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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13일) 문화연대가 주최한 ‘미디어 문화 정책 테이블’이라는 이름의 토론회가 있었다. 주제는 ‘공영방송의 생존 전략 - 방송 공공성 강화를 위한 실현 방법 모색’. 취지는 “기존 학계에서 진행하는 형식적 발제와 토론을 넘어 다양한 의견이 오가는 미디어 정책의 공론의 장을 지향한다”는 것. 토요일인데다 오후 2시부터 8시까지 장장 6시간에 걸쳐 진행되는 토론회였지만 학계, 미디어 운동단체 활동가, 노조 및 직능단체 그리고 방송 현업인 등 초청받은 20여 명이 대부분 참석했다. ‘기존 학계에서 진행하는 형식적 발제와 토론을 넘어’라는 취지에 끌렸기 때문일까?

 ‘공영방송은 과연 위기인가’라는 질문으로 토론회가 시작됐다. 이날 공영방송 재정의 ‘구조적 위기론’에 대해 동의하는 참석자가 많았지만 ‘과도기’라는 표현이 적절하다거나 ‘구조적 위기라고까지 볼 수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재원 문제, 즉 경제적 측면에서는 다른 의견이 있었던 것과는 달리 정치적 문화적 측면에서는 한 목소리로 위기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었다.

지상파 공영방송이 무료 보편적 서비스 방송으로서 충분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공영방송의 이상은 그 주인이 시청자나 시민 또는 국민이어야 하는데 그런 이상이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 대중과의 소통 부족, 수용자적 관점에 대한 인식 부족, 그리고 근래 프로그램의 급격한 보수화 경향 등 여러 가지 지적이 나왔는데, 그 중에 좀 의외였던 것은 프로그램의 스펙터클화 경향에 대한 지적이었다. 

우리는 공영방송의 위기를 말하면서 보통은 재원의 위기 때문에 공영방송이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맞는 말이다. 재원이 부족한데 어떻게 제작비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자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방송사 경영이 위기인 상황에서 아무리 공익성이 강하더라도 광고가 붙지 않는 프로그램을 어떻게 프라임 타임에 편성할 수 있겠는가하고 반문한다. 따라서 공영방송의 위기에 대한 해결책으로 수신료 인상의 필요성과 광고 제도의 변화를 역설한다.

하지만 “수신료가 인상되고 중간광고가 도입돼서 방송사의 재원 위기가 해소되더라도 그 늘어난 예산이 콘텐츠의 공공성을 확보하는데 집중 투자된다는 보장이 있는가? 요즘의 경향으로 볼 때 대작을 만드는 데만 집중 투자되지 않겠는가?”하고 반론이 만만치 않다. 수용자 관점에서 봤을 때 수신료 인상과 광고 제도의 변화는 공영방송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필요조건일 수는 있지만 방송의 공공성을 확보하는데 있어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지상파 방송사가 그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외국 방송사들의 고품질·대작 프로그램에 맞먹는 프로그램 제작 역량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고품질·대작화가 프로그램의 공공성 강화로 늘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프로그램의 대형화 경향은 심도 있는 토론이 필요한 주제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종종 스스로를 돌아보며 ‘공영방송의 주인은 과연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방송인들은 공영방송의 주인이 시청자·국민이라고 말하지만 현업에 바쁘다 보면 추상적이고 피상적 인식에 머물기 쉽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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