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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질하기 좋은(?) 나라 김동춘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contsmark0|신창원의 탈옥 후 행각이 매일매일 발표되면서 그가 2년 반 동안 전국을 휘젓고 다니면서 저지른 범죄 사실들을 지켜보노라면 한국은 참으로 도둑질하기 좋은(?)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더욱 서글픈 것은 씨랜드 관련 화성군청 뇌물 사건이나 임창렬 지사의 뇌물 사건을 보면서도 이러한 느낌을 갖게 된다는 점이다. 우선 신창원이 전국을 돌아다면서 강도, 절도 짓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도둑맞은 자가 신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지난 번 유종근 전북 지사 달러 건도 그러하였지만, 거액을 도둑맞은 부자나 권력자는 신고는커녕 도둑이 훔쳤다고 주장하는데도 한결같이 자신은 도둑맞은 일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둘째 경찰들은 도둑을 잡기 위해 눈을 부릅뜨고 다니기보다는 “제발 내 구역에 들어오지 마라”고 비는 형국이다. 놓치면 문책 당하므로 보고도 안 봤다고 하고, 신고 받고도 묵살하고, 검문검색도 하는 둥 마는 둥이다. 셋째로 결국 신창원도 용감한 시민의 제보로 잡히기는 했지만 그와 직접 접촉한 다수의 시민들 혹은 여인들은 후환이 두려워 신고를 주저하거나 심지어는 그를 동정하여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검은 돈, 세금안 낸 돈들이 흘러 다니고 있으니 권력자나 부자의 집을 훔치는 것은 매우 안전하고, 경찰들이 몸을 사리고 국민의 공복으로서 기능을 못하고 있으니 도망다니기가 여반장이요, 시민들이 위축되어 있거나 고발 후의 불편함을 감수하지 않으려 하거나 심지어는 도둑을 감싸기까지 하니 도둑질하기 이렇게 좋은 환경이 어디 있는가? 한편 화성군청 사건처럼 부정한 돈을 먹고서 부실업체가 결국 사람잡도록 방조한 경우나, 부실 은행의 퇴출을 막아 국민에 부담을 지우려한 경기도지사의 범죄 혹은 이전의 고위층 비리 등에서도 우리는 한국이 얼마나 힘있는 사람들이 ‘도둑질하기’ 좋은 나라인가를 새삼 확인하게 된다. 금융실명제가 후퇴하고, 공직자 재산등록의무가 형식에 그치고 있으니 검은 돈을 감추기 쉽고, 돈 먹은 것을 알고 있는 동료들이 모두 한편이 되어 감싸주고, 그 사실을 들추어내거나 고발하려는 ‘정의로운’ 내부 정보제공자를 법으로 보호해주기는커녕 ‘왕따’를 만들어 직장에서 추방할 수 있으니 조직 내부가 겁나지 않고, 설사 뇌물 수수 사건이 드러나더라도 힘을 동원하여 언론의 입을 막고 검찰과 법원에 압력을 넣으면 서둘러 수사가 종결되고, 설사 구속되어 재판을 받더라도 힘있는 ‘전관’ 변호사를 살 수 있으며 가석방이니 보석이니 하는 명분으로 대부분은 금방 출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민들은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고 잊어버리기 때문에, 이제 그는 자신이 ‘정치적 희생자’라고 외치면서 국민들의 정치적 심판을 받겠다고 나서고, 그러면 지역 ‘유권자’들은 그가 힘있고 똑똑한 사람이라고 칭찬하면서 그를 또다시 국회로 보내준다. 이거야말로 ‘땅 짚고 헤엄치기’, ‘누워서 떡 먹기’가 아닌가? 그러니 작은 도둑이 “큰 도둑 보라”고 큰 소리 치고, 자신이 ‘의적’이라고 행세하는 형국이 아니겠는가? 강도가 ‘의적’으로 미화되는 여론을 막아보려는 당국의 노력도 애처롭지만, 그런다고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는 않으니 어떡할 것인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범죄의 발생과 소멸은 사회의 통합성, 더 정확히 말하면 법을 만들고 집행하는 사람들의 도덕성 그리고 부자들의 재산 축적의 정당성 여부에 달린 것이기 때문에 부자들이 장롱 속에 숨겨놓은 엄청난 돈다발과, 권력자가 선거 때 지출하는 돈이 어떻게 벌어들인 것인지 밝혀지지 않는 한 ‘신창원’식의 ‘공권력을 비웃는’ 범죄 행각을 막을 일이 요원해 보인다. 이렇게 되면 서민들이야 도둑맞을 것이 적으니 그렇다 치고, 돈푼이나 만지는 중산층은 그저 남을 믿지 않고, 식구들의 안전과 행복만을 도모하기 위해 점점 움츠려 들고, 잃어버릴 것이 많은 사람들은 고성능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고, 급기야는 무장한 사설 경찰을 고용하려 할 것이다. 결국 사회의 공동체성이 무너지면, 한편에서는 불신과 보신주의(補身主義)가 다른 쪽에서는 무시무시한 철조망과 사설 경찰이 등장할 것이다. 1996년 정부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우리 국민의 65%는 법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그 중 61%는 법의 집행기관이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거나 법을 지키지 않는 것이 편리하고 또 이익이 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신창원 주장처럼 38%는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의견에 반대하고 있다. 우리는 도둑이 활개칠 수 있는 이유를 이 조사를 통해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결국 대안은 사회의 자체 감시 기능을 갖추는 방법 밖에 없다. 그것은 국민들이 범죄자에게 동조하는 것이 아니라 범죄자를 단죄하는 편에 서도록 만드는 것, 즉 범죄자가 자신을 정당화할 수 없도록 만드는 사회적 공동체성의 확보 바로 그것이다. |contsmar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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