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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ve it all you got’  언제나처럼 척 맨지오니의 트럼펫 연주가 시작된다. 그리고 정확히 10초 후, 나지막하게 깔리기 시작하는 황인용 아저씨의 정겨운 오프닝멘트!! 바로 이어지는 첫 곡은 내가 좋아하는 그룹 ToTo의 〈Africa〉다. 이런 오늘 대박이군.

난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또 영어 카세트 테이프를 지우고 그 위에 주옥같은 팝의 명곡들을 녹음하기 시작한다.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연신 팝송 제목을 적어대는 모습이란 얼핏 영어공부에 매진하는 것으로 잘못 보였겠지만 사실은 온전히 ‘딴짓’에 열중하던 ‘일탈의 시간’에 불과했다. 오호 질풍노도의 시기란 역시!!

그 당시 난 방송엔 아무런 관심이 없었고 가끔씩 방송을 만드는 PD나 방송을 진행하는 DJ라는 직업이 생각보다 재밌을지도 모른다는 철없는 생각만 잠깐씩 했던 것 같다. 그리고 10년 후, 나는 정말 생각지도 않게 방송을 만드는 사람이 되어 있었고 나의 사춘기를 가득 채웠던 〈영팝스〉의 주역들을 방송사에서 만날 수 있었다. 비록 라디오 PD가 아니라 TV PD가 되었지만, 어쨌든 라디오 키드의 해피엔딩!!

미당 서정주가 “스물 세 해동안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바람이다”라고 했다면, 나를 PD로 이끌고 키운 건 팔 할이 황인용의 〈영팝스〉다. 〈영팝스〉가 없었다면 아마도 나는 목동이 아니라 광화문이나 강남 어느 곳에서 일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늘같이 무더운 여름밤엔 척 맨지오니의 아련한 트럼펫 연주가 그립다. 

황인용의 〈영팝스〉는?
KBS2 FM 〈영팝스〉는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 방송되던 1980년대 라디오 팝송 프로그램이다. 〈영팝스〉는 팝 뮤직이 라디오 FM방송에서는 대접받았던 시절, 김기덕의 ‘두시의 데이트’, 이종환의 ‘밤의 디스크쇼’ 등과 함께 젊은이들의 암울한 현실을 위로하며 인기를 얻었다. 〈영팝스〉의 시그널 곡이었던 ‘Give it all you got’ 의 척 맨지오니는 ‘Feels So Good’의 트렘펫 연주자로도 유명하다
.  

심성민 (SBS 예능국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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