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과세, 이제 성역은 없다
상태바
종교인 과세, 이제 성역은 없다
MBC <뉴스 후> <100분 토론> 잇따라 제기, 논쟁 불씨 지펴
  • 김고은 기자
  • 승인 2008.02.04 11: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종교인 과세 논란이 뜨겁다.

‘금기’에 가까웠던 종교인의 과세 문제가 며칠 만에 ‘뜨거운 감자’가 됐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은 MBC의 보도였다. MBC는 최근 〈뉴스 후〉, 〈100분 토론〉 등을 통해 종교인 과세 문제를 꺼내들었고, 격렬한 찬반 논쟁에 불씨를 지폈다.

〈뉴스 후〉는 지난달 26일부터 ‘세금 안 내도 되는(?) 사람들’을 주제로 3부작에 걸쳐 방송하고 있다. 지난해 3월 ‘목사님, 우리 목사님’편에서 대형교회의 세습과 재산 축적의 실태를 고발한데 이어 10개월 만에 교회와 절 등의 과세 문제를 공론의 장으로 꺼낸 것이다.

1월 26일 첫 방송에선 ‘공익을 위한 비영리단체’란 이유로 면세 혜택을 받고 있는 일부 성직자와 대형교회를 집중 조명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다녀 유명해진 소망교회, 세계 최고 규모의 여의도 순복음교회 등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알만한 대형교회들이 도마에 올랐다.

▲ 지난달 31일 '100분 토론-종교인 과세 논란' 편에 출연한 이억주 한국교회언론회 대변인(왼쪽)은 '뉴스 후' 방송과 관련해 "불쾌하고, 혼란스럽다"고 토로했으며 이필완 감리교 목사는 "교회가 정신차려야 한다"고 말했다. ⓒMBC
소망교회의 곽선희 목사는 강남 노른자위 땅에 위치한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에 아내와 단 둘이 살고 있다. 게다가 그가 몰고 다니는 차량은 국내에 15대밖에 없다는 3억 원 가량의 스포츠 카. 어떻게 된 것이냐 제작진이 물으니 그는 “성도들이 줬는데 뭐가 문제냐”는 대답만 내놓았다.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는 경기도 남양주시의 전원주택에서 거주하고 있다. 강가를 끼고 있는 이곳은 땅값만 시가로 무려 24억 원. 주택의 시가는 값을 매길 수 없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말이다. 그런데 김 목사는 여태껏 소득세를 내본 적이 없다.

이 같은 방송이 나간 뒤 네티즌들 사이에선 뜨거운 논란이 일었다. 국민의 4대 의무 중 하나인 납세의 의무가 종교단체와 성직자들에게만 예외인 까닭을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포털 사이트 ‘다음’에선 ‘종교인들도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는 서명이 진행 중이다. 이 서명에 참여한 네티즌은 목표치 5000명을 훨씬 상회한다.

종교계의 반발도 컸다. 한국교회언론회는 지난달 28일 성명을 내고 〈뉴스 후〉가 “기독교 지도자에게 비난의 타깃을 맞추고 있다”며 “한국교회 지도자들도 이번 방송이 한국교회를 흠집 내려는 공중파의 저의임을 분명히 알고, 한국교회의 선교를 위하여, 검소와 절제로 우리사회에 좋은 본을 보여 주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31일 MBC 〈100분 토론〉 ‘종교인 과세 논란’편에 출연한 이억주 한국교회언론회 대변인도 “불쾌하고 혼란스럽다”며 “교회와 성직자에 대한 신뢰에 문제가 될 수 있는 방향으로 편성을 했다”고 MBC를 질책했다.

▲ 2일 방송된 MBC '뉴스후-세금 안내도 되는 사람들' 2편의 한 장면. ⓒMBC
이 같은 종교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MBC 〈뉴스 후〉는 지난 2일 ‘세금 안 내도 되는(?) 사람들’ 2편을 방송했다. 시중에서 6~7%의 저금리로 대출을 받아 규모를 확장하는 교회와, ‘교회라면 대환영’이라는 듯 저금리의 근거들을 만들어주고 있는 금융권과 관련법들이 도마 위에 올랐다.

〈뉴스 후〉의 취재 결과, 실제로 많은 교회들이 저금리 혜택을 받아 대형교회로 규모 확장을 꾀하고 있었다. 전체 금융권에서 교회 대출 잔액을 살펴보니 무려 4조원. 세계 최고 수준의 음향 시설을 갖추고 있다고 자랑하는 연세중앙교회는 은행으로부터 335억 원의 대출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의 모 교회는 성전 건축을 앞두고 300여 명의 장로와 집사 임직식을 가졌다. 그리고 300억 원을 목표로 헌금을 하라고 주보에 명시한데 이어, 각 직분별 헌금 목표 금액까지 정해뒀다.

뿐만 아니라 많은 교회들이 땅 투기에 뛰어든 상태며, 여기에 부동산실명제 위반 등 온갖 불법과 탈법 행위들이 행해지고 있다.

방송이 나간 뒤 많은 시청자들은 분노하고 있다. 〈뉴스 후〉 시청자게시판엔 700여 건의 글이 올라왔고, 인터넷 토론방에선 활발한 토론도 진행 중이다.

〈뉴스 후〉는 2일 방송 말미에 “취재팀이 어떤 큰 교회의 회계장부를 입수했는데, 그 내용은 정말 놀라웠다”며 “다음 시간엔 이회계장부와 함께 종교계의 자정 능력에 대해 살펴보겠다”고 밝혀, 16일 방송될 ‘세금 안 내도 되는(?) 사람들’ 3편은 더 큰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한편 〈뉴스 후〉 등 MBC의 각종 보도에 따른 종교계의 긍정적인 변화도 모색 중이어서 주목된다. 여의도 순복음교회는 1일 “교회 소유 재산을 가능한 한 모두 재단법인 순복음선교회에 편입시키려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단법인에 편입되면 교회 재산이 외부로 공개되고 정부기관으로부터 엄격한 관리를 받게 된다. 최소한의 회계 투명성이 보장될 수 있는 것이다.

김고은 기자 nowar@pdjournal.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