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인생의 빛] 책 ‘중간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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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은 여해(如海) 강원용 목사가 세상을 떠난 지 꼭 1년 되는 날이다. 먼발치에서나 뵈었지 얘기 한번 나눠본 적이 없지만 내 삶에 큰 빛을 던져준 분이다. 결핵을 앓던 고등학교 1학년 겨울 (1982), 서울 변두리의 어느 헌책방에서 우연히 강원용 목사의 에세이들을 만났다.

‘친구들이 믿지 않아서 지옥에 간다는데, 나 혼자 예수 믿고 천국 가는 건 말이 안 되잖아’ 이렇게 나름 독야청청하던 우물 안 개구리에게 강목사의 글들은 글자 하나하나가 가슴에 새겨졌다. 스무 살 청년 전태일의 죽음과 민중의 삶을 알았고, 죽어야 산다는 십자가의 의미를 깨달았다. 이후 나는 80년대를 살아냈고 90년대에 PD가 되었다.

존경받는 원로에게도 허물은 있다. 인생을 일관되게 오류 없이 살기는 힘들다. 빛나던 시절이 있다면 초라한 시절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 빛나던 시절의 모습을 기리고 사표(師表)로 삼는다. 마음속에 스승이 많을수록 행복하다. 옛말에 ‘세 사람이 길을 가면 그 중에 꼭 스승이 있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하지만 점점 스승을 부정하고 어른을 인정하지 않는 세상이 되는 것 같아 마음이 쓸쓸하다. 박형규 목사, 강원용 목사, 직장 선배 서너 명, 우리 아파트 단지에서 경비로 일하는 임씨 아저씨 등 나에게는 스승이 참 많다. 그래서 행복하다.

강원용 목사 추모 1주기를 맞아 오늘부터 국립중앙도서관에 개인문고가 설치되고 한달간 기념 전시회가 열린다. 수많은 젊은이들의 피를 끓게 했던 그의 글과 유품들을 보면서 아직도 살아있는 강목사를 만나보자.   

‘중간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는?
강원용 목사 1주기를 기려 강목사가 생전에 남긴 수필 중 대표적인 글 33편을 꼽아 묶은 수상집이다. 강목사는 삶과 사랑, 공동체, 역사와 비전에 이르는 갖가지 주제들에 대해 모든 계층의 사람들과의 대화를 시도한다.

이덕우 CBS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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