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장점은 약간의 창의력·친화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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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할 수 있는 기회 생겨 감사" 

주철환 이화여대 교수가 경인TV OBS 신임사장으로 선임됐다. 주철환 교수의 사장 선임 소식은 방송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주철환 교수를 6일 서울 목동 PD연합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주 교수는 인터뷰 내내 “자신을 믿어주고 용기를 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 우선 소감을 듣고 싶다.
내가 비교적 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방송 PD는 물론이고 신문방송학과 교수로서 7년 동안 비축된 에너지를 터트릴 수 있는 장에 갈 수 있게 돼 들떠있다. 축하전화가 여러 곳에서 오는데 반응은 크게 두 가지다. 격려를 하는 사람과 “어려울 건데 어떡하냐”며 걱정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나는 비교적 어려운 문제를 푸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나 혼자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OBS 직원들과 함께 풀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 같은데.
심사숙고 과정이 있었다. 절대 충동적이지 않다. 상당히 긴 시간 생각했다. 그러나 생각은 신중하게 결단은 한 순간. 단, 후회는 없어야 한다. 추천자들이 나에게 갖는 기대와 신뢰감이 좋았고 새로운 도전과 모험을 할 수 있다는데 감사한다. 난 항상 착각 속에 산다. 30대다. 나는 젊다.  

- 스타PD라는 이미지에 치중해 선임된 게 아닌가 하는 비판도 있다.
경영도 역시 연출이다. 시간과 예산 등 비슷한 요소가 있다. 결국 이론과 실제인데 ‘유명무실’할 수도 있고 ‘명실상부’일 수 있다. 난 ‘유명무실’이 아닌 ‘명실상부’라고 보여주고 싶다. 단 시간이 필요하다. 나에게 걱정이 아닌 용기를 줬으면 좋겠다. 

- 경영과 관련해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나는 PD가 아니라 CEO라는 사실을 분명히 안다. CEO라는 사람은 즐겁게 일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사람이다. 나는 그럴 준비가 되어 있다. 자부한다. 나의 장점은 약간의 창의력과 약간의 친화력이 있는 것이다. 이 두 가지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 OBS 직원들은 오랜 기간 투쟁으로 인해 내부 갈등도 있는데 해법이 있나.
‘네가 만약 괴로울 때면 내가 위로해 줄께’라고 시작하는 가수 ‘윤복희’의 ‘여러분’이라는 노래처럼 노력하겠다. 나는 나의 성격을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부드러움과 자상함, 유연함 그리고 칭찬해 주기. 경영도 상담이다. 나는 청소년 명예상담사이기도 하다. 경청하고 지혜를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희망조합 아닌가. 희망을 주는 경영인이 되겠다. 

- 지상파의 영향력 축소와 광고악화 등으로 외부 환경이 좋지 않다.
내가 바라는 것은 ‘즐거운 경쟁’이다. 공정한 경쟁을 해야 한다. 규모는 작지만 이상을 높게 가져야 한다. 이상과 현실이 지나치게 괴리되어서는 안 되지만 서서히 좁힐 수 있어야 한다.  

- 어떤 방송사를 꿈꾸나.
대운하를 파겠다는 식의 거창한 공약은 못한다. 다만 OBS 모토인 ‘희망과 나눔의 방송’을 만드는데 충실하겠다. 나눔의 뜻은 두 가지다. 방송 프로그램으로서 시청자들에게 나눔을 주고 방송사 운영으로 얻은 이익을 나누는 것이다. 다양한 사람의 색깔 그리고 취향과 요구 등을 수용하는 방송이 되길 바란다. 내가 가진 안목과 상식을 통해 희망을 주는 방송사를 만들겠다.  

- 백성학 회장이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약속했는데 CEO로서도 이를 이행하기 위한 책임감이 뒤따른다고 생각한다.
약속을 안 지킬 때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회장과 사원들의 사이에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 지금 판단으로서는 회장께서 경영에 간섭할 것 같진 않다. 다만 왜 제작비 등을 아껴 쓰지 않느냐 식의 우려는 있을 수 있다. 백 회장은 오랜 기간 제조업체를 이끌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작비에 있어서만은 집중과 분산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 10-20년만 하고 그만하는 방송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100년을 내다보고 방송사를 경영해야 한다.  

- OBS 직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여러분을 믿겠습니다. 저도 믿어주세요. 함께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청년의 기백과 패기를 가지고 있다. 앞서 말했듯이 나는 항상 30대라고 생각한다. 청년은 새로운 것에 민감하다. 나는 항상 네 가지 키워드를 마음속에 깊이 새기고 산다. ‘CH’로 표현이 되는데. 크리에이티브(창의력:Creativity), 커뮤니티(소통:Community), 휴머니티(인간미:Humanity), 하모니(조화: Harmony)  이 네 가지 키워드를 항상 실천하도록 노력하겠다.

 

이선민 기자 sotong@pdjournal.com 


인터뷰를 마치고: 넓은 인간관계와 유연함이 장점인 사람  

주철환 교수는 주황색 티셔츠에 청바지 그리고 편안한 운동화 차림이었다. 주 교수의 자유로운 의상과 ‘CEO’가 주는 근엄함을 매치하기 어려웠다. 준비된 질문과 상관없이 사장으로 취임하면 의상은 어떻게 할 건지를 먼저 물었다.

주 교수는 “내가 넥타이에 정장을 입은 모습 자체가 뉴스 아니겠냐”며 “그러나 처음부터 의상으로 구설수에 오를 생각이 없다. 당분간 정장 차림으로 출근을 하고 적응되면 서서히 현재의(?) 의상으로 돌아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자유로운 자신의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방송 경영에 투영하지 않겠냐하는 기대를 해보게 됐다.

주 교수는 인터뷰 내내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마음껏 발산했다. 오랜 기간 동안 본인이 가져온 넓은 인간관계 그리고 유연함이 묻어난 인터뷰였다.

주 교수는 “MBC 선배이자 방송사 경영인으로서도 선배인 송창의 tvN 사장에게 축하 전화가 왔길 래 ‘화가 정선 선생의 그림을 선물해 달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물론 카피본이겠지만.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사장 직무실에 걸려있는 정선의 그림을 보면서 항상 정선의 호인 ‘겸재’라는 단어를 가슴에 새기기 위해서란다.  


주철환 신임 사장은?  

주철환 신임 사장은 경남 마산이 고향이며 고려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MBC PD로 방송사에 입문해 <퀴즈아카데미>, <우정의 무대>, <일요일 일요일 밤에> 등 다양한 장르의 프로그램을 연출했다. 주 신임 사장은 2000년 3월부터 현재까지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로 재임 중이다.
또 한국방송대상 우수작품상(1990), 백상예술상(1995), 한국방송위원회 대상(1997), 제12회 한국방송프로듀서상 공로상(2000) 등 수상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30초 안에 터지지 않으면 채널은 돌아간다』, 『PD마인드로 성공인생을 연출하라』 등 다수의 저작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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