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도전, 절반의 성공 ‘대왕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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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주말드라마 불패가 이어질 것인가? <대조영>이 종영된 뒤 조선시대 성군으로 본받을 만한 위인 1위로 꼽히는 세종대왕을 바탕으로 한 <대왕 세종>이 단 2회만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정통사극하면 KBS를 떠올릴 만큼 그간 축적해온 것들이 많기에 어느 때보다 <대왕 세종>은 주목을 끌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시청자들은 <대왕 세종>이 첫 방송을 마치고 나자 내용과 출연진들의 연기력에 찬사를 보내며 앞으로의 전개에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

 
▲ 첫 회 충녕의 납치사건 등 수사극을 접목해 시청자들의 시선을 붙들었다. ⓒ KBS 대왕세종

미스터리 구조와 정통사극의 결합

사실상 <대왕 세종>은 이전 전작과 달리 어느 정도의 한계를 안고 시작했다. <불멸의 이순신> <대조영>과 같은 전쟁 이야기들이 볼거리가 충분했던 것과 달리 <대왕 세종>은 그러한 장대한 맛을 느끼기에 충분하지 않은 소재이기 때문이다.

세종대왕은 모두가 알다시피 조선시대 최고의 성군으로 알려져 있으며, 한글 창제와 축우기 등 발명왕으로 우리는 알고 있다. 또한, 백성을 위한 정치를 펼친 성군으로서 조선시대 전성기를 연 장본인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드라마로 극화한다면 분명 성군으로서의 이미지를 강하게 호소할 수밖에 없으며, 남성들이 좋아하는 전쟁 이야기 등이 등장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역사적으로 볼 때 대외적인 외교에도 탁월한 능력을 보이긴 했다.

명나라와의 관계에서 실리를 얻고자 애쓰며 무기연구에 매진하고, 이종무 장군이 쓰시마 섬을 정벌한 것도 1419년 세종 때였으며 여진족에 맞서 김종서 장군이 압록강 상류에 4군 두만강 유역에 6진을 설치한 것도 세종대왕 때였다.

하지만 역시나 영토를 넓히는데 주력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조영>에서 보았던 전쟁 이야기의 매력을 뿜어낼 수 없는 한계성을 지녔다. 결국 <대왕 세종>이 매력을 얻기 위해서는 정통사극을 표방하면서도 분명 무언가 새로운 것이 필요했다.

즉 그 새로움으로 <대왕 세종>은 미스터리 구조를 끌어와 새로운 실험에 나섰다. 이러한 실험은 사실 <대왕 세종>에서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수사물 <별순검>이 한국판 CSI라 불릴 정도로 미스터리와 수사극을 절묘하게 조합하며 인기를 끌었다.

그럼에도, 유독 이 부분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역사적인 실존인물을 다루는 사극에서 처음으로 시도했기 때문이다. 또한, 그러한 미스터리 구조는 조선이란 나라가 신생국가이므로 고려의 부활을 꿈꾸는 이들과의 갈등 등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면서 첫 회부터 긴장감 있는 드라마를 내놓게 된 것이다.

신생국가는 정치적으로 불안할 수밖에 없다. 자리를 확고히 하고자 하는 왕권과 새 왕조 건국에 보탠 힘의 대가로 자신의 입지를 확고히 하고자 하는 세력과, 아직 존재를 드러내지 않은 고려왕실의 부활을 꿈꾸는 세력과의 갈등을 적절하게 이용했다. 그 결과 <대왕 세종>에서는 충녕대군(이현우)의 납치 사건과 김변 종사관의 죽음 등의 수사극을 선보일 수 있었다.

물론 정통사극을 표방하는 <대왕 세종>답게 정통 사극의 분위기를 최대한 유지하되 새로운 볼거리를 통해 전쟁 이야기가 빠진 공백을 메우고자 했다. 일례로 고증을 철저하게 준비했으며, 역사적인 인물들의 성격도 과장되지 않게 적절하게 구성했다.

허구와 역사의 절묘한 조화

그렇다면 여기서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과연 극의 새로운 재미를 위해서 가상의 인물들을 내세운 허구적인 이야기의 설득력은 얼마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이 문제를 놓고 볼 때 어느 정도 <대왕 세종>은 시청자를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세종대왕은 조선이 건국된 지 얼마 지난 시점이 아니다. 그렇다면 분명 고려 부활을 꿈꾸는 세력들이 있었을 것이다. 또한, 조선의 건국은 고려를 짓밟고 세워졌기에 충분히 불협화음이 있었으리라 예상된다.

여기에 충신 세력들은 자신들의 위치를 위해 왕의 권력을 위협하기도 했을 것이다. 분명 조선시대는 사대부들이 권력을 장악하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즉 이러한 가정을 통해 <대왕 세종>은 가상의 인물을 내세워 허구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때문에 시청자들도 반색할 수밖에 없을 터. 대부분 가상의 인물은 주인공과의 러브스토리를 위해 탄생하는 것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에 사극 중에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는 <이산>과 차별성을 이루게 되었다.

이처럼 가상의 인물을 통해 새로운 갈등을 표출하며 세종대왕이 어진 임금으로 성장하기 전 초반의 이야기를 풀어낼 고려부활을 꿈꾸는 그들의 활약이 기대되는 바이다. 고려의 황손 옥환(김명곤)이 대표적인 가상인물로 그들이 조선의 왕권에 도전하며 혁명을 내세울 이야기가 시청자들을 집중시키고 있다.   

 
 ▲ 연기자들의 탁월한 연기력이 <대왕 세종>을 보게 만들고 있다. ⓒ KBS 대왕 세종

탄탄한 연기력, 정형화된 스타일

이처럼 새로운 볼거리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대왕 세종>은 출연진들의 탁월한 연기력으로 또다시 한 번 이목을 집중케 한다.

사극 전문배우로 유명한 태종(김영철)과 원경왕후(최명길)의 연기는 찬사를 받을만 했다.

두 사람의 연기는 극의 중심축으로써 제대로 역할을 해주었다. 여기에 속을 알 수 없는 인물을 겹겹이 표현해내는 영의정 하륜 역의 최종원, 내금위장의 정흥채 뿐 아니라 이수 역의 조성하, 김명곤 등 내로라하는 연기파 배우들이 총집결해 앞으로 이들의 연기가 기대된다.

더욱이 젊은 연기자들의 연기력이 대체적으로 논란의 중심이 되는 편인데, <대왕 세종>에서 젊은 연기자들은 그러한 논란이 예상되지 않고 있다.

세종 역을 맡을 김상경과 장영실 역의 이천희, 소현왕후 심씨 역의 이윤지 등은 중견 연기자들과는 또 다른 연기 스타일을 선보이며 극의 안정감을 더해주었다.

물론 이러한 탁월한 연기력에도 아쉬운 점은 없지 않다. 기존 캐릭터들이 정형화된 스타일로서 정통사극을 만들기 위해 너무 애를 쓴 나머지 캐릭터의 신선함이 떨어진 것이 사실이다.

가령 왕과 왕후의 모습과 성격은 기존 사극에서 충분히 보던 스타일로 입체적인 캐릭터로의 성장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산>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입체적인 캐릭터의 힘 때문이라는 사실을 고려해 볼 때 <대왕 세종>은 조금 더 입체적인 캐릭터를 만드는데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만일 입체적인 캐릭터까지도 살아난다면 <대왕 세종>은 앞으로 국민 드라마로의 성장이 그리 멀지만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http://www.ohmynews.com)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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