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contsmark0|1. 미장센의 개념드라마 연출자나 영화감독들이 작품을 제작할 때 현장에서 우선적으로 고민해야할 세 가지 당면과제는 ‘무엇을 찍을 것인가, 어떻게 찍을 것인가, 그것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이다. 앞의 두 가지는 미장센의 영역에 포함되고 세 번째는 몽타주의 영역에 속한다. 프랑스어로 미장센(mise en scene)은 ‘장면을 채운다(putting in the scene)’라는 뜻으로서 원래는 무대연출을 가리키는 용어였다. 연극 연출가가 무대 위에 무엇을 배치할 인가로부터 고민을 시작한다면 영화감독은 프레임(frame)을 무엇으로 채울 것 인가로부터 생각을 풀어나간다. 즉 화면 속에 담겨질 모든 조형적 요소들을 고려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세팅, 조명, 의상, 배열, 구도, 인물의 행위, 카메라의 각도와 움직임 등이 포함된다. 그러므로 영화에서의 미장센은 ‘카메라에 찍힐 수 있도록 그림을 짜고 움직임을 만드는 감독의 모든 작업을 총괄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미장센에 대한 이러한 광의의 해석은 영화감독의 모든 기능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특정한 영화를 이야기하는데 사용하기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장센에 대한 좀더 영화적인 의미는 몽타주와 대비되는 상대적인 개념으로 쓰인다는 점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몽타주가 쇼트와 쇼트의 결합으로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면 미장센은 단일한 쇼트로서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작업을 가리킨다. 즉 한 쇼트 속에 담겨지는 그림을 통해서 특정한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공간을 조정’하는 것을 말한다. 때문에 미장센을 고집하는 감독들은 쇼트를 쪼개지 않고 한 쇼트를 길게 찍는 롱테이크(long take)와 화면의 심도를 살린 딥 포커스(deep focus)를 즐겨 사용한다. 2. 롱테이크 기법롱테이크는 말 그대로 ‘길게 찍기’를 말한다. 현장에서 촬영을 해본 사람은 하나의 쇼트를장시간 지속시킨다는 것이 무척 어렵다는 것을 실감한다. 대단한 고집과 배짱이 아니고 서는 롱테이크를 함부로 구사할 수 없다. 때문에 롱테이크를 선호하는 감독들은 소위 거장들이 많다. 윌리엄 와일러, 오손 웰스, 구로자와 아끼라, 타르코프스키, 임권택 등 쟁쟁한 감독들이 여기에 속한다. 히치콕은 영화 「로프」에서 단지 여덟 개의 쇼트를 사용하여 영화를 구성하는 실험을 하였고 미클로스 얀초는 「어린 양」「붉은 시편」등과 같은 작품에서 영화 전체를 단 하나의 롱테이크로 표현하는 과감한 시도를 하고 있다.롱테이크 기법은 가능한 한 흐름을 단절시키지 않고 긴 호흡으로 사실감을 유지시키면서 화면구성과 여백의 조화를 통해 다층적 이미지를 전달하려는 의도에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관객은 감독이 구사한 미장센의 의미를 분석하고 음미하면서 영화보기의 무한한 즐거움을 빠져들게 된다. 우리가 기억하는 영화의 명 장면들이 대개 여기에 속한다. 「제3의 사나이」(감독: 케롤 리드,사진1)를 보자. 낙엽이 지는 긴 가로수 길을 하염없이 걸어오고 있는 여인 (알리다 발리), 그 여인에게 미련이 남은 듯 길가 달구지에 기대서서 기다리고 있는 남자(조셉 고튼), 그러나 남자에게 이별도 않고 화면을 가로질러 사라지는 여인, 남자는 담배 불을 붙여 물고 한숨처럼 연기를 뿜는다. 정적 속에 낙엽은 진다. 냉대의 극치를 보여준 이 장면에서 오로지 애끓는 치타의 선율만이 실연으로 인해 상처받은 사나이의 절제된 슬픔을 표현하고 있다. 마치 굴곡 많은 우리네 인생길을 상징하듯 구불구불 이어지는 긴 돌담길을 배경으로 유랑하는 소리꾼 일가의 인생 행로를 구성진 진도 아리랑에 실어 표현한 우리 영화 「서편제」(감독: 임권택)의 한 장면(사진 2)은 5분 10초에 이르는 롱테이크로서 관객들의 심금을 울렸다. 영화 전체가 라스트의 롱테이크 한 쇼트를 위해서 존재한다해도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마지막 쇼트가 관객에게 주는 의미가 각별한 영화는 「올리브 나무 사이로」(감독: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사진3.)를 꼽을 수 있다. 청년 호세인은 아리따운 여학생 테헤레에게 결혼해 달라고 간청하나 그녀는 일체의 의사 표시 없이 침묵으로 일관한다. 집요한 구혼과 철저한 무시. 이러한 구도는 영화 도입부에서 시작하여 끝까지 이어진다. 드디어 라스트 씬. 올리브 나무 사이로 멀리 푸른 초원을 가로질러 말없이 가고 있는 무정한 테헤레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호세인은 참을 수 없는 열정에 사로잡혀 정신없이 그녀의 뒤를 쫓아간다. 둘의 간격이 점점 좁혀지며 이윽고 멀리 작은 점처럼 가물가물 가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 한동안 계속된다. 그녀의 대답은 영원한 숙제로 남겨둔 채 이대로 끝나는 구나 라고 생각할 무렵 화면에 변화가 생긴다. 두 점 중의 하나가 방향을 바꾸어 돌아오기 시작한다. 경쾌한 음악이 깔리면서 화면을 가로지르며 아득히 달려오고 있는 사나이의 실루엣이 점점 뚜렷해진다. 솟구치는 기쁨을 억누를 수 없는 듯 달리고 또 달리는 호세인의 환희에 찬 모습이 확대되며 엔딩 자막이 떠오른다. 롱테이크로 처리된 라스트 씬은 호세인이 결국 그녀로부터 그토록 염원하던 결혼승락을 받아내었음을 충분히 암시하고 있다. 그레고리 펙과 찰스턴 헤스튼이 사나이의 자존심을 걸고 하루 종일 대결하는 「빅 컨츄리」(감독: 윌리엄 와일러)의 감독은 결투 장면을 찍으면서 근접 촬영을 피하고 최대한 원거리에서 인물을 포착함으로써 거대한 자연 속에서 마치 개미 같은 인간들이 부질없이 싸우고 있다는 느낌을 갖도록 하였다.
|contsmark1||contsmark2|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