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하기위해 결정한건 아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청와대 부대변인으로 선임된 김은혜 MBC 기자

MBC 김은혜 기자가 청와대 부대변인이 된다. MBC는 12일 오후 4시 30분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김 기자의 MBC 퇴사와 청와대 진출 경위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예정보다 15분가량 늦게 도착한 김 기자는 “방금 전에 사표를 냈다”면서 “갑작스럽게 내린 결정이라 미리 알려드리지 못해서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기자는 청와대에서 자신의 보직에 대해 “구체적으로는 부대변인”이라고 설명하며 “외신담당 비서관 역할도 하게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으로부터 비례 대표 출마 제의가 있었다는 설과 관련해 김 기자는 “솔직히 그 제의는 4년 전부터 있었다”고 밝혔다. 또 “전국구 비례 대표 1번 제의도 받았다”고 털어놨다. 

▲ 청와대 부대변인으로 가게 되는 김은혜 전 MBC 기자 ⓒMBC

김 기자는 자신이 정치를 하기 위해 청와대로 가는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그는 “정치를 하고 싶었다면 4년 전 제의를 받았을 때 갔을 것”이라며 ‘퍼블릭서비스(사회봉사, 행정)’를 위한 것임을 누차 강조했다.

김 기자는 또 이명박 정부 측의 MBC 민영화 추진에 대해서도 “내 권한 밖의 대답”이라며 “구체적으로 대답 드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 같다”고 대답을 회피했다.

그는 또 “기자가 천직이라고 하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면서도 “기자 정신만 유지한다면 꼭 기자가 아니어도 그 정신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김은혜 전 MBC 기자는 1993년 MBC 보도국에 입사해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등을 거쳐 〈뉴스데스크〉와 〈뉴스투데이〉 앵커로 활약했다. 여성 최초의 정치부 출입기자, 기자 출신 앵커 등의 기록을 갖고 있다. 저서로는 ‘나는 감동을 주는 기자이고 싶다’, ‘아날로그 성공모드’ 등이 있다.

김 전 기자는 12일 최문순 MBC 사장에게 청와대 진출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기자는 13일부터 청와대 쪽에서 일하게 된다.

다음은 김은혜 전 MBC 기자와의 일문일답.

-결정하게 된 계기와 경위는

사실은 아주 최근에 청와대 쪽에서 영입 제의를 받았다. 그리고 주변 분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가족들과 상의를 거쳐서 제의를 수락하기로 결정했다.

-한나라당 비례 대표 제의가 있었다던데?

솔직히 얘기하면 그 제의는 4년 전부터 있었다. 전국구 1번을 제의받은 바 있었다. 많은 분들이 저의 오늘 결정이 국회의원이나 정치 쪽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추측을 많이 하지만, 지금 결정은 제가 정치에 관심 있어서가 아니라 얼마 전부터 퍼블릭서비스 분야에서 경험해보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자로서 제가 추구했던 가치와 크게 다르지 않게 구현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서 결정하게 됐다. 비례대표 생각이 있었다면 4년 전에 갔을 거다. 지금은 생각이 없다.

-당시에도 한나라당으로부터 제안이 있었나?

복수의 당에서 제의가 있었다.

-평소 기자로서 소신과 주관이 이명박 정부와 맥을 같이 했나?

처음 기자를 지원하고 또 기자로서 생활하면서 초심처럼 생각한게 있다면 약자에게 약하고 강자에게 강하자는 거였다. 기자를 하면서 그리고 앵커를 했을 때부터 놓치지 않고 초심처럼 생각했다.
정치를 하러 가는 게 아니라 보다 상처받고 위로 받아야 할 사람들에게 행정적인 보살핌이나 어두운 사람들에게 빛을 비추고 빛과 소금이 되는 역할을 하기 위해 결심하게 됐다. 제 가치를 퍼블릭서비스에서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이 제 대답의 전부다.

-이명박 당선자와는 인연이 있었나?

전혀 없다. 공교롭게도 정치부 기자를 3년 했는데 그때 그 분을 취재할 수 있는 기회 전혀 없었던 것 같다.

-기자로서의 가치를 이루고 싶었다면 굳이 청와대로 갈 필요가 없지 않았나.

퍼블릭서비스는 사실 정당에서 하기 힘들지 않은가. 정당에선 입법 주체로서 활동하는 거다. 청와대는 정치보다는 제가 구현하고자 하는 행정적인 공부를 하는데 있어서 많이 배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제 질문을 하는게 아니라 대답을 하는 입장이 됐다.

사회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하는 것도 제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15년 동안 국민의 소리를 듣는 최전선에 있었다면 국민을 위로하는 정책을 펴는 가교 역할을 미미하게나마 해야 하지 않을까. 사실상 ‘야곱의 사다리’처럼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정책 결정 과정에서 보다 매끄러운 조정자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좋겠다. 제가 최소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열심히 노력하겠다.

-예전 인터뷰에서 기자가 천직이라고 했는데.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 생각은 변함 없지만 퍼블릭서비스에서 기자 정신을 구현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자로서 내가 간직했던 가치와 정신에 어긋나지 않게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효율적으로, 직접적으로 전달될 수 있다면 그 또한 기자 정신의 구현이라고 생각한다.

-향후 방송에 복귀할 의향이 있나?

15년 동안 지금의 제가 있기까지 보살펴주고 애정으로 지켜줬던 MBC를 떠나면서 많은 고민을 했고 지금도 마음이 무겁다. MBC가 베풀어준 사랑을 간직하면서 떠날 거다.
언제 다시 돌아올 것인가 하는 질문은… 사실 내일부터 출근해서 새로운 분야에 적응해야 하는데, 일단 적응하고 생각해야 할 것 같다.

-MBC로서는 섭섭할 것 같다.

오늘 처음 회사에 인사를 드렸는데 어떤 분은 저를 감금해야 한다고 얘기해서 과분하고 복이 많다고 생각했다. 물리적으로 MBC에 없어도 그 동안 MBC를 떠났던 많은 선배들이 MBC 이름을 빛내주신 것처럼 제가 떠나더라도 MBC 이름에 누가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이번 결정은 인생의 제3의 출발이나 다름없다. 그 모든 근저에는 보다 새로운 공부를 하고 싶다는 도전과 열망이 있는 거 같다. 기자로서 회사에서 많은 보탬을 주셨는데 또 다시 출발하는 게 MBC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