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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정 사장 사퇴요구, 하지만 퇴진운동은 않겠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위원장 박승규)가 20일 특보를 발행하고 ‘사장 관련 KBS 노동조합 비상대책위원회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 같은 결의문은 19일 열린 KBS 노조와 비상대책위원회 결과에 따른 것으로 사실상 정연주 사장에 대한 퇴진을 요구했다.

▲ 2월 20일자 KBS 노조 특보
KBS 노조는 결의문에서 “최근 조합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80%가 넘는 응답자가 ‘정사장에겐 KBS의 미래를 헤쳐 나갈 능력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이제 KBS의 미래를 위해 정 사장은 사퇴하는 것이 옳다”고 밝혔다.

그러나 KBS 노조는 이번 특보에서 ‘무능경영’의 책임을 들어 정 사장의 공개적인 퇴진 운동보다는 KBS 미래를 위해 매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KBS 노조는 “비대위는 치열한 논의 끝에 정 사장의 거취 문제에 대한 공개적 입장을 표명하는 것으로 이 문제를 매듭짓고 앞으로는 KBS의 미래를 설계하는 활동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로 했다”며 “조합은 CEO로서 이미 생명력을 다한 정 사장에 대한 퇴진 운동과 같은 활동으로 힘을 소모하는 것은 전술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조는 “조합이 앞으로 힘을 모아야 할 곳은 일부 언론을 통해 벌써부터 논의돼 오고 있는 차기 사장과 관련한 문제와 공영방송 KBS를 위한 법과 제도적 틀을 마련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KBS 노조의 이 같은 입장은 결의문에도 고스란히 담겼다. 결의문 앞쪽에서는 정연주 사장의 자진 퇴진을 요구하면서도 결의문 뒤쪽에서는 차기 KBS 사장에 관한 기준을 제시했다. KBS 노조는 “우리는 차기 사장과 관련해 특정인물을 놓고 KBS의 미래를 설계하는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의 관심사는 공정한 사장 선임구조를 담보하는 공영방송의 시스템”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KBS 노동조합 결의문 전문이다.

 

사장 관련 KBS 노동조합 비상대책위원회 결의문

공영방송 KBS의 미래가 백척간두에 섰다. 정권의 음습한 공영방송 장악 시도는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예산을 국회가 통제하겠다고 한다. 공영방송을 정파들의 이해관계가 얽히는 이전투구의 무대로 삼겠다는 것이다. 관제 방송들을 공영방송에 갖다 붙여 아예 국영방송으로 삼겠다는 의도도 감지된다. 방송시장 재편을 틈타 공영방송을 멋대로 주무르고 굴복시키려는 정권의 욕망 또한 여전하다.

모두 KBS를 이끌고 있는 경영진이 풀어나가야할 중요한 과제다. 그러나 오늘 우리 경영진의 모습은 어떠한가? 경영 환경 탓하며 해마다 수백억 적자로 조직을 멍들게 하고 있다. 편파시비 속에 공영방송은 끊임없이 정쟁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공영방송의 생명줄이라며 사운을 걸고 추진했던 수신료 인상 실패는 구성원들을 절망으로 몰아넣었다. 실패한 조직개편 역시 후유증을 넘어서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결론은 분명하다. 노동조합은 현 경영진에게서 더 이상 KBS의 미래를 읽지 못한다. 최근 조합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80%가 넘는 응답자가 "정 사장에겐 KBS의 매를 헤쳐 나갈 능력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제 KBS의 미래를 위해 정 사장은 사퇴하는 것이 옳다. 노동조합도 더 이상 무능한 경영진에게 우리의 매를 내맡기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겠다. 우리 구성원 스스로 우리의 미래를 열어갈 것이다.

우리의 과제도 분명하다. 독립된 시장을 경영진으로 맞기 위해서 법적 장치 확보는 무엇보다 절실하다. 디지털 시대 공영방송의 역할과 규제방식에 대해서도 새로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안정적인 재원확보 방안도 필수다.

우리는 이를 실천하기 위해 '정권으로부터 독립된 공영방송'의 원칙을 철저하게 견지해 나갈 것이다 .이는 지난 1988년 노동조합이 설립된 이후 단 한 번도 놓지 않은 본원적 가치다. 공영방송 KBS의 정치적 독립은 정권교체 이후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차기 사장을 판단할 때도 가자으 중요한 기준이다. '방송독립'은 노동조합의 역사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방송을 제대로 아는 인물'은 정치적 독립 못지 않은 소중한 기준이다. KBS는 더 이상 방송 비전문이 경영수업을 쌓는 곳이 아니다. 도덕성 또한 공영방송의 수장이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이다. 비도덕적인 인물이 사장으로 있는 공영방송이 그 소임을 다할 수 없다.

우리는 차기 사장과 관련해 특정인물을 놓고 KBS의 미래를 설계하는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관심사는 공정한 사장 선임구조를 담보하는 공영방송의 시스템이다. 이 모든 과제들을 풀어나감으로써 공영방송 KBS가 시청자로부터 사랑받는, 그리하여 우리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자산이 되도록 구성원 모두 떨쳐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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