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李 정부 미디어 정책 어디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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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2월 출범을 앞둔 이명박 차기 정부의 미디어 정책이 가시화되고 있다. 신문방송 겸영과 지상파 방송 민영화 등 집행과정에서 논란이 다분할 것으로 예상되는 정책들과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지근거리에서 미디어정책을 담당해 온 이들로부터 하나 둘 밑그림을 그릴만한 내용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 얘기들을 종합해 볼 때 차기 정부의 미디어 정책은 ‘실용’을 중시하는 이 당선자의 기본 입장에 맞춰 시장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갈 것으로 보인다.

▲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 신문방송 겸영= 이명박 당선자는 대선 과정에서부터 신문방송 겸영에 적극 찬성하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왔다. 차기 정부의 집권이 공식적으로 확실해진 지금 이 당선자의 이 같은 입장은 더욱 구체화되고 있다.

문제는 어느 정도의 범위에서 신문방송 겸영이 가능한가에 대한 부분. 대선 기간 동안 이명박 캠프에서 미디어홍보단장을 맡았던 정병국 한나라당 의원(문광위원)은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이나 케이블 TV의 보도 채널 정도에 대해선 신문이 겸영을 허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이 되지 않겠냐”고 밝히고 있다.

반면, 신문의 지상파 소유 문제에 대해선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신문의 지상파 겸영 문제를 논외로 하고 있는 이 당선자 측의 입장을 100% 믿을 수 없다는 게 정치권과 언론계 안팎의 우려다.

이 당선자 측이 MBC 민영화 추진 계획을 공공연히 밝히면서 국민주 혹은 컨소시엄 형태로 하겠다고 한 것 때문이다. 국회 문광위원인 우상호 대통합민주신당 의원도 지난해 12월28일 “MBC를 매각해 민영화한다면 현실적으로 국민주나 중소기업들의 컨소시엄으로 막대한 규모의 MBC를 인수할 수 있겠냐”고 의문을 제기하며 “명분은 그럴싸하지만 결국 특정 대자본의 방송소유로 귀착될 게 자명하다”고 비판했다. 

■ 지상파 체제 개편= 우선 방송과 관련해 이 당선자 측은 현재 지상파 체제의 재편에 대해서도 주요하게 검토해야 할 안의 하나로 올려놓고 논의 중인 것으로 보인다. MBC 민영화와 KBS2TV의 완전공영체제로의 변환이 그것이다.

정병국 의원은 “현재의 지상파 체제가 말로는 공영방송이라고 하면서 모두가 광고를 내보내는 상업방송 체제를 띠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공영방송은 공영방송답게 광고를 하지 않고 공익성 위주로 가되, 상업방송은 자유 시장 경제체제 아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이 당선자 측 관계자는 구랍 27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KBS 2TV를 광고방송을 하지 않는 KBS 1TV처럼 완전공영체제로 가져갈 방안을 주요하게 검토해야 할 안 중 하나로 올려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언급한 KBS 2TV 민영화가 아닌 공영성 강화가 검토할 사안 중 하나로 논의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KBS 관계자는 “2TV의 공영성 강화의 당위성엔 이견이 없지만 일단 수신료가 빠른 시일 내에 인상돼야 이 문제도 가능하다”며 선후를 혼동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이어 “2TV를 1TV처럼 광고 없이 순수공영체제로 가는 부분에 대해서도 심도 깊은 논의가 우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선 기간 내내 논란이 됐던 MBC 민영화 문제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정 의원은 “민영화 문제와 관련해 MBC가 자기 입장을 정리해야 할 때”라면서도 “한나라당이 (3년 전) 제출한 국가기간방송법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MBC는 자연스레 분리가 될 테니 (순수 공영방송체제로 편입되지 않겠다면) 방향을 민영화 쪽으로 잡는 게 맞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당선자 측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구랍 28일 항의 성명을 내고 “정병국 의원의 ‘국민주 민영화’ 발언은 언뜻 그럴듯하지만,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실질적 지배권을 행사하고 있는 정수장학회가 30% 주주로 남아 있는 현실에서 방송문화진흥회 주식만 국민주로 처분한다면 결국 MBC의 대주주는 박근혜씨가 될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 방송위원회 기자간담회

■ 수신료와 중간광고= 지상파 체제의 변화는 수신료 인상 문제와 연결될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 일각에서 흘러나오는 얘기처럼 11개 국공영 방송을 KBS를 중심으로 통합하고 KBS 2TV마저 광고를 배제한 완전공영체제로 가져갈 경우, 아무리 효율적인 경영을 한다 해도 현실적으로 수신료의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에는 KBS 수신료를 2500원에서 4000원으로 올리는 수신료 인상안이 계류돼 있는 상태다. 수신료 인상안은 일단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지만, 수신료 인상의 당위성을 차치한 정파 싸움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 일각에선 수신료를 4000원 이상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도 개진되고 있다. 실제로 정병국 의원은 28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전제로 수신료를 7000원까지 올리는 방안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KBS 측은 “효율경영·투명경영 등을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수신료 인상안이 통과돼야만 한다”고 거듭 강조하는 상황이다.

이명박 당선자 측의 한 관계자는 방송계 안팎의 뜨거운 감자 중 하나인 중간광고 허용 문제와 관련해 “한나라당이 당론으로 정했던 국가기간방송법에 따르면 공영방송은 되도록 한군데로 묶어 공영재원인 수신료로 운영하되 상업방송은 시장의 질서에 맡겨야 하는 만큼, 중간광고를 (상업방송에) 허용하는 안을 검토 대상에 올려두고 있다”고 말했다. 

■ 방송통신융합= 이 당선자 측은 방송통신융합이 빠른 시일 내에 이뤄지게 하기 위해 방송통신융합 기구를 가급적 빨리 출범시킬 계획이다. 현재 국회 방송통신특별위원회 안에서도 이를 위해 기구개편안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려 노력하고 있는 상황으로, 한나라당은 독임제 행정부처에 진흥(정책·집행)과 규제(정책) 기능을 주고 독립위원회엔 규제 집행 권한만을 부여하는 안을 밀고 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인수위 논의 과정에서 방송통신융합의 범위를 포털 등에게까지 확대시키는 방안 역시 검토될 가능성도 있다”며 기구개편의 범위가 지금보다 넓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정병국 의원은 대선기간 동안 이명박 당선자가 방송통신 융합 등 미디어 정책 전반을 포괄하기 위해 마련하겠다고 했던 21세기 미디어위원회(가) 구성과 관련해 지난해 12월28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대선 전에 나온 검토 의견일 뿐”이라면서 “(미디어 정책은) 인수위에서 논의를 하면 될 문제로 별도의 기구가 구성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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