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간방송법, 땡전뉴스하라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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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우상호 대통합민주신당 의원

“모든 언론이 조중동처럼 되란 말인가”

곧 출범할 이명박 정부 미디어 정책은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았을 뿐 측근들의 말을 통해 기본 골격이 사실상 다 나왔다. 신문방송 겸영을 허용하고, 국가기간방송법을 2월 임시국회 혹은 18대 국회 초반에 통과시켜 MBC를 민영화하는 동시에 KBS는 재원의 80% 이상을 수신료로 운영하는 순수공영방송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17대 국회 상반기 문화관광위원회 여당 측 간사를 지낸 우상호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은 지난 3일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홍제동 사무실에서 진행한 〈PD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이명박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미디어 정책은 KBS와 MBC를 각각 권력과 자본의 수하에 두고 입맛에 맞게 ‘관리’하겠다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국가기간방송법, KBS를 방송계의 내시로 만들자는 말”

우 의원이 이날 인터뷰에서 가장 크게 문제를 제기한 것은 차기 정부 미디어정책의 법적 토대가 될 국가기간방송법이었다. 박형준 한나라당 의원 대표발의로 지난 2004년 11월 국가기간방송법이 제출되고 한나라당이 이를 당론으로 채택, 국회통과를 강행하려 할 때마다 우 의원은 “KBS를 정치화하자는 얘기냐”며 앞장서 반대 의견을 개진한 바 있다.

이 당선자 측은 KBS의 전체 예산 중 80% 이상을 수신료로 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순수공영 체제로 변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2009년 11월까지 임기가 보장돼 있는 정연주 KBS 사장의 교체도 가능하다고 이 당선자 측은 주장한다. 국가기간방송법이 근거다.

우 의원은 “말이 좋아 공영성 강화지, 결국 5공 시절처럼 ‘땡전뉴스’를 하자는 얘기”라면서 “국가기간방송법에 따르면 KBS의 예산을 국회가 좌지우지하게 하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방송이 정치권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일본 NHK도 예산 편성을 국회에서 한 이후 (권력에 대한) 비판적 보도 기능을 상실하게 됐다”며 “KBS를 순수공영체제로 변화시키겠다는 이 당선자 측의 계획은 결국 KBS를 사회의 파수꾼에서 방송계의 내시로 만들겠다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이 당선자 측의 MBC 민영화 계획에 대해서도 우 의원은 “사회적 이해는 없고 국민적 혼란과 피해만 가중되는 사안”이라면서 “서민경제를 살리겠다는 사람이 왜 애꿎은 방송을 흔드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우 의원은 그러나 MBC 민영화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전했다. 정권 초기 언론 장악을 위한 포석일 것이라는 해석이었다.

“MBC를 민영화하는데 최소 3조~5조원 정도의 비용이 들 텐데 이 당선자 측은 이를 국민주 혹은 중소기업 컨소시엄으로 충당하면 된다고 한다. 이만한 비용을 어떻게 국민주로 충당할 수 있겠나. 또 아무리 현금보유가 높은 중소기업일지라도 1000억원 이상은 힘든 게 현실이다. 설혹 수십 개의 중소기업을 모아 MBC 민영화에 성공한다 해도 위기 시 증자를 어떻게 하겠나.” 비현실적 대안이란 지적이다.

“MBC 민영화, 현실적으로 불가능…정권 초기 언론 장악 의도에서 비롯한 주장”

우 의원은 이어 “방송문화진흥회의 주식 70%를 시장에 내놓으면 결국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영향력 아래 있는 정수장학회가 30%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대주주가 될 텐데, 독재 권력의 찬탈로 이뤄진 장학회에 MBC를 주는 게 옳은 일이냐”고 따져 물었다. 또 “정수장학회를 설득해 30%의 주식을 파도록 만들어 1조원에 달하는 이익을 안겨 주는 게 사회적 이익일 수 있냐”고 반문했다.

우 의원은 “현재의 ‘다공영 1민영’ 체제가 ‘1공영 다민영’으로 변할 경우 방송광고 단가 역시 두 배 이상 뛸 수밖에 없다”면서 “이렇듯 국민 부담과 혼란만 가중시키는 MBC 민영화를 이 당선자 측에서 벌써부터 계속해 얘기하는 것은 언론을 미리부터 장악하기 위함”이라고 해석했다.

우 의원은 신문방송 겸영 허용 문제에 대해선 큰 우려를 전했다. 그는 “이 당선자 측은 보도전문 채널에 한정해 겸영을 허용하겠다고 하는데 이 경우 현재도 심각한 조중동의 여론 독점화가 더욱 심각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유료방송 시장에는 외국자본의 투자가 허용되는 만큼 외국계 언론기업이 뛰어들어 보도의 정체성을 흐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언론은 권력과 자본에 대한 견제라는 고유의 기능을 다해야만 언론이란 이름으로 불릴 수 있다. 전부 아니라는 사안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권력과 자본의 편을 들다가 정말 어쩔 수 없을 때 마지못해 최소한의 비판을 하는 조중동처럼 모든 언론을 변화시키려 하는 것은 잘못된 언론관이다. 이명박 정부는 정권의 안위보다 언론의 독립성, 자율성, 공정성을 보장하는 게 국민을 위하는 지름길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차기 정부와 여당을 향한 ‘여당 선배’ 우 의원의 당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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