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장명호 아리랑TV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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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방송위원회(위원장 조창현)의 2007년 공익채널 선정에서 아리랑TV가 제외돼 파문이 커지고 있다. 아리랑TV는 “수신기반이 무너질 것”이라고 심각하게 우려를 표하며, 방송위의 공익채널 선정을 규탄하는 1인 시위를 12일부터 방송회관 앞에서 진행 중이다.

아리랑 국제방송 장명호 사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뜻하지 않은 일이 벌어져서 당황스럽다”면서 “공익적 역할과 기능을 하는 아리랑TV가 제외된 것은 부당하며, 국가적으로도 큰 손해이자 망신”이라고 성토했다. 장 사장은 “정책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국가적 공익을 항상 염두에 두고 판단해야지, 사소한 이해에 따라 판단해선 안 된다”고 방송위를 겨냥하면서도 애써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여론의 힘이 이번 사태의 해결에 가장 도움이 될 것”이라며 “여론이 등지지라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2004년 공공채널에서 공익채널로 변경됐다가 이번에 제외됐는데.

▲장명호 아리랑 국제방송 사장

아리랑TV는 1997년부터 2004년까지 공공채널로 지정됐다. 2003년엔 방송위가 국회방송을 공공채널로 추가 지정했다. 공공채널 수를 3개로 유지한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어서 2004년 국무조정실에서 방송위와 문화관광부 간 이견 조정 회의를 거쳐 아리랑TV를 공공채널에 준하는 공익채널로 하도록 했다. 이후 2005년과 2006년 공익채널로 선정됐다가 이번에 제외된 것이다.  

-공익채널 제외 배경을 어떻게 보는가.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공익채널의 선정 방법을 방송위의 의도적인 것으로 보진 않는다. 다만 선정 방법에 있어 함정이 있어서 우리가 탈락한 것으로 본다.

방송위는 이번에 공익채널 분야를 8개에서 6개로 축소하면서 저출산·고령화, 문화·예술 등의 분야를 만들었다. 사실 여러 분야가 공익이란 카테고리에 들어갈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방송법의 기준에서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리랑TV는 국제 친선 증진 역할로 지금까지 한국문화(영어) 분야에서 공익채널로 지정돼 왔다. 그런데 이번엔 아리랑TV가 들어갈 장르가 없었다. 고심 끝에 문화·예술 장르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심사 기준을 보면 문화·예술 관련 전문 편성이 100%이면 100점이고 80% 미만이면 0점이었다. 배점에서부터 100점이 달아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경쟁구도를 만들면 탈락할 수밖에 없다. 이런 구도 자체가 비상식적이다.  

-어떤 문제가 있다고 보나. 

회사가 직원을 채용할 때 점수로 뽑나? 회사의 필요 목적에 따라 하지 않는가. 그것도 서너 단계에 걸쳐서. 더구나 막대한 이권이 걸려 있는데 비전문가인 외부 심사위원들이 점수를 매겨서 사업자를 선정하다니 말도 안 된다. 외부 용역 심사는 보조 자료가 돼야 한다. 방송사업자에 대해선 방송위가 권한을 갖고 있는 것 아닌가.

우린 부당성을 주장하는 거다. 아리랑TV가 공익채널에서 제외됐기 때문에 후유증이 엄청 클 거다. 아리랑TV가 연간 600만 관광객이 묵는 모든 호텔과 가정에 들어가는데, 공익채널에서 제외되면 SO에서 내릴 수밖에 없다. 그러면 한국 문화와 정보를 대체 누가 전할건가. 이런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국가적인 망신일 수밖에. 이게 과연 국익에 도움이 되겠나.  

-이번 공익채널 선정 과정에 대해 로비 의혹도 제기됐는데. 

내 입으로 할 얘긴 아니다. 하지만 왜 민간사업자가 공익채널을 하려고 할까?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이다. 따라서 로비가 들어갈 여지는 충분히 있다. 내 생각이 아니라 작년부터 국회에서 나온 얘기다.

그래서 옥석을 가리는 작업이 필요한데, 방송위는 이를 생략했다. 형식적인 절차를 따른다고 해서 결과가 정당한 것은 아니다. 절차를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서 결과가 엉뚱하게 나올 수 있다. 이는 방송위도 알 것이라고 본다. 이번 공익채널 선정에선 정책적 판단이 가미되지 않았다.  

-예상되는 가입자 수와 수익 변화는?

지금 위성TV로 100만, 케이블TV로 900만 명이 아리랑TV를 시청하고 있다. 그런데 공익채널에서 제외됐으니, 케이블에서 다 뺄 수밖에 없다. 위성 100만, 디지털케이블 100만 명 정도로 예상한다. 수신 기반이 붕괴될 거다. 그럼 이 방송을 왜 해야 하는가 회의가 든다. 수신료가 13억 원 정도, 국내외 광고 협찬이 50~60억 원 가량 줄어들 것으로 본다. 결국 60~70억 원의 손실이 난다는 것이다.

-요구 사항은 무엇인가. 

시청자를 배심원으로 해 토론회를 하자는 거다. 아리랑TV와 문화·예술 분야에서 선정된 두 채널, 방송위가 각각의 입장을 얘기하고 시청자들이 어떤 판단을 내리는지 지켜보는 것이다.

우선 올해 아리랑TV의 수신 기반이 붕괴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1년 내에 방송 구조 개편이 불가피하다. 아리랑TV 문제도 포함될 수밖에 없다. 그때까지라도 수많은 외국인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방송위가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책을 담당하는 사람들을 국가적 공익을 항상 염두에 두고 판단해야지, 사소한 이해에 따라 판단해선 안 된다. 형식적인 논리만으로는 부족하다. 방송위가 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방법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공공채널을 4개로 지정하면 된다. 

-자체 수익 모델 개발도 필요하지 않을까. 

아리랑TV의 전체 예산이 450~500억 원 정도이고, 현재 연간 130~140억 원 정도의 자체 수익이 나는 것으로 추정한다. 방송위에서 받는 방송발전기금 250억 원을 더해도 부족하다.

아리랑TV가 영어 방송이기 때문에 일반인의 접근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특수 방송이기 때문에 시청률은 낮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앞으로 계속해서 자체 수익 모델을 개발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의 국제 컨벤션 사업도 현재 진행 중이다. 

-향후 계획은? 

구체적으로 밝히긴 어렵다. 다만 어느 것이 공익채널의 취지에 가까운지가 여론화 돼서 여론의 힘이 이번 문제의 해결에 가장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여론이 등지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정책 결정을 상식에 기반해서 하게 되면 양식 있는 결과가 나오게 돼 있다. 정부가 아리랑TV의 역할과 취지를 알고 있기 때문에 지원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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