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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종료, 그 이후를 생각한다

|contsmark0|15일간에 걸친 방송노조의 파업이 끝났다. 이에 따라 젊고 유능한 많은 방송인들은 다시 그들의 일터인 제작현장으로 되돌아갔다. 파업이라는 최후의 의사표시를 통해서 그들이 얻은 성과는 실로 초라해 보인다. 그래서 그들의 현재 심정이 어떨지를 가늠해 보는 일은 어렵지 않은 듯하다. 또 그들 젊은 방송인들은 이번 파업을 겪으며 우리 사회가 얼마나 관념적인 사안이나 쟁점을 무심하게 간과하고 처리하는지를 다시 한번 절감했을 것이다. 입만 열면 한국 방송의 문제점을 떠들고 방송 프로그램을 비난하고 난도질하던 수많은 지식인과 언론인들. 기회만 있으면 방송개혁이 모든 개혁의 전제라고 목청을 높이던 시민운동가들. 그들이 정작 방송인들의 의사표시에 얼마나 섬세하게 귀 기울이고 정밀하게 판단해 주던가? 꼭 방송인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더라도 오늘날 한국사회가 부닥친 중요한 현안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제대로 풀어보려고 하던가? 아무리 양보하더라도 (방송인들이 보여준 투쟁방법과 목표가 실망스럽더라도) 그동안 방송이라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제도의 틀을 바꾸는 논의과정이 얼마나 거칠고 저급한지를 방송인들은 똑똑히 보았을 것이다.그보다 더욱 경악했던 일은 우리의 한심한 정치풍토가 아니었을까? 야당시절 수십 차례의 공청회와 세미나를 거쳐 어렵사리 마련했던 법안과, 대통령 후보로서 약속한 공약을 완전히 저버리는 뻔뻔함에는 아예 분노를 넘어 허탈과 자포자기의 심정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고 본다. 방송독립이라는 기본정신은 아예 관심이 없고 방송법의 본질이고 핵심인 방송위원 구성과 방송사 사장 인선방법에서는 그저 뻔뻔하다고 할 수밖에 없는 짓(!)을 버젓이 저질렀다. 그러고서도 몇가지 비본질적 부분의 개선을 두고 엄청난 진전을 이룬 방송법이라고 우기며 음모적 수법으로 방송인들의 순수한 주장을 매도하고 탄압하는 데는 정말 할말을 잃을 지경이다. 더욱이 파업 기간동안 kbs 박권상 사장이 보여준 과잉반응과 폭압적 행태는 바로 집권세력의 공작과 음모의 소산이라는 점에서 많은 방송인들에게 처절한 좌절과 절망감을 안겨주었다.그러나 그같은 돌이킬 수 없는 심정에 그저 한가롭게 빠져 있을 수 없는 이유는 명백하다. 방송인이 방송제도의 개선이라는 정당한 요구를 관철시키지 못한데 따른 준열한 자기반성을 서둘러야 한다. 그리고 낙후된 우리 사회의 시스템의 진전을 위해 우리 방송인이 져야할 책임과 역할을 회피할 여유 또한 없는 듯하다. 더욱 급한 일은 방송법이 통과되는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는 정치인들 혹은 정치세력의 움직임을 똑똑히 기록하고 기억하자.자포자기와 절망은 우리 아직 누려선 안될 정신적 사치인 듯하다. 여전히 우리가 두눈 부릅뜨고 처리해야할 일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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