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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 교회측 요구 받아들여 파문 확산 

대형교회 목사가 방송사 고유의 편집권을 침해하며 사과와 해당 PD의 징계를 요구하자 방송사 경영진이 이를 받아들여 논란이 예상된다.

▲ CBS 사옥

CBS는 6월 17일 설교프로그램인〈영락의 강단〉에서 영락교회 이 모 목사의 6월 10일 설교를 내보냈다. 〈영락의 강단〉은 매주 일요일 오전 7시에 영락교회의 강단 설교가 매주 편집돼 방송된다.

이날 설교는 당초 약 27분 정도의 설교 내용이 녹음됐고, 프로그램 담당 PD는 방송시간에 맞춰 설교를 약 22분 30초로 줄여 편집했다.

편집된 설교 중에는 6.10 민주항쟁의 예를 들며 “운동권 사람들은 반미 친북사회주의를 목표로 설정하고 민주화를 부르짖는데, 민주화는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며 “그들은 또 386세대라는 이름으로 정부, 국회, 언론, 시민단체 각 부문에서 활동하면서 반미 친북사회주의 국가를 만들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문제는 6월 29일에 불거졌다. 영락교회가 CBS에 설교편집에 대한 항의공문을 보내  ▲ 협의 없이 설교를 삭제한 것에 대해서 사과할 것 ▲ 담당자를 징계하고 재발 방지할 것 ▲ 설교 취지가 손상되지 않도록 해서 재방송할 것 등을 요구한 것이다.

그러자 2일 이정식 CBS 사장과 한용길 편성국장은 교회가 요구한 3가지를 모두 받아들이겠다는 공문을 보내 교회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또 해당 PD의 징계 여부는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PD연합회는 4일 “종교권력의 방송탄압을 규탄한다”라는 성명을 내고 CBS에 대한 영락교회의 편집권 간섭과 압력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PD연합회는 영락교회에 대해 “방송의 편성과 편집에 대한 권한은 명백히 방송사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억지스런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더 심각한 것은 6.10 민주항쟁의 정신을 훼손하고, 민주화를 위해 피와 땀을 흘리며 싸워왔던 이들을 폄하하고 왜곡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형 교회를 중심으로 교권이 수구․보수화되는 것도 문제지만, 이들이 막강한 힘을 바탕으로 방송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나 압력 행사하는 것은 더욱 용납될 수 없다”며 “영락교회는 CBS에 대한 부당한 요구를 철회하고, 방송에 대한 간섭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성명전문 4면 참조)

또 PD연합회는 이정식 CBS 사장에 대해 “과연 이 사장이 CBS의 수장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며 “적어도 방송사 사장이라면, 방송 제작진들이 그 어떤 외부의 압력이나 간섭에 대해서도 영향을 받지 않도록 몸소 나서 보호하고 차단시켜야 하는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장은 부당한 그들의 요구를 전면 수용하는 직무유기를 범했다”고 비판했다.

사측은 “사규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징계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영락교회는 지난해 12월에도 사학법과 관련한 설교내용을 편집한 것과 관련 이와 비슷한 항의를 CBS 측에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기수 기자 sideway@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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