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지 않는 ‘적’ 초국적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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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지 않는 적을 조심하라!"

박상표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편집국장은 FTA와 기업의 세계화로 우리의 건강권이 위협되고 있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초국적 기업이 바로 우리가 싸워야 할 숨어 있는 적이다.

7일 덕성여대에서는 'FTA와 기업 세계화로 인한 새로운 건강권 위협, 그리고 우리의 대안' 이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2007 한국사회포럼 행사 중 하나로 보건의료단체연합이 주최했다. 토론에는 박상표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편집국장,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4일 방송된 KBS 환경스페셜 '위험한 연금술, 유전자조작 식품'을 연출한 이강택 KBS PD가 참석했다. 미국의 식품 가공 기업 카길, 세계 최대의 종자 회사 몬산토, 미국 종합금융회사 AIG,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 등의 기업들이 한미 FTA 협상으로 어떻게 자신들의 이익을 남기려 하는지에 대해 토론이 진행됐다.

압력 행사 배후에 있는 카길 

박상표 국장은 광우병의 정치경제학 ‘카길의 세계화 전략’이라는 발제를 통해 쇠고기 등 육류 부문 2위의 식품 가공기업 카길이 어떤 방식으로 우리의 식탁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설명했다.  

미국은 쇠고기 생산량의 90%를 자국내에서 소비하고 10%만 외국으로 수출한다. 박 국장은 "쇠고기를 10%밖에 수출하지 않지만 미국 내에서 쇠고기 값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며 "광우병 때문에 쇠고기 수출이 금지됐을 때 미국 내 쇠고기 값도 15%나 폭락했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들 기업들은 경제적 이윤을 얻기 위해 다른 국가들에게 개방 압력을 행사하고, 쇠고기 수입을 한미 FTA의 선결 조건으로 제시하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카길, 몬산토 등의 회사는 FTA 농업정책자문위원단에 소속돼 있다. 그들은 한미 FTA 협상 내용을 보면서 자신들의 의견서를 자문단에 보낸다. 카길, 몬산토 등의 초국적 기업이 압력을 행사하는 '배후'에 있는 것이다. 
 
박 국장은 "카길과 같은 농식품 복합체가 곡물의 생산부터 소비까지 모든 영역을 장악하고 있다"며 "현재 한국 곡물시장의 60%도 카길이 차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가 먹는 거의 대부분의 음식은 독점 군주 카길이 만든 것"이라며 빵의 밀가루, 국수의 밀, 심지어 달걀 프라이에 들어가는 소금이나 샐러드 드레싱의 올리브유까지 카길이 장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길을 포함한 상위 4개사는 전체 쇠고기의 81%, 옥수수의 74%, 대두의 83%를 공급하며 시장을 독점한다. 문제는 쇠고기의 경우 광우병 위험이 있고 옥수수, 대두의 경우 80% 이상이 유전자 조작 식품(GMO)으로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데 있다. 박 국장은 "콩은 100% GMO일 걸로 추측된다"면서도 "증명된 자료는 없다"며 "유전자 조작 콩을 먹은 동물이 유해성이 있냐 없냐를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오랜 시간 연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객관적, 과학적으로 밝혀진 자료가 없는 상태지만 이것이 안전하다고 증명된 자료 역시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표> 카길과 몬산토의 전략적 제휴

1년에 유태인 대학살 두 번 반 일어나는 꼴 

우석균 정책실장은 '화이자와 AIG, 건강은 권리인가 상품인가'라는 발제를 통해 "1년에 유태인 대학살이 두 번 반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화이자 등의 다국적 제약회사가 연간 400조원의 이익을 보는 동안 치료를 할 수 있는데도 약을 사지 못해 사망하는 사람이 1년에 1400만명에 이르기 때문이다. 유태인 대학살 때 사망한 사람은 약 600만 명이었다.

우 실장은 "심지어 설사로 사망하는 사람도 있다"며 "아프리카에서는 에이즈 약을 사려면 한달에 140만원을 내야 하는데 이는 한 마디로 죽으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는 아프리카, 아시아 등에서 약값을 비싸게 유지하는 이유를 "여기서 싸게 팔면 유럽, 미국 등 다른 곳에서 비싸게 팔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약값이 비싼 곳에 사는 사람들이 싼 나라에서 약을 사들이는 역수입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FTA에서 지적재산권 강화, 약가 무력화 정책을 통해 돈을 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미국 상무성 자료를 보면 약가 통제 정책을 없앴을 때 미국 제약회사들이 버는 돈이 연간 170~270억 달러에 달한다는 내용이 있다"며 "다른 나라의 약가 정책을 무력화하는 것을 미국 상무성이 공공연하게 내세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은 1984년 비영리 연구소에서 특허를 내면 이를 산업체에 넘길 수 있는 법을 제정했다"며 "자국내 법을 지적재산권 협정이란 이름으로 전세계로 확장시켰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미국과 88년에 지적재산권협정을 맺은 바 있다. 우 실장은 "FTA에서 허가 특허 연계, 자료독점권, 에버그리닝(특허가 늘 살아있게 해 복제약의 경쟁 자체를 막는 것) 등을 통해 지적재산권을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이런 특허 제도를 통해 돈을 벌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특허는 온 인류의 재산으로 만들자는 의미에서 생겼는데 지금은 오히려 사람을 1년에 몇 천만명씩 죽이는 제도로 사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KBS 이강택 PD. 유전자 조작으로 기형이 된 동물의 사진을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다.
 

국제적 추세에 뒤쳐진 한국, 분발 필요 

이강택 KBS PD는 'GMO의 정치경제학 몬산토는 무엇을 꿈꾸는가'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세계 종자 시장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의 몬산토는 제초제 저항성 콩, BT 옥수수, BT 면화 등을 개발하는 회사다. 1만 2천 명의 연구 인력들은 세계 각지에서 수집된 생물자원으로 갖가지 다양한 유전자 조작 실험을 하고 있다. 그러나 유전자를 조작한 동물들이 어떻게 처리되는지는 모른다. 모든 것이 '비밀리'에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 PD는 "유전자 조작 식품(GMO)이 과연 무엇을 위해 생산되고 있는가에 주목해야 한다"며 "우리사회의 가치관을 근본적으로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곡물이나 고기는 인간이 필요로 하기 때문에 만들어진 것인데 지금은 몬산토와 같은 자본의 이익에 부합하고 있다"며 "유통자본, 정부, 카길이 합류해 소비자를 선택의 여지 없이 만들어 놓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미 FTA가 우리사회에 기여한 것은 이러한 문제들을 전반적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BT에 대한 환상은 결국 "돈에서 오는 것"이라며 "몬산토 같은 회사는 증권시장에서 주가를 올리고 자회사를 만들어 주식시장에 상장시키는 등의 방식으로 돈을 벌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에게는 "BT가 미국의 경쟁력이라고 말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것들이 "황우석 사태와 뭐가 다르냐"며 "미국에서 90년대 벌어진 일들이 10년 후 한국에서 똑같이 사기극이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이 PD는 "진짜 식량 증산을 원한다면 가뭄에 견디는 법 등을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몬산토는 이러한 것들은 개발하지 않는다. 왜? "제초제를 만드는 것만큼 돈이 되지 않으니까."

가장 큰 문제는 GMO에 대한 유해성 논란이 뜨거움에도 아무런 규제 장치가 없다는 데 있다. 현재 유럽 전역에서는 철저한 GMO 표시제가 시행중이다. 일체의 가공 식품과 유제품 등 모든 식품, 심지어 가축사료까지 예외 없는 표시제가 실시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표시제가 유명무실하다. 이 PD는 "표시제가 있는 걸 본 적이 없다"며 '낙곡의 문제'를 제기했다. 이동하는 중간에 종자가 트럭에서 떨어져 길거리에서 자라면서 오염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미국의 몇 개 주에서는 GMO 프리존을 선언하고 일본에서도 GMO 프리존 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PD는 "우리나라에서는 왜 아무런 대응이 없는지 이해되지 않는다"며 우리나라는 "국제적 추세에 뒤쳐져 있다. 분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백혜영 기자 otilia@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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