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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위원회의 그릇된 편애가 결국 이 지경까지 왔다. 무슨 지경? 케이블 TV의 프로그램 이야기다. 저질, 선정성 시비에 이제는 프로그램을 빌미로 돈까지 뜯어낸다. 기업을 광고해주는 대가다.

며칠 전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이하 ‘PD연합회’) 사무실에 팩스가 한 장 날아들었다. 모 기업체에서 보낸 것이었는데, 아직 서명하지 않은 계약서였다. 프로그램 제작에 관한 내용이었다. 언제, 무슨 케이블 채널에서 나가는 프로그램에 그 업체를 소개하겠다는 것이었다. 참 선진화된 시스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그램에 소개하는 업체와 이런 계약서까지 주고 받다니….

그러나 그 생각은 팩스를 보내온 업체에 연락해 보고나서 싹 바뀌었다. 한 케이블 TV 업체인데 프로그램에 그 기업을 소개해 주고 홍보비디오까지 만들어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는 것이다. 솔깃한 제안이었다. 그러나 그 다음은 이상했다. 제작비 조로 200만 원을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것이 계약서를 PD연합회에 보내게 된 사연이었다.

그 다음 날은 다른 중소기업으로부터 문의가 왔다. 역시 같은 프로그램에서 같은 제안을 해왔다는 것이었다. 요구 금액은 달랐다. 300만 원이었다.
그 PP에 알아본 결과 문제의 프로그램은 7월부터 방영하기로 한 신설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말만 신설이지 기존의 프로그램을 제목만 바꾼 것이다. 담당자는 지금 방영 중인 기업 소개 프로그램과 같은 프로그램이라고 친절하게 설명까지 해 주었다.

‘PD저널’이 취재한 결과, 그 프로그램의 내용은 소개된 기업에 대한 사실상의 광고였다. 또 소개된 기업들 중 상당수가 그런 식으로 돈을 지불한 것으로 드러났다.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을 광고와 다름없이 홍보해주는 것, 또 그 댓가로 돈을 받는 것은 모두 명백하게 불법이다. 하지만 그런 불법이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 다른 증언에 따르면 그 PP만 그런 것이 아니고, 다른 PP들의 유사 프로그램도 마찬가지의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이다.

더 기막힌 것은 그 PP가 사실상 그런 불법을 묵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해당 프로그램 게시판에 올려진 ‘(돈을) 얼마를 내면 우리 회사가 프로그램에 나갈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 PP의 담당자는 전화번호를 가르쳐주며 연락해 보라고 천연덕스럽게 답글까지 달아놓았다. 그 전화번호는 기업들에게 돈을 요구한 외주제작업체의 것이다. 기업체로부터 받은 돈이 PP의 관계자에게까지 상납되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인다.

이런 행위는 그 자체로 부도덕하다. 또 정상적인 광고시장의 기능을 교란시키는 반시장적 범죄이다.

그 외주업체는 자신들의 행위가 불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이 분명하다. 팩스로 보내는 계약서의 어떤 항목에도 소위 ‘제작비’ 명목으로 돈을 요구하는 내용은 없다. 또 섭외 대상기업에서 돈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하는 듯하면 일을 더 이상 진행시키지 않는 신중함을 보이기도 한다.

방송을 규율해야 할 방송위원회도 책임이 없을 수 없다. 이런 부도덕한 행위에 대해 감시를 제대로 하지 못해왔기 때문이다. 방송위는 그동안 매체균형발전이라는 미명하에 온갖 정책으로 케이블 TV에 특혜를 주어 왔다.

방송위원회에 묻겠다. 언제까지 그 편협한 짝사랑을 계속할 것인가? 그 짝사랑이 키워온 불량방송을, 불량프로그램을 언제까지 눈감아 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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