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고자질에 라디오 즐거운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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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라디오에 전쟁이 일어났다. 〈여성시대〉의 진행자 강석우와 〈지금은 라디오 시대〉의 조영남이 서로를 겨냥하며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선제공격은 조영남이 시작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지금은 라디오 시대〉의 진행을 맡고 있는 조영남은 지난 3월 5일, 강석우가 〈여성시대〉 첫 방송을 시작한 직후 “이제 나도 고생 끝. 신참 MC가 들어왔어요. 석우야, 커피 한잔 타 올려라!”며 농담 섞인 환영 인사를 전했다.

 
▲MBC 라디오 '지금은 라디오 시대' ⓒMBC

조영남은 이어 “내가 얼굴은 강석우보다 안 되지만, 서울시 강서구(강석우의 이름을 그대로 발음한 표현)에는 살 수 있다”, “장동건이나 강석우 같은 사람은 이 사회에서 암살시켜야 한다”는 등의 공격을 계속 했다.

공격을 받은 강석우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강석우는 “이 정도면 이제 전면전이다”라며 “조영남 씨의 얼굴은 심야방송용이다. 최소한 그 얼굴로 보이는 라디오는 못 할 것 아니냐”라고 놀려댔다.

또 강석우가 〈여성시대〉에서 조영남의 노래를 틀면서 “이거 ‘적군’의 노래인데 틀어도 되나. 대신 조영남 씨가 양희은 씨 노래 틀어주면 화해하겠다”고 하자, 같은 날 조영남은 “이대로 종전이란 있을 수 없다. 〈여성시대〉를 듣지 못 하게 하는 법안을 마련 중이다”라며 전쟁을 계속 할 것을 선포했다.

 

 

▲MBC 라디오 '여성시대'의 진행자 강석우(왼쪽), 양희은

이 같이 타 방송사, 동일 시간대도 아닌, 같은 MBC 라디오 표준FM에서 각각 오전 9시~11시와 오후 4시~6시를 책임지고 있는 강석우와 조영남의 입담 대결은 이례적인 것이다. 두 진행자는 방송 시간이 크게 차이나 방송국에서는 마주친 적도 없다고 한다. 게다가 두 진행자는 친분이 깊은 사이. 서로 친하고, 방송 시간이 달라 청취율에 영향을 미칠 일도 없는데 왜 ‘전쟁’이 일어난 것일까?

그 배경에는 바로 청취자들의 ‘고자질’이 있었다. 〈여성시대〉와 〈지금은 라디오 시대〉의 청취자들은 인터넷라디오 ‘미니’와 문자메시지를 이용해 진행자들의 발언을 옮기거나 대결 심리를 부추기는 방식으로 전쟁에 불을 붙이고 있다.

가령 〈여성시대〉 ‘미니’ 게시판에 “어제 조영남 씨가 ‘강석우는 방위’라고 했어요”라는 글을 올리거나, 〈지금은 라디오 시대〉 게시판에 “조영남 씨, 강석우 씨한테 우리는 세계방송한다고 자랑하세요” 등의 글을 올리는 방식이다.

 

 

'여성시대'(왼쪽)와 '지금은 라디오 시대' 게시판에 올려진 글.

라디오가 과거 편지나 엽서, 팩스 등으로 사연을 받을 때는 상상할 수 없던 일. 인터넷, 휴대폰 등을 통해 소감이나 메시지를 쉽게 전할 수 있게 된 청취자들이 프로그램에 적극 개입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이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즐기는 청취자들은 ‘눈물 전쟁’도 부추긴다. 사연을 방송하면서 눈물을 많이 흘리기로 유명한 강석우. 이 때문에 종종 조영남의 놀림감이 되곤 했는데, 그런 강석우를 놀리던 조영남도 지난 25일,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청취자들은 “조영남 씨도 우네요. MBC MC들이 다 울어요. 이제 강석(〈싱글벙글쇼〉) 씨와 지상렬(〈2시 만세〉)씨만 울면 되는데”라고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이에 기다렸다는 듯이 다음날인 26일, 강석은 〈싱글벙글쇼〉에서 도시락과 관련한 사연을 전하다 눈물을 쏟았다. 그러자 청취자들은 “강석 씨도 우네. 이제 지상렬 씨만 남았네요”라며 ‘눈물 대결’에 즐거운 반응이다.

이렇게 라디오에서 벌어지는 대결 덕분에 청취자도, 진행자도, 프로그램 제작진도 즐겁고 재미있다는 분위기다.

〈지금은 라디오 시대〉 황종현 PD는 “예전에 엽서로 사연을 전하던 시대에는 불가능했던 일이지만, 지금은 인터넷 등을 통해 바로 피드백이 가능해졌다”며 “나도 덩달아 즐겁고, 청취자들의 반응을 어떻게 프로그램에 활용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고은 기자 nowa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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