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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위원회가 10월 16일 전체회의를 열어 보도전문채널 이외에 보도 프로그램을 방송할 수 있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로 한국정책방송 KTV, 국회방송, 방송대학TV(OUN), 아리랑TV를 선정하기로 하고 22일 고시 예고안을 발표하자 대부분의 신문은 이를 대서특필하며 "관변 채널에 특혜를 주어 정권 홍보를 강화하려는 조치"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동안 보도성 프로그램을 방송해 논란을 빚은 CBS TV와 한국경제TV는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여론의 다양성을 저해한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도 이들을 포함한 일부 PP 회원사들의 불만을 들어 부정적인 견해를 표시하고 있지요.

신문들의 이러한 지적은 충분히 일리가 있고, 일부 PP들의 반발도 수긍할 만합니다. 그런데 이 문제는 갑자기 나온 게 아니지요. 지난 과정을 찬찬히 뜯어보면 버스 지나간 뒤에 손을 흔드는 듯한 느낌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보도 프로그램 방송을 둘러싼 논란은 꽤 역사가 깊은데, 방송위는 승인받지 않은 PP들이 부편성 범위(20%) 안에서 보도를 방송하고 있는 것을 제재하겠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밝혀왔고 언론에도 계속 소개돼왔지요.

이러한 취지를 담은 게 "전문편성을 행하는 방송사업자가 주된 분야 이외에 부수적으로 편성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범위와 종류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는 방송법 69조 5항으로 지난해 10월 27일 공포됐습니다.

구체적으로 보도 금지를 명문화한 것은 올해 7월 31일 국무회의를 통과하며 확정된 개정 방송법 시행령으로 8월 7일부터 공포 시행되고 있지요. "전문편성을 행하는 방송사업자가 부수적으로 편성할 수 있는 방송프로그램은 교양과 오락에 한정한다.  

다만 공공채널과 영어 등 외국어를 주 언어로 하여 국내 체류 외국인에게 대한민국에 관한 정보 제공을 위한 채널에서 행하는 방송 등 방송위가 고시하는 채널의 경우에는 그러지 아니하다"는 50조 5항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 시행령 조항은 지난해 12월 2일 입법예고됐을 때는 예외 대상으로 '국내거주 외국인 대상 방송 등'으로만 규정돼 있다가 올 3월 9일 재입법예고됐을 때는 공공채널이 추가됐지요.

지금 새삼스럽게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들은 지난해 방송법 개정 당시 큰 윤곽이 그려져 있었고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도 이미 지난해 12월과 올 3월 입법예고 과정에서 결론이 난 셈이지요. 최종적으로 국무회의를 통과하며 CBS TV나 한국경제TV는 보도를 할 수 없도록 돼버렸고, KTV나 아리랑TV 등은 이때 이미 보도를 할 수 있도록 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는 이미 여러 언론매체에서 보도했고, 특히 EBS 노조가 올 8월 방송위에 보도 기능을 허용해달라고 요구하며 시위를 벌일 때 "관변매체 특혜 주고 EBS는 왜 입 막나"란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기도 했지요(저도 이 글에서 이러한 내용을 8월27일 '기자 없는 EBS의 설움(?)', 8월1일 '좌절된 PP 독과점 완화 시도' 중 "보도채널 아니면 보도 일절 못한다"는 제목으로 소개했지요). 방송위로서는 신문과 PP들의 비판과 반발이 황당하게 느껴질 법도 합니다.

만일 국방부 산하 국방홍보원이 운영하는 국군방송TV나 서울시가 운영하는 교통방송의 TV서울이 "왜 우리도 공공채널인데 고시 예고안에서 빠졌느냐"고 반발한다면 동의할 수는 없어도 이해는 됩니다. 그러나 22일의 결정 자체는 이미 만들어진 법령을 충실히 따른 셈이거든요. 만일 방송위가 이런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면 방송 주무기관이 방송법령을 어기는 꼴이 되니 문제를 삼으려면 고시 예고안이 아니라 방송법 시행령을 문제삼아야 마땅하지요.

신문들의 비판이나 일부 PP들의 반발처럼 방송위의 고시 예고안이 대단히 잘못된 것이라는 전제 아래 책임 문제를 따져봅시다. 일단 방송위가 두 차례나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널리 알리고 의견을 묻는 절차를 소홀히 하지 않았는지 의심할 수 있습니다. 직접 이해당사자인 사업자나 단체, 유관기관 등에만 의견을 물어보고 형식적인 공청회나 전문가토론회(그나마 안할 때도 있지요)를 거치는 게 관행이긴 하지만, PP의 보도 문제에 관해서는 잠재적인 사업희망자인 신문사 등에도 의견을 물어봤어야지요.

그렇다 하더라도 신문사들이 책임을 면할 수는 없습니다. '정권 홍보를 강화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그토록 중대한 사안이라면 진작 법과 시행령 개정과정에서 문제를 삼고 막아야 할 일이었겠지요. 또 나중에라도 문제를 삼겠다고 나선다면 고시 예고안이 잘못됐다고 할 게 아니라 방송법 시행령, 나아가서는 방송법을 고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 맞겠지요.

여기에는 일부 신문들의 반방송적이고 반정권적인 선입관과 정서가 깔려 있을 뿐 아니라 침소봉대, 견강부회적 의제 설정에 냄비식 저널리즘의 관행도 한몫한 것이라는 혐의를 두게 됩니다. 기사송고실 문제로 국정홍보처에 대한 비판 기사를 연일 쓰고 있는 시점에서 KTV가 표적이 된 측면도 있어 보이더군요.

그래도 방송법과 시행령 개정과정에서 가장 민감하게 반응해왔던 CBS TV와 한국경제TV는 몰랐을 턱이 없지요. 그런데도 성명과 보도자료 등을 각 언론사에 배포하며 뒤늦게 강경 대응하는 것을 보면, 주요 종합일간지가 이번 조치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오는 김에 편승해보려는 듯한 태도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신문들은 이른바 관변 채널에 보도를 허용하는 것을 문제삼는 데 비해 이들은 자신들에게도 보도를 허용하라고 주장하고 있어 시각과 노선도 다소 다르지요. 만일 방송법이나 시행령을 개정하자고 하면 의견과 태도가 엇갈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문채널들의 보도 금지 조치로 가장 수혜자가 된 YTN과 mbn 등은 사뭇 다른 보도태도를 보이고 있고 언론이나 다름없이 행세하고 있는 국정브리핑도 자기 주장을 내세웠지요. 그간 쏟아냈던 관련 기사의 제목을 보면 아전인수 격 보도가 눈에 많이 띕니다. 덤으로 지난주 보도가 얼마나 생뚱맞은지도 눈치 챌 수 있고, 여전히 위력적인 독과점적 신문들의 의제 설정 파워도 느낄 수 있지요. 다음은 네이버 뉴스검색 화면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보도채널 외엔 뉴스방송 못한다>(매일경제 2006.10.19), <일반 PP 보도프로그램 편성 금지>(mbn 12.12), <보도 기능 없는 PP 규제-방송위>(매일경제 2007.2.22), <방송위, KTV 등 관변매체에만 '보도편성' 허용 추진>(서울경제 6.10),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공포>(디지털타임스 8.8), <[국감]"공공채널에만 보도 허용, 명백한 특혜"…손봉숙 의원>(아이뉴스24 이하 10.18), <"비보도채널 뉴스 엄격 금지해야">(mbn), <국공영 채널만 뉴스프로 신규 허용>(동아일보 이하 10.23), <전문채널 뉴스 보도 크게 줄어들 듯>(연합뉴스), <방송위, KTV 등 4개 채널 예외 선정>(mbn), (YTN), <"시청자 호도 우려"…공정성 논란>(문화일보), <[사설]일방적 홍보 방송 없어 국민 지지 못 얻었나>(동아일보), <[사설]정부 쪽 채널에만 허용한 뉴스방송>(한국일보), <공영채널 4곳만 뉴스프로 허용>(세계일보), <[사설]케이블TV까지 정부 선전장 만들 심보인가>(조선일보), <정부 운영 4개 채널 뉴스 편성 허용…"국정홍보처 강화 속셈" 비판 거세>(서울신문 이하 10.24), (조선일보), (중앙일보), <전문편성 PP 뉴스 금지>(디지털타임스), <[사설]차라리 보도채널 부분 자유화를>(헤럴드경제), <한국정책방송 KTV, 국민-정부 잇는 소통의 채널>(국정브리핑 10.25), <전문채널 보도 금지에 반대 의견 잇따라>(연합뉴스 이하 10.26), (이하 노컷뉴스), , <"국공영 채널만 보도프로 허용…국민 알권리 무시 처사">(동아일보 10.27), <"보도채널 누군 되고 누군 안되나">(한국일보 10.28) 

방송위는 여러 채널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느라 진땀을 빼며 어렵게 고비를 넘어왔다고 생각했는데, 당혹스러울 겁니다. 일단 내달 12일까지 의견을 청취한 뒤 고시안을 확정할 예정이지만 법령을 바꾸지 않는 한 예고안에서 크게 달라지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더욱 고민스러운 문제는 종합편성이 아닌 전문 지상파방송, 즉 교육전문 TV와 라디오 EBS, 그리고 종교전문 라디오 CBS, BBS(불교방송), PBC(평화방송) 등입니다. EBS는 재허가추천 심사과정에서 방송국 허가장에 명시된 '보도 제외'란 문구를 빼겠다고 나섰지요. CBS는 1954년 최초의 민영방송으로 출범할 때부터 보도를 해왔고 5공 당시 보도기능을 박탈당한 아픈 역사가 있어 더욱 민감하게 생각할 겁니다.  

종교전문 라디오방송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보도를 허용해왔던 현실과 관행을 인정하되 일정 분량 이내로 제한하고, EBS에 대해서는 교육ㆍ문화뉴스에 한해 허용하는 쪽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듯한데, 결과는 속단할 수 없습니다.

해당 방송사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는 데다 지상파에 대한 규제 방안이 거꾸로 다시 PP에 대한 기준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어 검토하는 데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습니다. 차제에 보도에 대한 개념을 다시 정의해야 한다는 이야기에서부터 대기업ㆍ일간신문ㆍ뉴스통신은 보도전문채널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한 문제와 신문-방송 겸영론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논의를 통해 새 틀을 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겠지요.  

지상파가 주장하는 중간광고 장점은 과연 무엇인가 

제가 3주 전 MBC가 지상파방송 중간광고 허용에 앞장선 까닭을 설명하며 10월 초 열린 두 차례의 토론회 발제 내용을 소개한 것을 기억하시지요. 방송위는 23일 이 문제를 전체회의 안건에 상정해 논의했다가 결론을 내지 못하고 다시 논의하기로 미뤘습니다. 관례대로 한다면 다음 회의가 30일인데, 방송위원 9명 중 3명이 재허가추천 심사에 들어가 있어 11월 2일로 미뤄질 것이라고 합니다(11월 1일로 예정된 방송위 확인감사를 넘긴 뒤 하겠다는 심산도 있는 듯합니다).  

지상파방송사들은 "방송위원들이 지상파방송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있고 33년 만에 다시 도입하자는 취지에 공감하고 있는 만큼 좋은 결론을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하고 있더군요(위원 9명 중 5명이 지상파방송사에 몸담았던 인물이라는 점을 믿는 걸까요). 

지상파방송사들의 모임인 한국방송협회가 9월에 낸 자료집에는 △수신료 인상 △광고제도 합리화(중간광고, 광고총량제, 간접광고 등) △미디어렙 신설 △방송사 경영 혁신 △MMS 도입 등 여러 재원 확보 방안 가운데 방송법 시행령(제59조) 개정만으로 가능하고 실질적이고 즉각적인 효과를 갖는 중간광고가 핵심 해결책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국회를 통과해야 하고 혜택이 KBS와 EBS에만 한정된 수신료 인상, 국회에서 법을 개정해야 하는 미디어렙 신설과 가상광고 도입, PD들도 광고주의 영향력 확대와 시청률 경쟁 심화를 우려하고 있는 광고총량제, 당장 돈이 오히려 더 드는 MMS 등보다는 훨씬 쉽고 효과도 낫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분위기가 꼭 그런 것 같지만은 않습니다. 이미 몇 차례 토론회에서 드러났듯이 수신료 인상이나 MMS 도입에는 찬성하는 언론학자나 시민단체 관계자들도 중간광고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표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미 미디어수용자주권연대와 문화연대는 방송의 공공성과 시청권 보호를 들어 반대 성명을 냈지요. 

신문들은 말할 것도 없고, 케이블TV협회도 반대하는 의견서를 방송위에 전달한 데 이어 "중간광고 도입 논의에 앞서 KBS 2TV 광고부터 중단하라"고 요구하기도 했지요. 

그런데 재정 위기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말고는 납득할 만한 다른 명분은 하나도 없는 걸까요. 신문 등에서도 반대 의견만 무성할 뿐 지상파방송사들이 내세우는 주장을 싣지 않으니 여기서 짤막하게라도 방송협회 자료집에 나타난 필요성을 소개해보기로 하겠습니다. 

△고품질 프로그램 제작을 위한 안정적인 재원 확보 △방송광고의 효율성 제고를 통한 경제발전 기여 △극적 완성도 높은 다양한 구성의 프로그램 제작 △글로벌 스탠더드로 해외 판매에 적합한 프로그램 제작 가능 △매체 간 차별 규제 해소 및 공정경쟁 보장 등이 그것이지요. 

첫 번째는 '시청자 복지' '무료 보편적 매체' 운운하지만 결국 지상파가 돈을 더 벌자는 뜻이고, 두 번째도 지핑(Zipping:비디오 시청시 광고 건너뛰기)과 재핑(Zapping:리모컨을 이용한 TV 이리저리 돌려보기) 등 광고 회피 기술 발달로 블록광고의 효율이 저하된 것을 개선해 광고를 효율적으로 배분해야 한다는 주장이니 크게 다르지 않지요. 광고를 통해 공영방송, 혹은 지상파방송의 재원을 늘려주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별 이유가 안되겠지요.

세 번째는 프로그램 구성을 섹션화하면 극적 긴장감을 더 높일 수 있어 시청자들이 좀더 몰입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연속극의 마지막 장면이 시청자에게 늘 다음회가 기다려지도록 만들 듯이, 한 회의 프로그램도 중간광고 다음 줄거리가 궁금하도록 제작하겠다는 뜻이지요. 이 역시 시청자들이 광고를 좀더 보도록 만들어(광고 효과를 높여) 수익을 늘리자는 복안과 연결돼 있지요. 

그럴 경우 "한창 재미있을 만하면 프로그램이 끊긴다"고 짜증을 낼 사람도 있겠지요. 2005년 10월 언론정보학회 주최 토론회에서 김동민 한일장신대 교수는 "케이블TV를 시청하다 보면 중간광고가 나올 때 화장실도 다녀올 수 있어 좋은 점도 있더라"고 말하더군요.  

손봉숙 의원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국감에서도 "추석 특선 영화를 2부로 나눠 중간에 광고를 편성하는 것은 편법"이라고 지적하며 "나는 중간광고에 반대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편법은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말이야 백번 옳지만 '반지의 제왕'처럼 3시간 가까운 영화를 TV로 시청하려면 중간에 화장실을 다녀오거나 물을 마시러 갔다올 시간도 있어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저는 편법을 고쳐야 한다는 손 의원의 지적에는 찬동하지만 방송위가 라디오 중간광고에 대해서만 심의를 해왔다는 발언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손 의원 주장대로라면 '손석희의 시선집중' '황정민의 FM 대행진' '강석 김혜영의 싱글벙글쇼' '두시 탈출 컬투쇼' 등 4부로 쪼개 방송하는 라디오 프로그램도 모두 편법으로 중간광고를 하고 있는 셈이지요). 

넷째로 글로벌 스탠더드에 어긋나 문제가 있다는 주장에는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외국 기준에 무조건 따르자는 것은 아니라 해도 외국의 사례는 충분히 참고할 만하고, 외국에 판매된 프로그램들이 임의로 중간에 잘려 광고가 들어가면 극적 완성도와 연결성이 손상되니 아예 외국 추세에 맞춰 제작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마지막 이유는 케이블TV와 위성방송 등에 중간광고를 허용하고 있다는 점을 든 것인데, 똑같이 하면 표면적으로 차별은 해소되겠지만 매체간 차이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공정경쟁 여부가 달라지겠지요.

OBS 계양산 송신소 허가, 이번주가 고비 

슬슬 찬바람이 불고 겨울이 다가오는데도 봄에 신청한 OBS경인TV의 허가 소식은 아직도 잠잠합니다. 4월 5일 방송위원회의 허가추천 의결 이후 4월 12일 허가추천을 받아 5월 18일 정보통신부에 허가신청서를 제출했는데 반 년이 다 돼가는 것이지요.  

SBS를 위시한 기존 수도권 방송사들의 반대 때문에 정통부가 눈치를 보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오다가 어렵사리 문제가 풀렸는데도 허가를 늦어지자 정통부가 외압 때문에 주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제기됐습니다.  

사업자 선정 당시 영안모자 컨소시엄이 아닌 중소기업중앙회 컨소시엄을 밀었던 청와대 핵심 인사들이 CBS와의 갈등에서 불거져나온 백성학 회장의 스파이설 때문에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 외압설의 실체이지요. 합의제 위원회에는 통하지 않던 외압이 독임제 부처에는 통할 수 있다는 추측도 곁들여집니다. 

외압설을 선뜻 믿기는 어렵지만, 만의 하나 그 때문이라 하더라도 백 회장 문제는 방송위 허가추천 과정에서 이미 걸러진 만큼 다른 핑계를 대야겠지요. 그런 점에서 인천 중심부의 수봉산에 있던 아날로그TV 송신소를 2004년 디지털TV 송신소 허가를 받았던 서울 인근의 계양산으로 옮기려는 것은 좋은 빌미가 될 만합니다. 기존 방송사들도 전파 월경과 간섭을 우려하고 나섰으니까요. 

그런데 외압 가능성이 있다 해도 그 실체를 밝혀내기란 대단히 어려울 겁니다. 또 외압을 받아 둘러대는 핑계라 해도 송신소 이전에 따른 문제가 심각하다면 쉽게 넘겨버릴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요. 

정통부는 (외압 때문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아도 쌀 만큼 이 문제를 질질 끌다가) 이달 들어 OBS, KBS, MBC, SBS의 실무진과 전파 전문가 등 11명으로 구성된 '경인TV 계양산 안테나 성증 검증위원회'를 꾸려 15일부터 25일까지 실측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OBS 관계자는 "실측결과가 부정적이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정통부 주변에서는 "전파 월경이나 간섭 가능성이 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습니다.

그래도 실측결과 발표마저 늦출 수는 없는 일이어서 이번 주에는 곧바로 허가하든지, 차폐막을 보완을 요구하든지, 아예 계양산은 안된다든지(수봉산으로 옮기라든지) 입장을 밝혀야겠지요. 

그런데 실측 테스트 장소가 계양산이 아니라 경기도 안산이라는 점 때문에 논란의 소지가 있습니다. OBS와 경기ㆍ인천 시민단체 등은 실측 테스트에 들어가기 전에 "시간을 끌려는 의도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한 상태입니다. 만일 OBS가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계양산에서 다시 한번 해보자"고 주장할 만한 빌미를 준 셈이지요. 

18일 정통부를 상대로 한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대통합민주신당의 변재일 의원은 허가 지연의 문제점을 질타하며 "전파의 월경을 막을 차폐막의 성능 실측검사가 계양산이 아닌 다른 민간시설에서 이뤄지므로 가장 중요한 지형적 특성조차 반영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OBS는 11월 개국이라는 목표에 맞추기 위해 내부적으로 15일 시험방송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현재와 같은 시청환경에서는 송신소 위치 못지않게 중요한 케이블TV 재송신을 위해 25일에는 수도권 SO들을 초청해 사업 설명회도 열었지요. 그런데 만일 허가가 또 미뤄진다면 OBS 종사자들은 온몸에 힘이 빠질 지경일 겁니다. 아무쪼록 개국 준비에 바쁜 이들이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오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이희용[연합뉴스 엔터테인먼트부장] http://blog.yonhapnews.co.kr/hoprave
hee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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