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삼성계열 분리 ‘위장’ (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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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의 실제 사주가 이건희 삼성 회장이라는 주장이 김용철 변호사로부터 제기되면서 진위 여부를 놓고 사회 전반이 시끄러운 가운데, 언론․시민단체들은 “중앙일보가 삼성으로부터 제대로 독립할 기회”라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삼성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을 지낸 김용철 변호사는 지난 26일 서울 동대문 제기동성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앙일보의 삼성그룹 계열분리는 위장으로, 이건희 삼성 회장의 중앙일보 지분을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앞으로 명의 신탁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김인주 사장(삼성전략기획실)이 1999년 나에게 주식명의신탁계약서를 비밀리에 써달라고 했다”면서 “주주명의자는 홍석현 회장으로 하되 홍 회장은 의결권이 없으며, 이건희 회장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내용으로 계약서를 (내가) 직접 썼다”고 말했다.

위장계열분리의 정황도 자세히 소개했다. 중앙일보가 계열분리를 하겠다고 대국민 선언을 여러 차례 했지만 홍 회장에겐 대주주 지분을 살 돈이 없어서 이건희 회장의 중앙일보 지분을 홍 회장 앞으로 명의 신탁하는 방식으로 위장계열분리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중앙일보 스스로도 삼성과 분리됐다고 생각하지 않아 수시로 삼성 구조본에서 돈을 받아썼다”면서 “수해로 중앙일보사 건물 지하주차장이 파손되자 수리비용까지 요구했을 정도”라고 밝혔다.

불법 행위에 대해서도 중앙일보와 삼성이 서로의 손을 잡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안기부 X파일 사건 당시 제보자가 중앙일보 쪽에 20억원을 주고 테이프를 살 것을 제안했고 중앙일보가 가격을 10억원까지 합의, 삼성 구조본에 그 비용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중앙일보는 26일자 신문 1면에 ‘중앙일보 관련 김용철씨 주장은 사실무근’이란 제목의 사고(社告)성 기사를 싣고 “삼성으로부터 중앙일보 계열 분리는 정상적이고 합법적으로 이뤄졌으며, 이 모든 과정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감독과 승인을 거쳐 합법적으로 진행됐다”고 반박하면서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언론․시민단체들은 김 변호사 주장에 좀 더 신뢰의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참여연대, 한국PD연합회 등 48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언론개혁시민연대는 김 변호사의 기자회견 직후 성명을 내고 “중앙일보가 삼성과 이건희 가족에 대한 부정적인 문제만 나오면 침묵하거나 축소․은폐했던 이유를 분명히 알 수 있게 됐다”고 잘라 말했다.

언론연대는 “기자회견 내용이 사실이라면 중앙일보를 사적소유물이라 생각한 이건희 회장이 홍석현 회장과 공모해 ‘중앙일보 위장계열 분리’라는 대국민 사기극을 벌인 것”이라며 “중앙일보는 삼성일보였다”고 비판했다.

이어 “중앙일보는 사회의 공적 자산”이라고 강조하면서 “중앙일보와 이건희 회장 스스로 언론 사유화를 통해 삼성의 비리를 철저히 외면하고 홍보에만 열을 올린 잘못된 행위를 낱낱이 밝힌 후 국민 앞에 사과하고 죄의 대가를 치름으로써 정론지로 다시 태어나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김세옥 기자 kso@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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