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현지 생방송의 ‘맛’을 느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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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제작기] MBC 〈생방송 화제집중〉 ‘니하오~ 베이징’

▲ 이영백 PD
2008년 2월 6일 생방송 시작 두 시간 전. 베이징 왕푸징 거리(서울의 명동 같은 베이징 중심의 쇼핑거리).

오프닝에 출연할 무용단과 함께 열심히 동선을 맞춰보고 있다. 그런데 어디선가 느닷없이 등장한 경찰, 어디서 허가를 받았냐며 다짜고짜 출연진과 제작진을 길에서 쫒아낸다. 지난 한 달 동안 북경PD특파원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해서 겨우 위성 송출과 장소 사용에 관한 모든 문제들을 깔끔하게 정리했는데 이제 와서 또 경찰들이 엉뚱한 소리를 해댄다. 미칠 노릇이다.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출연자들 동선도 다시 맞춰봐야 하고 카메라도 한 번 움직여 봐야하는데, 이런, 참. 각종 서류와 관련 공무원을 동원해 우리가 공식적인 절차를 밟아 정당하게 생방송을 준비하고 있음을 확인시킨 후에 다시 연습에 들어간다.

▲ 진행을 맡은 김정근, 최현정 아나운서 ⓒMBC
카메라 리허설을 위해서 중계차로 가는데, 어라, 중계차안의 모니터가 다 꺼져있다. 발전차가 고장 났단다, 이런 젠장. 방송 전까지 수리할 수 있냐는 물음에 문제없단다.(沒問題-메이원티). 노파심에 직접 현장에 와 있던 우리 부장은 혹시나 싶어 서울에 연락해 스튜디오에 비상 진행자까지 대기시킨다.

발전기가 다시 돌아가지만 시간은 이미 방송 30분 전, 카메라 리허설도 못해보고 생방송을 진행한다. ‘플레이’라는 말을 못 알아듣는 비디오맨과 ‘팬원샷바스트(pan one shot bust)’라고 외쳐대도 꼼짝도 안하는 카메라맨들.

나도 물론 어떻게 말해야 그들이 움직여줄지 한 마디도 할 줄 모른다. 제작비 절감과 그래도 중국 현지 생방송인데 현지 스태프들과도 같이 한번 호흡을 맞춰봐야지 하는 ‘무모한’ 호기 때문에 우리 스태프들 반 중국 현지 스태프들 반으로 중계제작 인원을 꾸렸다. 그렇게 그들과 70분 동안 정말 숨 한 번 편하게 쉬어 보지 못하고 방송을 진행했다.

▲ 양거(秧歌) 를 추는 무용단 ⓒMBC
미리 호흡 한 번 맞춰보지 못한 것은 위에 이야기한 두어 가지 이유와 중국 사람들 특유의 여유와 자신감(만만디)이 큰 몫을 차지한다. 무엇이든 미리 한 번 같이 해보자고 하면 ‘아무 문제없다, 현장에서 직접 해보면 다 된다’는 그들의 이야기에 ‘꾼’들끼리 하는 일인데 설마 무슨 일이야 있겠어 하고 낙관한 내 안일함 덕분에 나는 정말 ‘최고의 짜릿함’을 느끼며 방송을 끝냈다.

베이징올림픽이 열리는 올해 2008년은 그 어느 때보다 중국에 대한 관심이 높고 또 올림픽이 시작되면 방송사에서는 다양한 중국 현지 생방송을 마련할 것이다.

기왕에 중국 관련 프로그램을 준비할 거라면 우리가 먼저 생방송 한 번 제대로 해보자는 국장의 의견(?)에 북경특파원 김태현 부장은 중국 내의 방송과 관련한 거의 모든 부서 관련자들을 접촉해 위성 생방송 허가를 받아냈고 〈화제집중〉 팀에서는 올림픽과 설을 맞는 중국 사람들의 생생한 모습을 화면에 담기 위해 카메라를 메고 중국 각지로 뛰어들었다.

그렇게 발로 뛰며 준비한 설 특집 〈생방송 화제집중〉 ‘니하오~ 베이징’ 은 우리 방송 사상 처음으로 중국 현지에서 70분 동안 무사히 위성 생방송으로 진행됐다. 좀 더 정교하게 방송을 준비하지 못해 많은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그래도 최초로 시도한 중국 현지 생방송이 큰 문제없이 방송이 된 것만으로도 우리 방송 종사자들에게는 큰 의미가 있는 일이다.

▲ 베이징 마스코트인 ‘푸와’ ⓒMBC
우리나라에서 생방송을 준비한다면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여러 가지 사항들이 중국에서는 아직도 많은 제약 때문에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기본적인 장소 선정과 위성 송출, 중계차 사용 문제를 처리하는데 만도 제법 만만찮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 방송을 준비하면서 우리는 중국 방송과 관련한 나름대로 중요한 인맥과 요령을 ‘개척’하고 ‘터득’했다. 다른 한편으로 이번 방송은 또 우리에게 중국이란 나라가 정말 무궁무진한 이야기꺼리를 가진 곳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실감하는 좋은 계기가 됐다.

새로운 이야기와 ‘모험’에 도전하는 것은 방송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해보고 싶어 하는 일이다. 더구나 극도의 집중과 긴장이 한 방에 해소되는 생방송의 묘미를 즐기는 분들이라면 ‘중국 현지 생방송’을 꼭 한 번 해보시길 ‘강력추천’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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