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지금 ‘고정프로 드라마’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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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작드라마 틈새 노려 시청자 사로잡아

‘고정프로 드라마’라는 용어는 참으로 어색하다. 고정프로 드라마는 중국어로 ‘란무쥐’라는 명칭이 사용되고 있고, 영어로는 ‘Program Plays’, ‘TV Column Plays’로 각기 궁색한 표현법을 사용하고 있다. 중국어로 ‘란무’는 정해진 시간대에 고정적인 성격으로 방송되는 프로그램을 가리키며, ‘쥐’는 드라마를 의미한다. 따라서 란무쥐는 대략 시트콤과 유사한 성격을 갖고 있으며, 대부분 해당지역의 방언을 핵심 언어로 택하고, 때로는 스튜디오의 방청객이 참여해 들어오는 경우도 있는 독특한 장르다.

지방 방언을 사용한다는 것은 현지인들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방법이다. 게다가 중국과 같이 지역 간 방언의 차이가 극심한 곳에서는 자신들의 영역에서만 알아들을 수 있는 방언으로 방송이 된다는 것은 극히 매력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사회 일반뉴스를 소재의 출발점으로 삼기 때문에 그때그때 상황적인 관심사를 부각시키는 효과가 있어 시청자들의 환영을 받는다. 또한 연속극과 달리 매회 다른 소재를 다루고 있어 바쁜 현대인의 라이프 스타일에도 적합하다.

제작자 입장에서 가장 큰 장점은 저렴한 제작비다. 중국 드라마 제작비는 기타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일반적으로 회 당 약 3000만원 이상의 비용이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고정프로 드라마는 그것의 1/10 비용으로 제작이 가능하며, 심지어는 이보다도 낮은 비용으로 제작되고 있다.

▲ 중국 고정프로 드라마 <사위 하나 아들 반>

중국 내 첫 고정프로 드라마가 방영된 것은 14년 전 충칭지역에서 <우두예화(霧都夜話)>가 방송되기 시작하면서부터의 일이었지만, 이러한 유형의 프로그램이 첫 시발지였던 서남지역에서부터 중국 전역까지 영향력을 확대하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청두 지역에만 7개의 고정프로 드라마가 다양한 채널에서 서로 다른 시간대에 방영되고 있다고 한다. 중국 내에서 경쟁력을 과시하는 일부 지역에는 고정프로 드라마를 심지어 15개 이상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이에 따라 2006년은 고정프로 드라마의 해라고 일컬어졌으며, 2007년은 고정프로 드라마 발전의 최고봉이라고 평가된 바 있다.

고정프로 드라마가 주목을 받기 시작한 이유는 사실상 지방 방송사들의 경영상 어려움 때문이다. 중국에는 약 2000여 개의 방송사가 있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가장 많은 숫자에 속한다. 이는 중국에서 과거 현급(우리나라의 ‘구區’에 해당) 행정소재지까지 모두 방송사를 만들려고 했던 정책의 소산물이다. 한번 만들어진 기구가 축소되기는 어려운 법. 결국 여러 군소방송사들은 경영상의 어려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유지를 할 수 밖에 없게 되고, 방송 콘텐츠를 구입할 능력이 없는 경우에는 방송사가 ‘해적 방송’ 즉, 타사 방송사의 콘텐츠를 몰래 불법 방송하는 경우까지 생겨났다.

게다가 최근 들어서는 전국을 커버하는 대형방송사들이 대작 드라마를 제작해 안방극장을 석권하고자 하는 시도를 하고 있어 해당 지역 시청자만이라도 부여잡으려는 지방 방송사로서는 고정프로 드라마가 효자 콘텐츠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고정프로 드라마는 ‘기관투자자’가 대형자본을 투입해 큰 행보를 하는 틈새로 시청자의 입맛에 맞는 콘텐츠를 제공해 사랑을 받고 있는 ‘개미군단’이라고나 할까?

북경=이재민 통신원/ 게오나투렌 중국투자자문 이사, 북경대 박사, leejm0219@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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