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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방송 프로그램 제작의 커다란 경향은 사운드 디자인의 강조다. 기획 단계부터 제작 그리고 후반 작업까지 사운드의 중요성은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좌지우지하는 가공할 만한 힘을 발휘하는 미학적 요소로 자리 잡았다.


미국 지상파 네트워크인 ABC, CBS, NBC, Fox 등과 ESPN, HBO, MTV, Golf 등의 케이블 채널 등 미국 시청자들이 즐기는 거의 모든 프로그램은 5.1 서라운드 사운드로 제공되고 있다. 서라운드 사운드 방송은 이제 다채널 경쟁시대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각 채널들의 브랜드 이미지와 엇물린 자존심의 상징이 됐다.


텔레비전 수신기 전방의 세 채널들 (상단 스피커, 스테레오 두 채널), 서라운드 뒤쪽 (왼쪽 + 오른쪽), 그리고 저음 ‘subwoofer’채널로 이루어진 5.1도 모자라 이제는 10.2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현실이다.

 

10.2는 기존의 5.1 시스템에 수신기 전방위에 3개의 채널을 더하고 후방 위쪽에 2개, 그리고 두 번째 ‘subwoofer’를 장착해 거의 완벽하다싶을 정도의 가상 영화관 환경을 구축한다.
이렇게 변화된 시청환경에서 뉴스, 다큐멘터리, 스포츠, 드라마, 게임쇼 등 거의 모든 장르가 서라운드 사운드를 사용하고 있는 현실이다.


전통적으로 미국의 텔레비전의 사운드는 10년전 까지만 해도 일차원적이었고 평면적이었다. 현장 촬영할 때 깨끗하게 녹음을 하고 집에서 시청하는 시청자들에게 잡음 없이 깔끔한 사운드만 제공하면 방송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 적절한 음악 선택과 목소리의 명확한 전달이 이루어지면 방송 수준의 사운드였다.
1990년대부터 급속하게 인기를 끈 홈시어터 시스템의 등장과 영화 DVD시장의 확대는 방송 제작 현장에 지대한 변화를 요구했다. 1990년대 말에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인 ‘브루클린 사우스 (Brooklyn South)’의 프로듀서들은 기획 첫날부터 사운드에 지대한 신경을 썼고 현장음 녹취부터 사운드의 콘셉트 그리고 제작 과정 중 서라운드 사운드 녹음 등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게임쇼 제작에도 서라운드 사운드는 필수 요소다.


“Who Wants to Be a Millionaire?” “Dog eats dog” 그리고 현재 인기 있는 “당신은 초등생 5학년 보다 똑똑한가요?” 등을 보면 서라운드 사운드는 프로그램 성공의 지표가 됐고 또한 각각의 프로그램의 브랜드가 된지 오래다. 전통적으로 다큐멘터리 감독들은 서라운드 사운드 시대 이전부터 사운드 디자인에 지대한 노력을 기울였다.


다른 오락 프로그램이 상품가치를 높이는 데 사운드를 많이 사용한다면 다큐멘터리들은 사운드를 중요한 내러티브의 수단으로 써왔다. 기계적이고 아주 드러나는 용도가 아니라 상징적이고 은유적인 개념을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예술적 도구로 쓰인다.


텔레비전이 1930년대에 등장했을 때도 광고주들의 시장 확장 욕구에 의해 미국의 방송은 시작이 됐고 기술은 있는데 무슨 콘텐츠를 채워야 하나는 고민이 있었다. 즉 기술적 수단과 예술적 목적이 서로 뒤바뀐 결과를 낳았다. 미국 텔레비전의 사운드 역사를 보면 미국정부에서는 1959년 이후로 1970년대 말까지 다섯 번에 걸쳐서 모노 사운드를 스테레오로 발전시키라는 권고를 했었고 방송 업계는 꾸준히 거부했다.


1984년에 이르러서야 다중채널 스테레오 방송을 시작했는데 그 주된 이유가 텔레비전 수상기를 만드는 회사들의 로비 결과였다. 수상기 시장을 더 이상 판매할 수 없는 포화상태의 시장 환경은 항상 새로운 기술을 독려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아주 자본주의적 결과를 가져온다.

 

모노 수신기에서 스테레오 수신기로 이제는 고화질 수신기와 홈시어터 시스템의 텔레비전으로 진화되었다. 할리우드 방송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영화적인 미국방송환경은 시청자들에게도 많은 변화를 초래했다. 텔레비전 수신기가 위치해 있는 가정집 공간은 엔터테인먼트 방을 따로 꾸며야 할 정도로 축소된 영화관 환경을 흉내 낸다.

 

안타까운 것은 방송 현장에 있는 PD들과 작업자들 또한 이러한 급변하는 제작 환경을 따라잡기에 바쁘다는 것이다. 무시되어 왔던 사운드를 잘 활용해서 프로그램의 질을 향상 시키고 전달코자 하는 의미를 명확하게 하는 예술적 수단으로 써야 하는데, 다채널 시대속의 치열한 시청률 경쟁 속에서 현재 미국 프로그램들의 서라운드 사운드 사용은 마치 상품의 포장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 허철 통신원 / 독립다큐멘터리 감독, 미국 샌프란시스코 주립대 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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