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2008년 영국 방송계 화두는 ‘자성과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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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2008년 영국 방송계 화두는 ‘자성과 변신’
  • 영국=성민제 통신원
  • 승인 2008.01.10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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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끔직한 해 (Annus Horribilis)”. 영국 방송계의 올 한 해에 대한 평가다. 1월에 채널4의 ‘셀러브리티 빅 브라더 (Celebrity Big Brother)’가 인종차별 문제로 시청자들의 비난을 받을 때만 해도, 이보다 더 험난한 앞날이 펼쳐질 줄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하지만 대형 방송사들의 간판 프로그램들 중 일부가 시청자 참여자들을 속이고, 과도한 편집과 연출로 거짓말을 해온 것이 들어나면서 영국 방송계는 그야말로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영국 미디어 종합 규제 기관인 오프콤(Ofcom)은 이에 대해 ‘구조적인 실패’라고 단정하면서 지금껏 방송국들이 그 동안 이것을 부정하는데 급급했다고 평했다. 

▲<셀러브리티 빅브라더 2007> 출연자 제이드 구디(Jade Goody)와 쉴파 쉐티(Shilpa Shetty)

방송에 대한 시청자의 신뢰도에 크게 흠집이 간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까지 공고했던 방송의 높은 가치가 한방에 치명타를 입은 듯 방송사들이 요란을 피운 면도 없지 않다. 매체 환경이 급격히 변화하면서 시청률 경쟁 심화, 수익 구조 약화 등 가뜩이나 불안감이 커진 마당에 일련의 사건들이 그 불안감을 증폭 시킨 탓이 아닐까.

함께 소동을 겪으면서 공감대가 형성된 듯 한 해가 저물어가면서 영국 방송계에서는 이번 사건을 교훈 삼아 다 같이 자성의 시간을 보내고, 협력을 통해 새로운 매체 환경에 적응해 가자는 긍정적인 목소리가 높다. 이미 각 방송국들은 겨울 개편을 통해 진부한 포맷의 프로그램들을 과감히 없애고, 다양한 시도를 선보였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매체 환경 변화에 대비한 주요 방송사들의 협력 체계 구축 노력이 탄력을 받았다는 점이다.

우선 BSkyB의 유료 위성 서비스에 대항해 BBC와 ITV가 2005년부터 준비해 온 무료 디지털 위성 방송 프로젝트인 프리샛(Freesat)에 대한 최종 합의가 이루어졌다. 채널4도 SKY와의 계약이 만료되는 2008년 이후에는 프로젝트에 참가할 것으로 보인다. 언제부터 서비스가 제공될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무료 디지털 위성 방송은 시청자들에게 매우 고마운 일이 될 것이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BBC 월드와이드, ITV, 채널4가 손을 잡고 통합 주문형 비디오 서비스를 개발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캥거루(Kangaroo)라는 명칭의 이 프로젝트는 현재 시험 중인 BBC의 i플레이어(Player)나 채널4의 4OD(4 On Demand)와는 별도로 BBC, ITV, 채널4의 프로그램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서비스가 될 전망이다. 다만, BBC 월드와이드가 BBC 대신 참가한 것을 보면 다분히 상업적인 성격의 프로젝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캥거루 프로젝트는 대형 방송사들이 디지털 시대에서도 여전히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중요한 합의점이 될 것이 분명하다.

어떻게 보면 2007년 한 해는 방송사들이 스스로 시련의 소용돌이를 일으켜 위기감을 증폭시킨 다음 정체성을 새롭게 할 수 있는 모멘텀을 만들어낸 파괴와 재생의 시간이었다고 볼 수 있다. 마치 스스로 반전의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된 것 같은 모양새다. 그리고 인터넷 매체의 분산적이고 해체적인 특성의 반대편에 뭉쳐 대중매체의 필요성과 공영성을 강조하면서 힘을 키우는 것이 답이라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한 해 동안 방송사들 간의 협력 체제와 공감대가 형성된 반면, 한편으로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방송사들과 좋은 관계 속에서 무럭무럭 성장해온 독립제작사들이 방송계의 잘못을 짊어지고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이미 BBC는 문제가 됐던 여왕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외주 제작한 RDF에 책임을 넘기면서 RDF와 모든 제작 관계를 청산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07년 영국 방송계, 2008년에는 까다로운 영국 시청자들의 믿음을 되찾을 수 있을까? 그들의 자성과 변신이 기대된다.

영국=성민제 통신원/ 프리랜서 프로듀서, ludologis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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