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기 MBC 기술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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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아버지의 그림을 찾습니다”  

부친 동창 이경훈 선생 20주기 유작전 개최

“죽으면 유작전이라도 열어다오.”

유언이었던 아버지의 마지막 소원. 이완기 MBC 기술본부장은 20년이 지난 최근에야 그 소원을 들어드릴 수 있었다. 이완기 본부장은 그의 부친 동창(東暢) 이경훈(1921~1987) 선생의 20주기 유작전을 8일 신한갤러리에서 개최했다. 이번 유작전은 1947년 이리(익산)에서 단 한번 개인전을 열었던 동창 선생의 두 번째 개인전이기도 하다.

“작년 10월부터 준비를 시작했어요. 아버지의 유언이니까 일찍 시작했어야 하는데, 좀처럼 여건이 마련되지 않더군요. 아버지의 그림을 많이 찾아서 하려는 욕심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20년이 지났네요.”

동창 이경훈 선생은 서울 중동학교 5학년 재학 시절, 지금의 국전에 해당하는 조선전에 입선하며 그 재능을 인정받았다. 동경제국미술학교에서 수업을 쌓고 귀국 후에도 활발히 화단활동을 하며 1950년까지 무려 300~400점을 그렸으나 한국전쟁 당시 많은 작품이 소실됐다. 4·19도서관에 전시됐던 ‘4·19의 노도’(1965)란 작품도 도서관 신축 과정에서 사라졌다. 따라서 이번 유작전은 잃어버린 아버지의 그림을 찾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이 본부장은 “좀 더 일찍 저질렀어야 하는데…” 하는 후회가 이제야 남는다. “최소 100점은 돼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그림을 찾는 데만 몰두했는데 이번 유작전을 맡은 큐레이터가 말하길 “전시회를 하고 발표를 해야 숨은 그림이 나온다”고 했던 것이다. 그나마 노력 끝에 유화 5점을 찾아 유화 38점, 수채화 14점, 드로잉 64점 등 조촐한 전시회를 열 수 있었다.

“그림을 찾으려면 홍보를 해야 하는데 아버지께서 유명 화가가 아니라 묻혀 있는 화가이시다 보니 소장기록도 찾기 힘들고, 누군가가 작품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아버지의 작품인지 알기도 어려운 거죠.”

이 본부장은 “매체들도 유명화가들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어서 홍보가 어려웠다”며 서운함도 내비쳤다.

하지만 그에게 이번 유작전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20년이나 지각한 ‘시작’을 위해 7남매 중 유난히 아버지의 그림에 대한 애정이 컸던 이 본부장은 손수 아버지의 작품 기록과 관련 기사, 아버지의 글과 편지 등을 꼼꼼하게 정리해 도록에 담았다. 도록과 전시회장 한쪽 벽면에는 이경훈 선생의 중동고 제자였던 김지하 시인이 축사를 남기기도 했다.

“이번 유작전을 통해 사라진 아버지의 그림을 찾고, 미술사를 연구하는 이들에게는 묻혀 있는 작가를 발굴하고 새로 조명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동창 이경훈 선생 20주기 유작전은 19일까지 신한갤러리에서 열리며, 14일 오후 5시엔 동창선생 추모식이 열린다.


김고은 기자 nowa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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