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파수 분배방식을 둘러싼 논의들

주파수 경매제는 공공재인 주파수를 기업(개인) 가운데 가장 돈을 많이 내는 자에게 분배하는 제도이다. 이미 전세계적으로 이동통신용 주파수에 대한 경매제가 확산되고 있으며, 기존의 행정기반 방식의 주파수 분배제도에서 시장기반 방식, 즉 주파수 경매제가 확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주파수 경매제가 이론적으로 그럴 듯하게 보이지만, 주파수 경매제의 후유증으로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곳도 존재한다. 또한 공공기관의 주도로 이루어진 기술적 표준과 제도를 주파수 배분에 적용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주파수 경매제는 뉴질랜드에서 처음 시작되었지만, 현재 미국과 유럽에서 주파수 수요가 공급보다 많은 일부 이동통신용 주파수 배분에 광범위하게 적용 또는 계획되고 있다.

주파수 경매제도는 영국 출신의 미국 경제학자인 로널드 코즈(Ronald. Coarse)가 1950년대에 처음으로 제안했다. 그는 주파수가 희소하고 가치있는(Scare And Valuable Resource) 자원이므로 시장 메커니즘을 통한 배분이 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코즈 이후 상당기간 주파수의 재산권 부여 문제가 꾸준히 논의되어 왔으나, 주파수의 공공재(Public goods)적 재화라는 성격을 바꾸지는 못했다. 

 

주파수 경매제는, 특정 주파수의 전파에 대해 일정기간 한 기업이 배타적 권한을 갖는 사유재(Private goods) 성격의 재산권 할당 방식은 정부에서 민간에게 재산권을 부여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공공재의 외부효과가 내부화되어 효율성이 극대화된다는 이른 바 ‘코즈 정리(Coarse Theorem)’에 기반을 두고 있다. 정부는 특정 주파수의 재산권 설정까지만 도와주고 개입을 최소화하면 민간에서 주파수 설정을 최적화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이 경우 민간에서는 주파수 거래를 통해 더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사업자가 주파수를 구매한다. 다만 이 모형의 문제점은 거래비용이 없을 경우에는 ‘코즈 정리’대로 최적화가 가능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정보가 비대칭적이고 거래비용이 높아 실제로는 주파수 시장이 활성화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사유화에 대한 대응으로 주파수를 특정 사업자가 독점적으로 사용하는 대신 공유하는 주파수 대역을 확장하여 비용도 낮추고 효율성도 높이자는 주장도 점차 공감대를 얻어가고 있다. 공유모형에 의한 공공재로서 주파수 활용도를 높이자는 주장이다.

주파수 분배 방식의 변화는 두 가지 배경에서 추진되고 있다. 먼저 주파수 이용환경의 변화를 들 수 있다. 지난 80년대 후반부터 이동통신 등 전파의 이용이 확산되고 전파에서 창출되는 부가가치가 급증하면서 이에 대한 초과 수요현상이 나타나고 전파의 희소성은 오히려 증가했다. 다음으로, 전파관리의 핵심 과제가 초기 혼신방지라는 기술적 문제에서 자원배분이라는 경제적 문제로 바뀌면서 전파의 부가가치 극대화를 위한 전파의 효율적인 배분 문제가 대두됐다.

파자원의 배분 원리가 ‘계획과 규제’에서 ‘시장원리’로 바뀐 것이다.

이러한 환경 변화는 각 나라마다 상이한 형태와 변화 시기의 차별적 분화가 일어났다. 미국의 경우 심사할당 방식의 적용이 행정적으로 어려웠던 환경 탓에 경매제가 조기 도입되었고, 도입 후 경매가의 소비자 가격 전가, 투자 부진 현상도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고 평가되고 있다. 반면 미국식 동시 상승 가격 방식은 담합의 가능성이 존재하며, 경쟁 촉진을 위하여 중소기업에 적용한 우대조치(분할납부, 경매가 할인 등)는 최적이용자 선별 측면에서 문제점을 드러냈다.

미국의 경우, 가격경쟁 기반의 주파수 배분 방식이 도입되기 이전에 주파수 배분 방식으로 선착순 방식(First-come First-served), 비교청문회(Comparative hearing) 방식, 추첨(Lottery) 방식이 이용되었다. 주파수 유휴대역이 광범위하게 존재하고 수요가 많지 않은 시기에는 선착순 방식이 많이 사용되었다. 그러나 주파수에 대한 수요가 점점 많아지면서 경쟁적인 수요자 중에서 가장 적격인 자를 선정하는 비교청문회 방식이 주로 사용되었다. 이 방식은 사업자 선정기준의 정당성 시비, 선정 과정에서 법률 비용 발생, 선정 지체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이러한 비교청문회 방식의 단점을 보완하고자 1980년 초에 추첨방식을 통해 면허를 부여했으나, 이 방식 또한 서비스 제공 능력도 없이 당첨 후 재판매를 통하여 이윤을 얻으려는 문제가 발생해 주파수 분배 방식에 있어 재검토를 요구받기에 이르렀다. 1993년 미 의회는 FCC에 경쟁적인 수요가 있는 주파수 분배 시에 주파수 경매 방식을 이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총괄예산조정법안, Omnibus Budget Reconciliation Act of 1993). 1994년 이후 FCC는 PCS 주파수 경매제 등을 통해 수백억 달러의 수입을 올리면서 연방정부의 재정적자 문제를 고심하고 있는 정부와 의회 그리고 주파수를 사유하고픈 사업자들과의 이해관계를 만족시켰다.

영국의 경우 주파수 수요 증가에 따른 주파수 부족이 심각한 상황은 아니지만 향후 주파수를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주파수 관리 정책의 변화 필요성이 증가함에 따라 이의 일환으로 1998년 전파법에 행정적 가격화(Administrative pricing)와 주파수 경매(Auctions)제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영국은 수익 극대화 측면에서 3G 경매를 성공적으로 수행했으나 과다한 경매대금으로 인해 투자 위축 문제를 겪었다. 영국의 경우, 경매방식으로 주파수를 분배하게 된 중요한 이유로는 정부의 재정수입 확대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반해 일부 유럽국가의 3G 경매의 경우에는 경쟁 촉진, 주파수의 가치 회수 양 측면에서 모두 성공적이지 못했다. 대부분 신규사업자의 진입이 없었고 경매가도 높지 않아 기존 사업자의 시장 지위가 더욱 공고화된 사례가 다수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각국의 경험은 주파수의 효율적 할당, 경쟁의 촉진과 서비스의 확산, 주파수 경제적 가치의 최대한 반영 등 경매제의 주요 목적들을 동시에 모두 촉진시키기에 어려움을 시사한다. 

 

정통부 주파수 경매제 도입 계획, 반대 여론 확산

최근 「디지털 타임스」에는 다음과 같은 기사가 실렸다.

“정통부는 규제 완화와 경쟁 활성화로 요약되는 통신정책 로드맵에 따라 현행 주파수 할당제를 시장 친화적으로 대폭 손질한다. 우선 정통부는 유무선 역무 통합 시 주파수 할당 절차를 통해 무선사업자를 선정할 수 있도록 9월쯤 전파법을 개정할 예정이다. 특정 무선서비스에 할당된 주파수를 확보한 통신사업자는 별도의 사업 허가 없이도 해당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한 국내 환경에 적합한 주파수 경매제도 도입한다. 정통부는 연내 도입 방안을 수립하고, 법령 정비를 거쳐 이르면 2010년부터 주파수 경매제를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경매제가 도입되면 통신사업자들은 경제적 가치가 높은 황금주파수를 놓고 머니게임을 펼치게 된다. 올해 주파수 대역이 결정되는 4세대 이동통신과 오는 2011년 6월 이용 기간이 만료되는 800MHz대 셀룰러 등의 할당에 주파수 경매제가 적용될 전망이다.” (「디지털 타임스」, 2007년 4월 17일) 

정보통신부는 즉각 「디지털 타임스」의 보도를 부인하고 나섰다. ‘기사에 언급된 내용의 대부분은 오래 전부터 계속 연구해 온 과제들로서 실무적으로 검토중인 사항’이라며, ‘4월 중 전파정책심의위원회 개최를 통해 확정한다는 것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정보통신부의 주장은 4월 중에 확정하지 않는다는 것이지, 주파수 경매제 도입을 완전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정보통신부 노준형 장관은 신년 대담에서 “주파수를 가장 잘 이용할 수 있는 사업자가 필요한 시기에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SK텔레콤이 사용중인) 800MHz 대역은 이미 심사할당했기 때문에 정부가 사후에 관여할 수 없으나 2011년 대가할당 방식으로 전환할 때 정리돼야 한다. … 주파수 경매제를 고려하고 있으며, (지난해 말 발표한) 통신시장개선 로드맵에도 주파수 경매제를 포함시켰다”(전자신문, 2007년 1월 15일)라고 밝혔었다.  

통신시장 개선 로드맵에는 장기적 과제로 ‘주파수 배분 제도 합리화’라는 명분으로 주파수 경매제를 도입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2010년 주파수 경매제 도입은 사실상 확정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산하 연구기관인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전파진흥원 등을 통해 주파수 경매제를 꾸준히 연구·발표해 온 점에 비추어 정보통신부는 주파수 경매제 도입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미 FTA 협상 과정에서도 주파수 경매제 도입 문제로 논란이 있었다. 한미 FTA 협정문에는 “각 당사국은 주파수·번호·통행권을 포함한 희소 통신 자원의 배분 및 이용에 관한 절차를 객관적이고 시의 적절하며 투명하고 비차별적인 방식으로 운용한다”, “각 당사국은 경제적으로 효율적인 전파의 사용과 통신서비스 공급자 간 경쟁을 장려하는 방식으로 비정부 통신서비스용 전파를 배분하고 할당하도록 노력하고, 당사국이 행정적 유인 가격 책정, 경매 또는 비면허 사용을 포함한 다양한 수단에 의하여 이러한 활동을 장려할 수 있음을 인정한다”, “당사국은 공중 통신 또는 부가서비스의 공급자가 특별한 전파 주파수 대역에서 자신의 서비스를 공급하기 위하여 이용할 수 있는 기술 또는 표준을 제한하는 기술적 요건을 적용할 수 있다. 다만, 그 요건은 주파수의 효과적 또는 효율적 이용(유해한 방해를 방지하는 것을 포함한다)을 보장하거나 국내 또는 국제 망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지속적인 접근을 보호하거나, 법 집행을 원활히 하거나 인간의 건강 또는 안전을 보호하도록 고안되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한미 FTA 협상 초기 정보통신부 및 협상팀은 미국이 주장하던 ‘시장에 근거한(Market Based)’이라는 어구를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주파수 경매제에 더 이상 신경 쓸 필요가 없으며, ‘경제적으로 효율적이고 탄력적인 주파수 대역 사용’도 거부했다고 밝힌 바 있다. ‘혁신적인(새로운) 주파수 대역’에 대해서도 수용 불가는 아니지만 거부 의사를 확실히 밝혔다고 말했었다. 양 당사국의 주파수 분배 및 이용에 관한 제도를 상호 인정하기로 합의했다고 실무자가 확인했었다. 

그러나 문서로 확인된 결과는, 주파수 분배에 있어서 행정유인가격(예 : 심사할당)과 아울러 경매제 도입도 가능하도록 길을 열었다. 특이한 점은 기술정책 분야에서 정부가 공공정책 달성을 위해 표준정책을 추진할 권한이 있다고 규정했지만 무선분야에서는 그 범위가 주파수의 효율적 이용, 국제 로밍 서비스, 법 집행, 안전 등으로 매우 제한되어 있다. 정보통신부가 디지털 전환 이후의 환수 주파수까지에 대해 경매제를 도입하는 정책으로서, 미국 측에 주파수 경매 및 표준 문제에 대해 보장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미국의 거대 미디어 또는 통신 기업에 ‘황금 대역’인 지상파 아날로그 환수 주파수가 주파수 경매제를 통해 상업적 용도로 넘어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전국언론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정보통신부의 경매제 도입이 ‘한미 FTA에서 미국 요구를 거부했다면서 주파수 경매제를 도입하는 파렴치한 작태’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동안 정통부는 미국의 주파수 경매제 도입 요구는 수용할 수 없으며, 미국과 한국의 배정방식(한국은 심사할당 대가할당, 미국은 경매제)은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내세웠다’면서, ‘정통부가 자체적으로 도입할 경우 사회적 합의를 거치겠다고 한 약속을 파기했다’고 비난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또한 ‘내·외국인에게 비차별적으로 주파수 경매에 참가를 가능케 해준 한미 FTA 협상 결과를 주목해야 한다’며, ‘미국(법)인도 돈을 많이 내면 우리 주파수를 살 수 있게 길을 열어 준 것’에 우려를 표명했다. 미국(법)인이 지상파 아날로그 환수 주파수 경매에 참가해 주파수를 낙찰받아 상업적 용도로 지상파방송 또는 그에 준하는 융합 서비스를 제공해 지상파방송의 공공성을 파괴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 

세계적으로 방송주파수, 특히 지상파방송 주파수 대역에 대해 경매제도를 실시하거나 계획하고 있는 나라는 거의 없다. 환수할 예정인 지상파 아날로그 주파수 대역에 대해 영국 등 선발국들은 대체적으로 디지털 지상파채널 확대, 모바일방송, 지역방송, 공공서비스 등으로 사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미국에서도 지상파 아날로그 주파수 경매계획에 소비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IDG 뉴스에 따르면, 미국 FCC가 700MHz에 경매계획을 발표하자 소비자단체 ‘Save Our Spectrum Coalition’들이 ‘거대 자본에 공공 주파수가 독점당할 우려가 크다’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700MHz 대역은 미국 디지털 지상파방송사들이 2009년 2월까지 디지털 전환을 완료해야 한다는 미 의회의 결정에 따라 환수될 황금 주파수 대역으로, IT 및 통신업체들이 진작부터 눈독을 들이고 있다. FCC는 대도시, 대형 상업지구, 주상 복합지구 등 지역별로 다양한 규모로 주파수를 판매할 계획을 갖고 있다.  

FCC의 케빈 마틴(Kevin Martin) 의장은 700MHz 주파수 대역은 미국의 소비자들에게 DSL과 케이블에 이은 ‘제3의 파이프(Pipe)’에 대한 선택권을 부여하며, 이번 경매로 대도시뿐 아니라 비도심 지역 소비자들도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많은 지역의 소비자들은 DSL과 케이블 두 가지 선택권밖에 가지고 있지 않다”며, “심지어 일부 지역은 이러한 두 가지 선택권마저도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제3의 브로드밴드 사업자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소비자단체들은 FCC에 경매를 위한 조건으로 대형 사업자의 경매 참여 제한, 경매 주파수 절반 개방, 망중립성 보장 등을 요구했다. 또한 주파수 경매 참여 계획을 가진 투자그룹 ‘Frontline Wireless’는 경매낙찰자가 공공안전에 대한 광대역 네트워크를 지원하기 위해 전국 규모의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전제 아래 10MHz 단위로 면허를 발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FCC는 소비자 연합단체 ‘Save Our Spectrum Coalition’의 주파수 일부 개방 등 주파수 활용방안에 대해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Save Our Spectrum Coalition’이 제안한 관민(Public-Private) 파트너십 형태의 용도에 대해서도 주파수 할당을 고려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 KBS  디지털 주종정실
 

주파수 경매제 논의 전면 중단돼야 

주파수 경매제 도입은 공공재로서 주파수의 사회적 역할을 축소하고 신자유주의의 광풍에 휩쓸려 경제적 가치로만 재단되는 비극을 낳을 수 있다. 모든 국민이 공유하는 재산으로서 주파수는 기술적 발달에 힘입어 광대역, 디지털화하면서 다양한 서비스를 가능케 해준다. 이러한 주파수 대역들이 거대한 이동통신 사업자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인구밀도가 높고 도심화가 확산되고 있으며, IT 인프라 수준, 통신서비스 이용행태 등을 감안할 때 국·내외 거대 미디어기업 및 통신사업자들에게 훌륭한 ‘먹잇감’으로 비춰지고 있다. 그들은 이 시장에서 방송·통신의 공공성·공익성을 조화롭게 구현하는 데 관심이 없다. 오로지 상업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약탈적 자본의 성격만을 보여주고 있는 현실에서, 지상파 아날로그 환수 주파수 영역에 대한 주파수 경매는 사회적 폐해가 경제적 손실보다 훨씬 크다고 볼 수 있다.  

유료방송 채널이 무한대로 넓어지고 서비스 기술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자본에 의한 시장중심 논리가 확산되고 있다. 주파수 경매제는 거대 자본이 막대한 자본을 이용해 경쟁적인 사업자들의 진입을 봉쇄하고 독점적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만들어 줄 수 있다. 한편으로 과열된 주파수 확보 경쟁에서 사용된 과도한 비용으로 ‘승자의 저주’로 인한 서비스 지체현상도 불러올 수 있다. 자선사업가가 아닌 한, 낙찰 사업자들은 지불한 경매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그 비용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할 것이고 궁극적으로 정보의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다. 

800MHz 대역을 놓고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이전투구를 벌여온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정보통신부에서 2004년 일부 전파료 산정의 차별화 등을 통해 완화조치를 취하긴 했지만, 여전히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동통신 사업자들의 ‘황금 주파수’에 대한 집착을 목격할 수 있다. 지상파 아날로그 환수 주파수의 매력은 이러한 이동통신 사업자들에게 ‘경매제 도입’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할 것이다.  

정책 및 규제 당국 또한 경매제 도입에 적극 반대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며 더 나아가 한미 FTA 타결로 인한 미국의 거대 미디어·통신사업자들이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게 틀림없다. 구글, 야후 등 세계적 인터넷 포털 사업자들이 미국의 환수 주파수 경매에 적극적인 참여를 밝히고 있는 것도 심각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국내의 케이블사업자들은 통신사업자들의 QPS 서비스에 대항하기 위해 주파수 경매에 뛰어들 것이다. 퀄컴, 인텔 등 유수의 IT 사업자들 또한 주파수 경매에 참가해 주파수를 획득하였거나, 주파수 경매에 참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상파의 공공서비스 확충은 매우 느리고 정책적 관심사에서 멀어지고 있는 지금, 주파수 경매제에 대한 전면적은 재검토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IT 산업 진흥, R&D, 정보화 등이 포함된 정부주도형 주파수 관리 시스템에 적응되고 있는 것에 비추어 주파수 경매제가 과연 필요한 일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전국 어디에서나 광대역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3개의 유선통신 사업자들의 DSL 및 케이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미국과 환경이 다른 우리나라에서 지상파 아날로그 환수 주파수는 우선 보편적 무료 공공서비스 확대에 활용되어야 한다. 디지털 지상파방송 난시청 해소, 해외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더 많은 무료 보편적 공익서비스 확대, 디지털 지상파방송 리턴채널 확보, 라디오 디지털화 등 공공서비스 영역에 재투자되어야 한다.  

한편으로, 우리나라 차세대 방송서비스를 준비하기 위한 여유 주파수도 필요하며, 고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다양한 주파수 수요도 감안해야 한다. 이러한 기반이 갖춰진 이후에 주파수 경매제를 도입할 것인지 여부를 사회적 합의를 거쳐 결정해야 한다. 공공 안전, 공공 서비스, 공유 주파수 확보 등 적절한 공공·공익 서비스에 필요한 주파수 확보는,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고 광대역 망이 지속적으로 확장되는 지금, 방송·통신 서비스의 사회적 안전망을 담보할 수 있는 중요하고도 시급한 정책적 과제이다.

문효선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위원 mhs@mbc.co.kr 

■ 참고문헌

1) 「전파관리제도 및 주파수 가치산정에 관한 연구」, 방송위원회, 2006. 12.
2) 「전파방송 중장기 종합발전 계획」, 전파진흥원, 2002.
3) 「새로운 주파수 관리 방식」, LG경제연구원, 2007. 2.
4) 「주요국의 주파수경매제 현황과 시사점」, KISDI, 2002. 3.
5) 「주파수 경매제도 도입의 유용성과 한계」, 한국정책지식센터, 2003. 5.
6) 「주파수경매제 : 이론과 현실」, KISDI, 2006. 11.
7) 「주파수경매의 이론과 사례분석」, KISDI, 2003. 2.
8) 전국언론노동조합, http://media.nodong.org
9) 연론개혁시민연대, http://www.pcmr.or.kr
10) 전자신문.
11) 디지털타임즈.
12) IDG News Service.

13) http://Freepress.org
14) http://ConsumerUnion.org

 


 

*이 기사는 한국방송협회 '방송문화' 에서 제공했습니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