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코지 공영방송 광고 폐지 선언 후폭풍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몇 년간 프랑스 방송사 대표들은 광고 시간 증가를 정부에 요구해 왔다. 물론 광고수익을 증대시키기 위해서다. 하지만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 요구에 정반대의 대답을 내놓았다. 국영방송에서 광고를 전면폐지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지난 달 8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 계획을 발표하면서 “1986년 통신 자유화 법안을 만들면서부터 이 날을 기다려 왔다”고 말했다. 통신 자유화 법안이란 TF1 채널의 민영화 법안을 말한다.

같은 날 프랑스 텔레비지옹 대표 패트릭 드 카롤리 역시 “2년 전 취임한 후, 광고폐지 방안에 대해 준비해 왔다”면서 재정구조를 바꾸는 개혁을 시행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 조치가 방송의 공영성을 강화시켜 줄 것으로 기대했다. 프랑스 방송위원회(CSA) 위원장인 미셸 보이용 또한 지난 달 22일 방송위원회의 회의에서 “광고폐지를 통해 방송이 광고의 독재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이 내세우는 논리는 간단하다. 민간 채널은 민간 자본에 의해 운영하고, 국영 채널은 국가 재정에 의해 운영한다는 것이다.

▲ France 3 홈페이지

하지만 국영방송 재원 조달문제는 간단하지가 않다. 프랑스의 국영방송인 프랑스 텔레비지옹(France Television)은 공중파로 France 2, 3, 4, 5 번과 해외영토에 방영하는 ‘France O’를 운영하고 있다. 운영자금의 약 70%는 가구별 연간 116유로인 시청료로 충당되고 있다. 하지만 법에 의해 다른 수익사업을 할 수 없어 나머지 약 30%의 운영자금이 광고수익에서 나오는 실정이다. 이 30%에 해당하는 8억 유로를 어디에서 구할 것인가가 문제다.

물론 프랑스 정부도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미디어와 관련된 분야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법이다. 1억 7천만 유로는 컴퓨터와 전화기 등의 전자기기 거래에, 2억 유로는 휴대전화와 인터넷 사용료에 세금을 부과해 충당한다는 것이다. 4억 유로 남짓한 나머지 금액은 국영방송의 광고 폐지 후 추가 수익을 얻을 민영 방송에서 세금으로 부담한다는 것이다.

민영방송 측에서는 광고수익이 늘 수 있으나 양날의 칼처럼 세금 부담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민영방송 M6 대표 니콜라 타베르노스트(Nicolas de Tavernost)는 <르 몽드>와 가진 1월 24일자 인터뷰에서 “이미 TV 광고가 다른 미디어에 비해 특히 많은 세금을 부담하고 있다”며 국영방송 운영을 위한 세금 증가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프랑스 텔레비지옹 3는 1월 마지막 주 4일간 저녁 7시 뉴스에서 광고폐지에 대한 4분 정도 분량의 연속 기획물을 방송했다. 첫 방송인 지난 달 28일에는 프랑스 텔레비지옹 건물에 벼락이 떨어지는 장면을 내보내 광고폐지안의 충격을 표현하기도 했다. 지난 달 30일 방송에선 미디어 사회학자 장-루이 미시까(Jean-Louis Missika)가 “정부가 세금을 부과해 재원을 마련한다지만 결국 그것 역시 소비자들이 부담하게 되는 것”이라며 정부의 안이한 대책을 비판했다.

이 방송은 자사의 민영화 의혹에 대해서도 보도했다. 재원조달을 위해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정부가 국영방송 가운데 하나를 매각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매각대상으로 프랑스 텔레비지옹 3이 점쳐지고 있다. 예능채널인 4번과 교육방송 격인 5번과는 달리 종합채널인 2번과 3번은 성격이 겹치기 때문이다. 프랑스 텔레비지옹 3 기자조합의 장-프랑스와 떼알디(Jean-Francois Tealdi)는 “국영방송이 하나의 시각만을 제공한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문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랑스 텔레비지옹 3 대표이사인 제네비에브 지아드(Genevieve Giard)는 “민간에 매각되는 일은 전혀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으나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프랑스 정부의 바람대로 광고폐지가 방송의 공공성 강화로 이어질지 아니면 결국 국영방송 매각과 세금부담 증가로 방송의 상업성만 짙어질지 프랑스 방송은 기대반 걱정반인 모습이다.

프랑스=표광민 통신원/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 정치학 석사과정, ppiokm@hotmail.com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