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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이리도 허망한 일이 있을 수 있을까. 하루 전까지도 함께 웃으며 일하던 동료가 한 순간 주검으로 변한 현실 앞에 우리는 그저 할 말을 잃을 뿐이다. 어처구니  없는 다이빙 사고.
그 사고가 일어나기 바로 전날까지 사무실에서 아무 일 없이 농담을 주고 받았고 죽음이 닥치기 30분전까지 조연출과 통화를 했다. 아무리 사람 목숨은 하늘에 달린 것이라고는 하지만 하늘은 어찌 이리도 무심하단 말인가. 하얀 국화꽃 사이에 놓여 있는 젊디 젊은 그의 얼굴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故 정성은. 그는 고작 서른 일곱 해를 살다가 우리 곁을 떠났다. SBS 공채 6기 예능 PD로 ‘대한해협횡단’, ‘통일바닷길 종단’, ‘뷰티풀 선데이’, ‘청년성공시대’, ‘연애인’ 등 웃음과 감동, 진실과 열정이 함께 하는 아름다운 프로그램을 만들어 왔다.

그래서 하늘은 더 뛰어난 사람을 먼저 데려간다고 했던가. 故 정성은 PD는 <20년전의 약속, 대한해협횡단>으로 최연소 한국방송대상을 수상했다. 그렇게 힘들게 파도와 싸우며 프로그램을 만들던 그가 왜 제주도의 파도는 이겨낼 수 없었는지 원망스럽기만 하다.  

 ▲ 사고사로 저 세상으로 떠난  故 정성은 PD(왼쪽)와 추모글을 쓴 박상혁PD(오른쪽)

지금도 대한해협횡단 방송 당시 편집실 구석에서 밤을 세던 그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연예인들과 일반인들이 함께 바다를 헤엄쳐 대한해협을 건넌다는 무모한 발상을 그는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파란 바다를 힘차게 헤엄쳐 나가던 사람들의 진지한 도전을 그는 오롯이 담아냈다. 모두 불가능할 것이라던 기획, 그래서 그가 아니면 누구도 할 수 없었던 연출이었다.

이제 혼신의 힘을 다했던 ‘연애인’을 마지막으로 우리는 더 이상 그의 프로그램은 볼 수 없다. 그리고 꼼꼼하게 프로그램을 챙기던 그의 밝은 목소리도 더 이상 들을 수 없다. 한 커트 한 커트. 자막 하나 하나. 온 정성을 다하던 그의 열정을 기억하는 우리는 더 이상 그가 없는 사무실, 그가 없는 편집실로 돌아가야 하는 현실은 앞으로 하루하루 견뎌야 한다.

개인적으로도 故 정성은 PD를 모시며 3년 반을 함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사무실에서도 옆자리였으니 함께 떠들던 수다의 기억만도 끝이 없다. 즐거운 시간이었고 덕분에 나도 많이 성장할 수 있었던 시간들이었다. 추억이 많았던 만큼 그를 보내기도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가 미쳐 펼쳐보지 못한 열정을 대신해야 할 사람도 결국 우리라는 생각에 힘든 마음을 추슬러 본다. 

불꽃처럼 살았던 자랑스런 故 정성은 PD. 당신과 함께 한 시간동안 우리는 참 행복했습니다. 그러니 당신과 함께 할 수 없는 앞으로의 긴 시간동안에도 우리는 당신을 영원히 기억할 것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박상혁 SBS <일요일이 좋다-옛날TV>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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