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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에 있었던 토론회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정보공개가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공개된 정보의 양이 급증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국민적 관심사에 대한 핵심 정보들이 공개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일례로 지난 7일 국회 문광위 전병헌 의원이 제기한 롯데쇼핑의 우리홈쇼핑 인수 문제를 들 수 있다. 전 의원 주장의 핵심은 유통대기업인 롯데쇼핑의 우리홈쇼핑 인수에 대한 여론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지난해 11월을 전후로 당초 경영 계획에 없던 100억 원 규모의 방송콘텐츠진흥재단 설립안을 내놓았고 방송위는 12월 27일 이를 승인했다는 것이다. 모종의 뒷거래가 있지 않았냐는 것이다.

우리홈쇼핑 문제가 제기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방송위의 승인 결정이 있은 직후에 언론·시민단체들이 의혹을 제기했었다. 중소기업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승인된 쇼핑채널을 대기업에 넘기는 것은 근본 취지에 맞지 않을뿐더러 더구나 그 결정 방식이 무기명 비밀투표였다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 당시 언론·시민단체들의 입장이었다.

그러나 방송위원회는 석연치 않은 설명으로 얼버무렸고 회의록 공개를 요구하는 정보공개청구를 두 차례나 거부했다. 이런 식으로 정보공개청구제도가 무력화되는 일이 드문 것은 아니다.

정보가 공개되지 않음으로써 여러 가지 유쾌하지 않은 일들이 생겨난다. 먼저, 의혹이 수그러들지 않는다. 여러 가지 추측들이 나돌기 시작한다. 방송위원회가 정권 말기에 또 하나의 쇼핑채널을 허가할 것이라는 것이 그 중 하나였다.

방송회관 주변에는 일부 방송위원들이 중소기업을 위한 쇼핑채널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이야기가 나돌았고 방송위원회는 그런 논의를 한 적이 없다고 해명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쇼핑채널에 대한 방송위원회의 입장이 명쾌해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신뢰를 잃어버린 것이다.더 중요한 것은 문제가 있는 결정이었다면 바로잡을 기회를 잃어버린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손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입어야 한다는 것이다.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방안이 발표된 후, 정부의 설명대로 정보공개와 정보접근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정보공개법이 개정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많다. 우리의 정보공개법이 정하고 있는 공개 거부 기준은 미국의 정보자유법(Freedom of Information Act)과 비교해 볼 때 자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다. 아무리 법으로 정해놓았다 해도 정보를 가진 사람들의 속성상 정보를 공개해야 할 당연한 명분보다는 가능하면 공개하지 않을 핑계를 찾게 되어 있다. 따라서 공개 제한 요건을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명시해서 자의적으로 해석될 여지를 줄여야 한다.

또 하나 미국에서 배워야 할 게 있다. 1976년 통과된 선샤인법(GITSA)이다. 선샤인법은 증권거래위원회와 연방통신위원회를 비롯한 모든 연방행정위원회와 합의조직들이 공개 회의에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의 이름도 감동적이다. 정식 명칭은 ‘햇빛 속의 정부법(Government in the Sunshine Act)’. 모든 생명체가 그렇듯이 정부도 햇빛 속에 드러나야만 건강하다, 그늘과 어둠 속에 가려진 부분이 많을수록 그 정부는 파리해지고 병들게 된다…, 뭐 이런 이야기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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