에 대해 이야기할 때 많은 사람들이 주요 언론들이 정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민주주의가 얼마나 위태로워지는지에 대해 말한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시민들이 꼭 언론에 의해서가 아니더라도 정부를 이해할 수 있고 이해해야 한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독립적인 시민행동을 통해 정부를 이해할 수 있게 된 좋은 예가 있다. 기술을 통한 행동으로 의회의 투명성을 제고한다는 목표 아래 15개월 전 창립된 선라이트 재단이다. 선라이트 재단은 시민들이 의회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민주·공화 양당 지지자 모두에게 의회 개혁을 위한 폭넓은 블로그 활동을 하게 만들었다. 선라이트 재단의 지원금과 사업을 통해 일반 시민들은 변화를 위한 기회와 수단을 제공받고 있다.


이제까지 선라이트 재단이 펼친 사업들과 주요 성과들은 다음과 같다.
△ ‘익스포징 이어마크(Exposing Earmarks)’ 법안에 따른 자금사용 감시 캠페인을 통해 보수·진보 양 진영의 블로거들로 하여금 지난해 가을 노동법의 자금사용 용도를 추적하게 함으로써 결국 코번-오바마법(Coburn-Obama bill)을 이끌어냈다. 코번-오바마법은 의회에서 입안된 모든 법안의 자금사용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일반대중의 온라인 접근을 허용하도록 하고 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지난해 9월 26일 이 법안에 서명했다.


△ ‘의회에 대한 시민들의 백과사전’이라 할 수 있는 ‘콩그리스피디아(Congresspedia)’를 창설했다. 콩그리스피디아는 의회에 대한 문제와 관련, 누구라도 자신의 의견을 써내고 편집할 수 있는데 유급 편집진이 편집 과정을 감독하고 시민 편집인들 간의 분쟁을 조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키피디아와는 차이를 보인다.


△ 시민기자들로 하여금 의원들이 자신들의 배우자를 유급직원으로 등록시키는 것을 감시하게 했다. 그 결과 2005년 1월 이후 모두 19명의 의원들이 배우자에게 63만 9876달러를 지급한 사실을 밝혀냈다.


△ 의회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의회 개방 사업(Open House Project)’이란 초당적 프로젝트를 만들어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지지하고 있는 이 사업은 곧 첫 보고서를 펴낼 예정이다.
이러한 사업들 외에도 선라이트 재단은 의회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많은 다른 비영리사업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예컨대 프로와 아마추어 모두가 참여하는 저널리즘 사이트 ‘뉴어사인먼트닷넷(New Assignment.net)’이나 시티즌 미디어센터의 정치적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DC 이그재미너(DC Examiner)의 사설면 편집인이자 보수 성향의 블로거인 마크 탭스코트는 “연방정부의 디지털화를 이끌어 투명성과 연방정부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데 있어 선라이트 재단보다 더 많은 일을 한 곳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선라이트 재단은 투명성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으며 이것이 결국 정치에서의 예의바름과 공통된 목표를 회복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정치관련 정보에 자유로운 접근 위해


인스타펀딧 블로그 운영자이자 ‘포크버스터’의 공동창립자로 선라이트 재단의 익스포징 이어마크스 일을 돕고 있는 글렌 레이널즈 역시 탭스코트 못지않게 선라이트 재단이 이념적으로 갈라진 두 진영을 연결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 대해 열렬하게 칭송하고 있다. 레이널즈는 “일부 예외적인 것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오늘날 좌우익 블로거들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나는 현실정치에서 좌우 이념을 모두 넘나들고 당의 노선에 구애받지 않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일반 블로거들보다 더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의 중요성을 정말로 잘 알고 있는 것이 바로 선라이트 재단이다”라고 말한다.


다음은 필자와 엘렌 밀러 사무국장이 나눈 대화의 주요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밀러 국장은 투명성 제고를 위해 일하는 많은 단체들이 기술적 노하우에 대한 점점 늘어나는 필요성을 충족시키기 위해 선라이트 재단이 어떤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정치와 정보 사이에 새로운 접점이 생겨나고 있으며 인터넷과 같은 새로운 기술을 통해 보다 많은 정보를 시민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인식이 선라이트 재단을 만들게 된 동기이다. 일방통행의 정보 흐름이 아니라 의회 내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투명하게 밝혀 정치인들에 관한 자료에 시민들이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 선라이트 재단을 만든 목적이다.


선라이트 재단은 인터넷과 새로운 기술들을 이용해 시민들이 정보에 접근하고 이를 확산시키는 한편 실제로 시민들이 사용할 수 있는 정보를 만들어내는 일을 하고 있다. 여기에는 매우 다양한 활동들이 뒤섞여 있다. 누군가가 “내 지역구의 후보에게 거액을 기부하려는 사람에게 관심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이 이를 올려놓으면 되는 것이다. 이는 의회에 대한 훌륭한 정보가 될 수 있다.


지난 2005년 9월 마이크 클라인(Mike Klein)을 만나 대화를 나누게 된 것이 선라이트 재단 창립으로 이어졌다. 그는 나와 함께 선라이트 재단을 만들었다. 당시 우리는 ‘의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이고 의회가 국민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갖도록 압박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했다. 탐사보도에 대한 시상을 늘릴 것인가? 내 생각으로는 탐사 보도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고 본다.


의원들이 자신들의 주위에 구축한 효과적인 방화벽을 무너뜨리도록 압박을 가하기 위해서는 정보를 디지털화해 보다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만들고 일반 국민들이 보다 쉽게 접근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기술적 방안을 찾아낼 필요가 있었다. 마이크는 이를 위해 자신이 자금을 내놓을 뜻을 밝혔고 지난해 4월 콩그리스피디아 사업을 발표하게 됐다.

 

웹 2.0의 전파와 기술 조언 모두 무료 제공


우선 ‘선라이트 랩스(Sunlight Labs)’에서 작은 실험을 시작했다. 우리는 많은 주요 데이터베이스들에 자금을 제공하면서 의도했던 곳으로 정보를 확산시킬 수 있는 기술적 조언도 제공하고 있다. 이것은 웹 2.0을 통해 이뤄진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웹 2.0을 사용하는 새로운 방법을 알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몇 명의 전문가들을 파견해 기술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 같은 사업은 지금까지 매우 성공적이고 지원 요청도 늘고 있다.


이에 따라 랩스 기구도 크게 늘어날 것이며 우리는 랩스를 포함한 모든 사업 담당 기구들에 기술책임자(CTO)를 채용할 계획이다. 우리가 벌이는 모든 사업은 기술적 측면을 안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디자인이라든가 이슈 개발, 데이터베이스 문제 등에 있어 우리의 조언을 구하고 있으며 우리는 이러한 요청에 무료로 응하고 있다. 이러한 요구들에 부응하기 위해 우리는 더 많은 기술 전문가들과 데이터베이스 전문가들을 필요로 하고 있다.


조사 업무와 분산 저널리즘(distributed journalism) 업무에 직원을 추가로 배치해 실시간 탐사 블로그를 새로 만들고 있다. 이들이 조사 업무를 담당하고 있지만 본질적으로 탐사보도 기자의 모든 자질을 다 갖출 수 없기 때문에 블로그 활동을 하는 것이다. 자신들이 하고 있는 것을 블로그에 올려 많은 탐사보도 기자들이 보게 하고 만일 누군가가 그것을 보고 탐사보도에 착수한다면 또 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올해 우리는 참여정치재단과 공동으로 ‘오픈콩그리스(OpenCongress.org)’라는 사이트를 출범시켰다. 이 사이트는 매우 잘 운영되며 이미 많은 명성을 얻었다. 우리는 이 사이트를 통해 의회에 계류된 특정 법안들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주요 언론들과 블로그의 내용을 검색할 수 있다. 정책을 연구하는 사람에게는 법안들이 의회에서 어떤 논의를 거치고 있는지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쓰고 있는지를 지켜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당파성 넘어 선거비용 줄이는 게 목표


‘의회개방사업’은 내가 처음으로 리스트서브(특정그룹 전원에게 메시지를 이메일로 자동 전송하는 시스템)를 이용해 해보는 사업으로 사람들은 무언가에 대해 함께 일하지만 결코 함께 만나지 않는다. 이는 의회가 어떻게 운영되는가에 대한 것으로 비교적 손쉽게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사업(low-hanging fruit)이다. 의회가 정보를 디지털화해 투명성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비교적 간단한 일이다. 이 사업은 또 펠로시 하원의장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우리는 현재 100명에게 동시에 이메일을 보내고 있으며 이 가운데 20명은 아주 특별한 참가자들이다. 우리는 또 몇몇 분야에서 충고를 받고 있으며 앞으로 몇 주 내에 그동안의 활동에 대한 보고서를 펴낼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이전에 하지 않았던 일들 가운데 하나는 실제 의회를 상대로 로비를 펴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하루 반나절 동안 일하는 로비스트를 고용하고 있으며 이 로비스트는 의회에서 선라이트 재단을 대표해 일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선라이트 재단은 의회에 제안할 단기적 개혁 목표를 수립하고 이를 온라인을 통해 밝혀야 할 필요가 생겼다. 우리는 이러한 목표들과 관련, 이미 상원에서 어느 정도 진전을 보고 있으며 하원에서도 같은 진전을 보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들 목표들에 대한 보고가 보다 제때 이뤄지고 있으며 법안의 자금 사용이나 수정 등을 보다 잘 알 수 있게 됐다. 우리는 로비스트들을 통해 보다 의미 있는 폭로가 이뤄지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어려움을 겪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 하지만 당분간은 초당적으로 선라이트 재단을 운영할 것이다. 퍼블릭 파이낸싱(선거 출마자 사무실에 유권자들이 소액을 기부해 그 비용으로 선거를 치르게 하는 것) 캠페인에 매달려온 나의 과거도 내가 초당파적이었음을 보여줄 것이다. 사람들은 나에 대해 진보적이라고 믿고 있지만 퍼블릭 파이낸싱은 진보적이냐 보수적이냐하는 시각으로 바라볼 게 아니다. 이는 단지 선거비용 지출을 줄이자는 것일 뿐이다. 정치대응센터(Center for Responsive Politics)는 언제나 초당적이었다. 사람들이 나에 대해 민주당에 더 엄격하다고 말하곤 했는데 이에 대해 나는 좀더 잘 알아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해주곤 했다.


현재 선라이트 재단의 운영 역시 분명히 초당적이다. 이는 클라인 이사장 역시 마찬가지다. 그의 과거에 비춰볼 때 클라인이 정치적으로 큰 기부자는 결코 아니다. 그는 민주당에 기부했지만 공화당에도 역시 기부했다. 공화당 측에서는 우리가 진보적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과거 우리의 기록을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탐사보도도 시민기자가 되살리나?


이제까지 선라이트 재단이 해온 일 가운데 어떤 일도 당파적이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함께 일하는 사람들보다 더 보수적이었던 사람들과 함께 일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법안의 자금사용 추적이나 투명성 문제와 관련해서 우리는 ‘포크버스터’ 소속 사람들이나 이그재미너지의 마크 탭스코트 같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있는데 이들은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신념을 가졌을 뿐 진짜 보수적인 사람들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보수 쪽으로 치우쳤다는 것은 아니며, 나는 과거 그렇지 못했지만, 이들은 진정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갖고 있다.


의회개방사업을 통해 투명성을 높이는 데 제도적 장벽이 있음을 알게 됐다. 또 투명성을 높이는 데 대한 일반적인 저항감도 존재하는 것을 알게 됐다. 예를 들자면 의원들 사이에 “사람들이 자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또 누구를 만나고 다니는지 모두 알게 되는 것을 정말로 바라는가?”와 같은 의구심이 있는 것이다. 또 로비스트 활동에 대한 우리의 개혁 제안은 비교적 온건한 것이다. 로비스트들은 현재 어떤 법안을 위해 로비 활동을 하는지만 보고하면 되는데 이는 충분하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로비스트들이 어느 의원들을 만나는지도 함께 공개되기를 원한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은 이를 원하지 않고 있다. 그들은 그들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선라이트 재단은 투명성에 대한 새로운 문화를 만들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문화는 조금씩 바뀌고 있다.


의회 스스로 개혁하기를 기다리기에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을 모으는 것이다. 아직 많은 사람들이 모인 것은 아니지만 이들은 정말로 많은 일들을 해내고 있다. 자금 사용용도 추적을 통해 코번-오바마법안을 이끌어낸 것이 좋은 예다. 시민들이 압력을 가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투명성의 인식에 대한 문화도 바뀌고 있다. 이미 4명의 의원들이 자신들의 모든 스케줄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탐사보도 블로그 시민기자들의 역할이 늘어나고 있다. 물론 이들이 주류 언론을 대체하지는 못하겠지만 탐사보도의 새로운 강력한 중심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리고 주류 언론의 비중을 떨어뜨리게 될 것이다. 주류 언론에서 쇠퇴하고 있는 탐사보도가 시민기자들을 통해 살아나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편역 : 유세진(뉴시스 국제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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