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사비어천가' 부르는 TF1의 숨겨진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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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프랑스의 최대 민영방송사인 TF1은 프랑스 최초의 TV 방송사로 1935년 1월13일 개국했다.  ‘라디오 PTT 비전’이라는 이름으로  파리시 외 100km 반경을 송신하면서 프랑스에 최초로 TV 시대를 연 이후 1963년 현재의 국영방송(F2, F3, F4, F5)의 전신인 RTF가 개국하기 까지 28년간 프랑스의 유일한 TV 방송사로 군림했다.

1974년 오늘의 이름인 TF1(Television francaise 1)으로 명칭이 바뀌고 1986년 당시 수상이던 자크 시라크 정부의 방송법 개정과 공영방송 민영화 조치에 의해 건설 재벌 프랑시스 부이그(francis Bouygues)의 소유로 넘어간 후 TF1은 한차례 심각한 체질 개선 홍역을 겪게 된다. 국영, 공영 방송이 하루아침에 민간 기업 소유의 사립방송으로 바뀌게 되자 직업적 신념에 반하는 직장에서 일할 수 없다는 이유로 많은 기자들과 방송요원들이 TF1을 떠났다.

그러나 당시로서는 ANTENNE 2(현재 국영방송 F2의 전신)에 뒤지고 있던 시청률을 끌어 올리는 길만이 방송사의 생존 전략이라는 TF1 새 경영진의 믿음은 인기 스포츠의 방송 독점권 확보와 스타 MC들을 대거 기용하는 쇼, 오락 프로그램 그리고 인기 있는 미국 드라마 등을 내세우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편성전략으로 시청률 사냥에 나섰다. 덕분에 오늘날 TF1은 프랑스 최대 민방이자 최고 시청률과 광고 수입을 올리는 거대 방송사로 성장하게 되었다.

외적으로 보여지는 TF1의 변신과 성장 과정 그리고 성공의 결과만을 놓고 본다면 자금과  경영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방송사들이 벤치마킹 해보고 싶은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을듯한데 프랑스 방송계에서 센느 강가의 불로뉴 탑이라 불리우는 TF1 본사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풍경은 외적인 성장만큼 아름다운 풍경은 아니다.

지난주 5명의 TF1 보도국 기자들이 공동으로 <신사 숙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프랑스 최고 뉴스의 숨겨진 내용>이라는 책을 발간했다. 이들은 이 책에서 프랑스 최고 뉴스 시청률을 자랑하는 TF1 보도본부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최고답지 못한 행태를 고발하고 있다.

보도 본부장이 정권의 부탁을 받고 취재의 방향을 바꾸게 하고, 범죄사실이 인정된 정부 실력자 가족의 인터뷰를 빼버리는가 하면, 일부 기자들은 데스크에서 정해 놓은 취재방향에 따라 악의적인 편집으로 사실을 왜곡하는 언론인답지 못한 행위가 이루어지는 곳이 불로뉴탑 2층 보도본부의 모습이라고 한다.


1987년부터 현재까지 8시 메인 뉴스의 앵커를 맡고 있는 파트릭 뿌와브로 다르보르(PPDA) 는 그의 대중적인 인기와 인지도를 내세워 지나친 독선으로 8시 뉴스팀의 분위기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기자의 리포트를 자신의 멘트로 대체하는 월권도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한다. 주말 여성 앵커인 끌레르 샤잘은 뉴스의 원고보다 화장과 외모 치장이 더 중요한 TF1의 마리앙트와 네트라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연말 특별 연금법개정에 반대한 공공노조 파업당시 대중교통노조의 파업을 노골적으로 비판해 구설수에 오른 1시뉴스의 장 피에르 페르노 앵커는 기선을 잡은 우파 정권의 충실한 소 같은 처세를 하고 있다는 악평을 받았다.

익명을 요구하는 5명의 기자들은 이와 같은 TF1의 간판 앵커들과 보도본부 책임자들 그리고 경영진이 지난 대선 2차 결선 투표 날 공식 발표가 나기도 전인 오후 6시 30분 TF1본사의 귀빈실에 주요 광고주들을 초정해 사르코지 후보 당선 축하 연회를 성대하게 치렀다는 사실을 공개하면서 가장 많은 프랑스인들이 시청하는 뉴스의 독립성과 객관성에 관해 성찰과 반성을 요구했다.

TF1 경영진은 책의 내용에 관해 현재까지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하지 않고 있으나 보도본부 경제팀의 컴퓨터를 도난 방지를 이유로 새벽에 회수하고 기자들의 업무 일지를 확인하는 프로그램을 분석하며, 직원들이 업무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그룹사 소유의 휴대전화 통화 내역을 조사하는 등 익명의 저자들을 색출하기 위한 고발자 색출 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민영방송이 기업으로서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시청률을 높이고 광고 수입을 극대화 시키는 부분에 대해 비난을 받아야 할 이유는 없겠지만, 프랑스 최대의 방송사인 TF1의 지나친 정권 사모곡과 행보는 직장인 이전에 언론인이라는 사회적 소명을 생각하고 그 의무를 실천하려는 이름없는 5인에 의해 진지한 질문을 받고 있다. “방송이 이래도 되는 겁니까?”

파리=이지용 통신원/ KBNe  France 책임프로듀서, kbnefr@gmail.com/ www.kbn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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