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손관수 기자, 사내 게시판 통해 노조에 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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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손관수 기자, 사내 게시판 통해 노조에 쓴소리
"지금은 방송의 독립성을 생각할 때"
  • 이기수 기자
  • 승인 2008.02.21 1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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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관수 KBS 기자가 KBS 사내 게시판에 박승규 위원장과 KBS 노조를 향해 날선 비판과 충고를 담은 글을 올려 화제가 되고 있다. 손 기자는 21일 KBS 사내 게시판에 실명으로 A4용지 4쪽 분량의 ‘박승규 위원장님께’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손 기자는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리게 된 계기에 대해 “더이상 침묵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며 “노조가 비대위까지 열고 ‘사장 관련 결의를 내는 건 상당히 정치적인 행위”라며 “방송의 독립성을 잃어버릴 수 있는 중요한 상황인데 노조는 그것을 사장의 문제로만 보고 있고, KBS를 공격해온 정파적인 정당들의 요구에 충실하게 기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손 기자는 “지금의 상황이 그대로 진행되면 공영방송 KBS가 대내외적으로 일부 ‘방만하다’고 지적받는 문제, 방송환경에서 판로를 열어야 하는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직을 추스르고 개편하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며 “그것은 바로 사람을 줄이는 것인데 노동조합으로서 가장 풀기 어려운 문제에 봉착할 수 있기 때문에 박승규 위원장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글을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손 기자는 △노조의 정연주 사장 퇴진 운동 추진 △KBS 프로그램에 대한 한나라당의 시각 등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언론노조와 관계회복 등을 제안했다.

손 기자는 노조가 정연주 사장 퇴진 운동을 추진한 것에 대해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이 침탈당할 위기에 있는 이때에, KBS인이 하나 되어 방송 독립을 고민해야 하는 이때에, 권력에 눈먼 이들이 그토록 거세하고자 했던 KBS 사장을 우리가 스스로 내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방송독립을 스스로 포기하는 자폭이라고 생각한다”며 “KBS 노조와 보수언론의 공세에 피로감이 누적된 KBS가 정 사장을 내친 후 과연 누가 사장으로 오겠나? 정권의 외압을 충실히 견제할 그런 인물이 오겠나? 박 위원장이 현 KBS 사장 선임 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정 사장 퇴진 이후를 고민하지 않는 것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손 기자는 박 위원장이 인터넷 매체인 ‘미디어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KBS프로그램에 대한 인식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박 위원장은 2월 초 ‘미디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디어포커스>의 공도 있다. 안다. 하지만 조중동 비판이 50% 정도면 괜찮은데 60~70%까지 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러다보니 ‘조중동 잡는’ 프로그램이라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라며 “언론의 기능이 다른 언론의 잘못된 부분이나 힘 있는 권력을 비판하는 게 맞긴 하지만 조중동과 노무현 대통령이 싸우는 입장에서 중립적 입장을 취하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의 잘못된 언론정책도 같이 다뤄야 하는데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손 기자는 “박 위원장은 조중동 비판을 하더라도 가운데 서서 조중동 잘못과 청와대 잘못을 반반씩 이야기했다면 이런 비판을 듣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는데 그 10~20%가 그토록 ‘편파적인 방송’의 결정적 잣대인가”라며 “언론시장의 60~70%를 과점하고 있는 거대 보수 언론과 정권 탈환을 위해 물불 안가리던 한나라당이 ‘공영방송 KBS 흔들기’, ‘정연주 거세하기’에 매진해 온 5년인데 그들의 주장과 견해를 우리 선후배들의 노력과 고민보다 더 비중있게 받아들여야 할까요”라고 지적했다.

이어 손 기자는 “KBS가 내부 진통과 노력을 통해 대팀제로 조직을 슬림화하고 지역국을 통폐합하는 지난한 노력을 할 때 한나라당은 침묵했고 보수 언론은 이를 평가하는 기사 한 줄 내지 않았다”며 “한나라당 정부는 공무원 사회까지 대부 대팀제로 개편하겠다고 하니 KBS가 모델이 된 것이냐”고 역설했다.

손 기자는 박 위원장에게 언론노조와의 연대를 간곡히 호소했다. 손 기자는 “언론노조를 비롯한 언론 관련 단체들은 대부분 보수정권으로의 권력교체기에 KBS 사장을 교체한다는 것은 공영 방송을 권력의 입맛대로 주무르겠다는 방송 장악 음모로 판단하고 있다”며 “이들 단체와의 유대가 향후 싸움에서, 또한 KBS의 미래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손 기자는 지난 11대 KBS 노조 정․부위원장 선거에 노조위원장 후보로 나서 당시 후보였던 박승규 현 위원장과 경쟁을 벌였다.

다음은 손관수 기자가 KBS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 전문이다.

박승규 위원장님께

최근 노보를 통해, 비대위 결의문을 통해,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박위원장의 근황을 오랜만에 접하게 됐습니다. 다가올 폭풍에 대비하는 듯 사뭇 결연한 분위기에 저 자신도, 우리 사회와 우리 회사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됐습니다.

‘이제는 KBS의 미래를 생각할 때...’라는 비대위 결의문의 소제목이 참 많은 생각을 갖게 하더이다. 사장의 결단을 촉구하며 ‘정권으로부터의 독립된 공영방송’의 원칙을 철저하게 견지해 나갈 것이라는 천명은 그만큼 앞으로 다가올 KBS 노조의 결단, 박승규 위원장의 결단과 고행을 예고하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더이다.

박 위원장의 인식처럼 ‘방송 시장 재편을 틈타 공영 방송을 멋대로 주무르고 굴복시키려는 정권의 욕망 또한 여전’한 것이 사실입니다. 저는 또 권력의 욕망은 우리 사회의 합리적 인식을 깨트리고 그 욕망을 실현하고자 ‘어떠한 짓’도 할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위원장께서 ‘미디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방송통신위원회의 대통령 직속기구는 안 된다. 임명 구조 역시 3명 내지 4명을 대통령이 좌우 할 수 있는 구도로 간다면 결국 권력자가 의도하는 대로 방송 정책과 규제를 끌어갈 수 있는 상황을 초래한다, 그렇게 되면 지금 방송위의 기능에서 정치적 편향성이라든가, 권력이 하고 싶은 데로 할 수 있는 구도가 더 나빠지면 나빠졌지 발전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밝혔지만 ‘방통위는 결국 대통령 직속에 위원 5명 중 3명을, 그것도 위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결론이 났습니다.

서서히 다가오고 있는 것이죠. 다음은 무엇이겠습니까? 위원장이 잘 보신 것처럼 국공영 채널의 통폐합과 이 연장선상에서의 MBC와 KBS 2TV의 민영화 카드일 것입니다. 이를 위한 수단으로는 아마도 한나라당이 4년 전에 제출한 ‘국가기간방송법’이 활용되겠지요. 또 그 과정에서 허울 좋은 ‘경영위원회’라는 걸 미끼로 KBS의 예산통제권을 국회로 가져간다고 하겠지요?

저는 KBS 예산의 국회 통제와 KBS 2TV의 민영화 방안은 반드시 제기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왜냐? 딜(Deal)을 하려면 최대량의 요구를 상대에게 던지는 게 협상의 원칙이기 때문이죠. ‘통일부 폐지’! 얼마나 충격적이었습니까? 절대 협상을 위한 게 아니다, 통일에 대비한 것이다 라는 해궤한 논리까지 들고 나서서 당선인까지 적극 해명에 나섰지만 진행과정은 어땠습니까?

저는 ‘KBS와 MBC의 역사성과 특수성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2TV 민영화는 올바른 대안이 아니다, KBS의 예산 편성에 대한 국회의 예산 승인권은 어떤 경우에도 받을 수 없다’는 위원장의 인식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방송독립은 노동조합의 역사 그 자체’라는 비대위 결의문이 보여주듯 KBS노조와 위원장이 역사적 책임에 걸 맞는 올바른 인식을 하고 있다는데 안도감을 느낍니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이러한 인식에 부합한 우리 자신의 결단과 대비를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권력의 욕망은 자본의 욕망과 같은 것이어서 ‘한푼 더 버는데 주저하지 않으며, 게으른 자에게 절대 시혜를 베풀지 않는다’는 것 때문입니다.

말씀이 나온 김에 이러한 엄혹한 인식하에서 나온 KBS 노동조합과 박승규 위원장의 ‘정연주 사장 퇴진 촉구’에 대한 제 의견을 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인식은 올바르나 방법은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누차 확인한 대로 방송 독립, KBS 독립에 대한 박 위원장의 의지는 그 누구보다 단단하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그 독립을 해칠 우려가 있는 원인균이 무엇인지도 잘 알고 계십니다. 또 최근의 정세가 얼마나 엄혹한지도 잘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단호히 ‘방송 독립’ ‘KBS 독립’의 깃발이 올라가야 맞는 것 아닙니까?

정권의 입맛에 따라, 최고 권력자의 기분에 따라 검찰총장의 목이 수없이 날아갈 때, 우리사회가 우리 언론이 줄기차게 비판하고 촉구한 게 무엇이었습니까? 바로 검찰총장의 임기보장이었습니다. 그 단순한 게 왜 그리 중요했을까요? 더구나 검찰은 행정부의 한 조직인데 말이죠?

박 위원장이 지적하는 정 사장의 흠결, 일리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견해도 있다는 걸 애써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무능한 경영? 대차대조표로 확인된 것이겠지요. 무능한 점이 있습니다. 맞습니다. 그러나 KBS가 빵공장이 아닌 이상 KBS가 생산하는 주력상품이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 봐야 하는 것 아닙니까? 우리가 그리 고도의 전문직은 아니더라도 시청자의 인식과 교양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는 ‘지식 상품’의 생산자들 아닙니까? 그렇다면 이 지식 상품에 대한 평가는 어떤지 고려돼야 맞는 것이겠죠?

제가 뉴스 편집을 다루는데 있어서 최근 남들이 진단한 평가를 잠깐 소개하죠. ‘차마고도’ 엊그제 대한민국 방송 대상을 탔습니다. KBS 프로그램이 4년 연속 방송 대상을 탔다고 하는 군요. 박 위원장의 친정인 보도본부를 볼까요. 위원장은 후배들의 실력을 염려하셨지만 ‘이달의 기자상’은 이미 기사화가 식상할 정도로 숱하게 수상했고, 탐사보도팀과 시사기획 쌈팀의 역작들은 한국기자상은 물론 해외 유수 프로그램상을 연거푸 수상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는 중입니다.

자화자찬이 민망하지만 이런 노력들로 KBS가 전문가든 언론인 대상이든, 일반인 대상이든 ‘영향력과 신뢰도’면에서 몇 년째 확고한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 아닐까요?

더불어 영향력뿐만 아니라 신뢰도 면에서도 수위를 차지하고 있다면 박 위원장께서 염려하시는 편파 방송의 우려도 한번 되짚어 볼 필요는 없겠습니까? 박 위원장께서 ‘미디어스’ 인터뷰에서 ‘미디어 포커스’ 공도 있다. 안다. 하지만 조중동 비판이 50% 정도면 괜찮은데 60~70%까지 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 조중동 비판을 하더라도 가운데 서서 조중동 잘못과 청와대 잘못을 반반씩 이야기했다면 이런 비판을 듣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10%~20%가 그토록 ‘편파적인 방송’의 결정적 잣대인가요?

더구나 언론시장의 60~70%를 과점하고 있는 거대 보수 언론과 정권 탈환을 위해 물불 안가리던 한나라당이 ‘공영방송 KBS 흔들기’, ‘정연주 거세하기’에 매진해 온 5년인데 그들의 주장과 견해를 우리 선후배들의 노력과 고민보다 더 비중있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정말 그런가요?

한나라당이 지금껏 KBS인과 KBS 뉴스와 KBS 프로그램에 대해 제대로 된 평가를 한 적이 한번이라고 있는가요?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 언론이 KBS를 평가하는 기사를 쓴 적이 있는가요? KBS가 내부 진통과 노력을 통해 대팀제로 조직을 슬림화하고 지역국을 통폐합하는 지난한 노력을 할 때 한나라당은 침묵했고 보수 언론은 이를 평가하는 기사 한 줄 내지 않았습니다. 이러면서도 한나라당 정부는 공무원 사회까지 대부 대팀제로 개편하겠다고 하니 KBS가 모델이 된 것인가요? 이런 정당과 이런 언론의 주장을 기사 한줄, FACT 하나에도 혼신을 다해 영향력과 신뢰도를 제고시켜 온 우리 선후배들의 노력보다 신뢰할 수 있는 건가요?

물론 허물이 없다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도도한 한강물의 탕탕함을 외면하고 샛강의 오염에만 신경쓴다서야 제대로 된 치수라 할 수 있겠습니까?

‘전투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말도 있지만 저는 위와 같은 이유 등으로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이 침탈당할 위기에 있는 이때에, KBS인이 하나 되어 방송 독립을 고민해야 하는 이때에, 권력에 눈먼 이들이 그토록 거세하고자 했던 KBS 사장을 우리가 스스로 내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방송독립을 스스로 포기하는 자폭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번 그려 보십시오. KBS 노조와 보수언론의 공세에 피로감이 누적된 KBS가 정 사장을 내친 후 과연 누가 사장으로 오겠습니까? 정권의 외압을 충실히 견제할 그런 인물이 오겠습니까? 박 위원장께서 현 KBS 사장 선임 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정 사장 퇴진 이후를 고민하지 않는 것은 우려스럽습니다.

더구나 ‘미디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편향성 시비를 부를 수 있는 인사를 KBS 사장으로 앉히려는 시도를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그러나 아직 답변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밝힌 것은 당혹스럽습니다. 가능성이 있다면 KBS 독립과 방송 독립을 위해 즉각 ‘결사반대’라는 입장이 나와야 하는 것 아닌가요? 왜 아직 답변할 상황이 아니라고 보십니까?

저는 박 위원장의 방송 독립에 대한 선의를 믿습니다. 그래서 이런 답답함도 토로하고 이런 저런 요구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위원장 본인이 언젠가 말했듯이 불현듯 닥쳐올 것만 같은 엄청난 파도를 두 어깨로 막아내야 하는 그 무거운 짐을 박 위원장 혼자에게만 지우는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합니다.

조금만 멀리 보면 좀 더 뚜렷해지는 것이죠. 사장이야 어찌되든 개혁과 그 방만하다는 조직 개편, 수술 자명한 일 아니겠습니까? 개혁, 개편, 수술. 방송환경의 급변속에 조직의 활로를 위해 불가피하다는 측면이 있는 것이지만, 어느 것 하나 우리 노동자들의 기본 권리, 이익과 충돌하지 않는 것이 없으니 그 목소리에 귀 기울여 하는 위원장의 고충이 얼마나 크겠습니까? 아마 탈출하고 싶으실 겁니다.

그러나 박승규 위원장이 스스로 역사적인 때를 맞아 역사적인 선택을 한 것이기에 그 책무를 다 해야 한다는 것 또한 엄중한 사실입니다. 돕겠습니다. 강건히 투쟁해 주길 바랍니다. 주변의 사람들의 말은 존중하돼 결단은 고독히 내려야 합니다. 박 위원장 곁에 있는 어느 누구도 위원장의 결단을 책임져주지 않을 겁니다.

노파심에서 한두 가지만 말씀드리고 중언부언 마치겠습니다. 몇일 고민했습니다. 과연 가장 바른 선택은 무엇인가? 내가 박승규 위원장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는 차원의 것이죠.

저는 무엇보다 어려운 때일수록 원칙을 지키는 게 가장 올바른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원칙을 지키는 것보다 ‘원칙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겠죠. 지금에 있어서 우리에게 원칙은 무엇일까요? KBS 독립과 공영방송 사수를 위해 지켜야 할 원칙은 무엇일까요? 다행히 우리에겐 저널리즘이라는 원칙이 있습니다. 사실과 진실에 기반한 공정보도, 이를 지키기 위한 노력 등 우리가 이 업을 시작할 때 새겼던 그 원칙이 있습니다.

원칙을 지키면 잃은 것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원칙을 버리면 실리도 잃기 마련입니다. 권력에는 동정심이 없는 것입니다. 지금 잠시 살자고 ‘방송 독립 포기’라는 영원히 죽는 길을 선택할 순 없지 않습니까? 방송 독립에 대한 열의가 온몸으로 표현될 때 고난의 시간을 걷더라고 우리가 원하는 ‘경쟁력 있는 KBS’도 이룰 수 있는 것이지, ‘경영 성과 좋은 KBS’ 얻은 이후 ‘KBS 독립’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은 환상입니다. 왜 우리 머리엔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겠다’는 밀의 말이 새겨져 있을까요?

마지막으로 제안합니다. 어려울 땐 연대를 해야 합니다. 친구를 찾아야지요. 언론노조와의 껄끄러운 관계를 익히 알고 있습니다만 하루 빨리 앙금을 털고 재결합해 강고한 연대를 결성해야 합니다. 언론노조에 참여하고 있는 SBS의 한 지인이 이런 얘기를 하더군요. ‘아니 정연주가 뭐가 예쁘다고 우리가 나서서 방어를 해줘야 해?’, ‘KBS가 할 일을 왜 우리가 하고 있냐? KBS는 뭐하냐?’라는 힐난과 의아함이 함께 섞인 말이었습니다. 언론노조를 비롯한 언론 관련 단체들은 대부분 보수정권으로의 권력교체기에 KBS 사장을 교체한다는 것은 공영 방송을 권력의 입맛대로 주무르겠다는 방송 장악 음모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런 언론단체와의 유대를 간곡하게 호소합니다. 저는 이들 단체와의 유대가 향후 싸움에서, 또한 KBS의 미래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난번 노조에서 잃어버린 시민단체와의 유대를 찾아오지 않는 고립무원의 싸움은 KBS를 KBS노조를 더욱 궁지로 몰아갈 것이며 이는 자체 개혁과 활로의 동력 상실이라는 치명적 사태로 이어질 것입니다.

그렇잖아도 고민 속에 머리 무거울 텐데 부담감만 더한 것 같습니다. 더구나 노보편지에 이어, 비대위 결의문까지 나온 마당에 무슨 뒷소리냐 하는 마음도 있으실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KBS의 미래를 생각할 때...’ 이 한마디 정말 되새기길 바랍니다. KBS의 역사가 박승규 위원장의 결단을 기록할 것입니다.

대보름날 아침에 그대의 벗이자 경쟁자였던 손관수가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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