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심석태 SBS 신임 노조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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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계 전반에 큰 변화가 예상되는 한해다. SBS의 경우 정권 교체라는 외부의 변화뿐 아니라 지주회사 전환이라는 내부의 커다란 변화도 기다리고 있다. SBS는 지난달 19일 개표방송으로 정치적 편향성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2008년 1월 2일 임기를 시작한 심석태 제3대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지부 위원장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3일 만난 심 위원장은 “자본과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지난 정권에서와 마찬가지 수준에서 해나가겠다”며 정치적으로 중심을 잡아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주회사 전환과 관련해서는 “기본적인 노사관계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심석태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당선소감?

“SBS 노조위원장이라는 게 서로 의견이 모아지면 동의하는 형식으로 선출되기 때문에 특별히 당선 소감이랄 것까진 없고, 맡게 된 소감을 말하겠다. 기자이기 때문에 현업에서 계속 뛰고 싶었지만, 누군가 꼭 해야 될 일이고, 초대 노조 정책실장을 하면서 노조에 대한 애정과 부채의식을 갖고 있었다. 내가 맡아야 할 이유가 있겠거니 생각하고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SBS는 올해 지주회사 전환이라는 커다란 변화가 기다리고 있다. 지주회사 전환에 대해 노조는 어떻게 대처해나갈 생각인가?

“아직 지주회사에 대해 공부가 덜 된 부분이 있다. 그래서 현재로선 자신 있게 얘기하기는 어렵다. 다만 지주회사 전환은 노사 관계에서 커다란 변화 요인이라고 생각하고, 중요한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회사 측에도 그에 대한 관심과 우려를 전달했다. 기본적인 노사 관계의 관행을 훼손하지 않는 한에서 해야 할 것이다. 노사 관계에 근본적인 변화는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회사가 기본적인 노사 관계를 훼손하는 방향으로 간다면 그에 대해 주지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지주회사 전환이 노사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에 대해 좀 더 공부하고, 대처 방안에 대해 생각하겠다.”  

 -지난달 19일 SBS 개표방송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는데, SBS 개표방송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현업 종사자 입장에서 보면, 뭔가 돋보이고 싶고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보이고 싶은 부분이 있다. 그 부분에서 본다면 상당히 잘한 측면이 있다. 오토바이를 타고 당선자를 따라 다닌 것이나 새로운 기술로 뭔가 해보려고 한 시도는 괜찮았다고 본다. 시청 앞 행사 자체도 평가할 부분이 있다. 행사는 방송 3사 다 하려고 했다. MBC는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KBS는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했는데 당선자의 동선이 서울시청 앞으로 맞아떨어진 것이다. 당선자를 확보할 수 있었다는 것은 어쨌든 기획의 승리라고 생각한다. 물론 거기서 나온 발언이나 현장 상황을 통제하지 못해 케이크 절단식을 방송에 내보낸 것 등은 다소 문제가 있었다.”

-구체적으로 개표방송에서 어떤 부분에 문제가 있었다고 보나.

“방송이 쇼가 아니고 시사적, 정치적 상황을 다루는 것인 만큼 공정성을 충분히 고려했어야 한다. 그 부분에서 기획 단계에서든, 현장에서든 게이트키핑을 잘 못한 것 같다. 그러나 확실한 건 의도적으로 위에서 지시했다거나 대통령 당선자에게 줄을 서자 그런 건 아니었다는 점이다. 문제는 기술적인 전문성을 넘어서는 언론인으로서의 균형의식, 중심을 잡는 부분이 부족했던 것이다. 과거 관행에 너무 쉽게 편승한 것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노조에서도 계속 지켜보고 그렇게 가지 않도록 제어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2002년엔 40~50일 정도 모든 프로그램을 모니터하며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했는데 과거 3년간 잘해왔다는 자신감도 있고 해서 올해는 하지 못 했다. 그 부분에 대해 꼼꼼하게 내용 챙기지 못한 데 대해 우리도 일정부분 책임을 느끼는 바다. 총선 등 앞으로 있을 정치적 사안과 관련해서는 잘 감시해 나가겠다.”

-SBS 개표방송과 관련해 공정방송위원회 합의문도 발표됐다. 당초 노조에서 관련자 문책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것보다는 약한 수준 아닌가.

“조사를 해보니 처음부터 계획을 잡고 한 건 아니었다. 위에서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현장에서 적절히 통제하지 못해 생긴 문제였다. 그런데 그런 부분 때문에 위의 사람을 문책하는 게 좀 너무하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대통령 당선자가 서울 시청 앞 현장에 간 것도 바로 직전에 결정된 사항이었다. 어쨌든 공방위 합의를 통해 개표방송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회사 측도 수용한 것이고, 앞으로 정치적 편향성 부분에서 우리 의도와 무관하게 결과적으로 그렇게 비춰진 것에 대해 스스로 책임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삼성, BBK 보도에서 SBS가 지나치게 소극적이었다는 비판도 있었다.

“앞으로 그런 부분에 대해 적극적으로 문제제기할 생각이다. 다만 삼성 보도에 대해선 별 할 말이 없지만, BBK 보도에서는 SBS가 타사에 비해 잘 했다고 생각한다.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물론 BBK의 진실이 뭔지 좀 더 파헤치려는 의지가 부족했던 점에선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의혹이 있다고 해서 그런 것을 다 보도하는 게 맞는지는 의문이다. 다른 방송사에선 어떤 의혹에 대해 보도했는데 왜 SBS는 안 했냐라고 비판하지만, 얼마큼 많이 전달했는지가 판단의 기준이 돼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중심을 잡는 게 중요하다. 이명박 정부 하에서도 그런 중심을 계속 잡아나가는 것을 최우선의 목표로 삼고 나가겠다. 마찬가지로 신중하고 공정하게 보도할 수 있도록 노조가 감시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나가겠다.”

-앞으로 어떤 부분에 주력할 생각인가. 포부를 말해달라.

“올해 사회적으로 큰 변화 있을 것 같은데 2004년 이후 SBS가 3년간 쌓아왔던 자본과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지난 정권에서와 마찬가지 수준에서 해나가겠다. 최상재 전임 위원장이 지금 언론노조(바깥)에서 활동하고 있으니 안의 일을 잘 챙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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