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KBS 편파방송에 대못질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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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는 A4면 통째로 KBS 비판에 지면을 할애하며 ‘KBS 물어뜯기’에 열을 올렸다.

동아일보는 이미 44일 전에 방영된 ‘KBS <시사기획 쌈> 대선 프로 왜 선거방송심의위 올랐나’라는 기사를 통해 KBS 비판에 열을 올렸다.

동아는 “지난해 17대 대선 후보를 다룬 KBS 1TV ‘시사기획 쌈’이 ‘특정 후보에게 편파적이었다’는 시청자 불만이 접수돼 방송위원회 선거방송심의위원회에 계류 중”이라며 “KBS ‘시사기획 쌈’이 지난해 12월 3일 방영한 ‘대선 후보를 말한다-무신불립(無信不立)’ 편은 50분 32초의 방송 시간 중 20분 35초를 이명박 후보를 둘러싼 의혹에 할애한 반면 이회창 후보는 8분 33초, 정동영 후보는 8분 46초, 문국현 후보는 4분 32초, 권영길 후보는 1분 40초 등에 그쳐 이명박 후보에게 불리했다는 시청자 불만이 제기됐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 A4면

검증 아이템의 개수도 이명박 후보의 경우 서울 서초구 서초동 땅, 자녀 위장취업 문제, 부동산 문제, BBK 문제 등 4개인 반면 이회창 후보는 대선자금 차떼기와 정계 복귀 후 말 바꾸기, 정동영 후보는 5공화국 홍보 전력과 자녀 엘리트교육, 문국현 후보는 부동산 문제와 자녀 재산 문제 등 각각 2개의 아이템만 방송했고 권영길 후보의 경우에는 비판적 내용이 없었다는 불만이 함께 제기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당시 KBS 뉴스 프로그램이 선거 관련 방송을 보도할 때 통상 정동영, 이명박, 이회창 후보 순으로 방송했으나 ‘시사기획 쌈’에선 이명박 후보를 먼저 내보낸 뒤 이회창, 정동영, 문국현, 권영길 후보 순으로 방송해 제작 기술상 균형을 위반했다는 시청자 불만도 나왔다며 호되게 비판했다.

하지만, 동아는 의욕이 앞선 탓에 오보를 내는 실수를 하고 말았다.

동아일보는 대선후보 검증 당시 이명박 당시 후보에게 상대적으로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는 시청자민원 제기로 선거방송심의위원회에 계류 중이었던 KBS <시사기획 쌈>이 ‘주의조치’를 받았다고 오보를 내 물의를 빚었다. 동아는 결국 사실 확인 뒤 관련 오늘 정정보도문을 게재했다.

이어 동아는 “한나라당이 당내 경선과 대선 기간 중 KBS의 방송이 ‘편파적’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한나라당은 당내 경선 중이던 지난해 6월 11일부터 7월 10일까지 한 달 동안 KBS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의혹 관련 기사를 169회나 집중 보도했고, 박근혜 전 대표 의혹까지 더하면 178회나 보도했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박계동 전략기획본부장의 말을 인용하며 “이번 의혹 보도 횟수는 2002년 8월 병풍 보도 67회보다 많은 수치다. 두 보도의 공통점은 진위를 따지지 않은 무책임한 보도가 많고, 단기간 내 집중적인 보도로 시청자의 판단력을 마비시키며, 교묘한 편집으로 의혹을 진실인 것처럼 유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특히 대선 기간 중 KBS가 여러 차례 이 후보에 대해 불리한 방송을 했다고 주장했다.

심재철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해 11월 16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이 후보의 관훈토론은 SBS 한 군데서만 방송하고 이틀 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의 관훈토론은 KBS MBC SBS 세 군데 모두 방송이 나가는 편파방송이 행해졌다”고 비판했다.

또 한나라당은 KBS의 <미디어 포커스> 11월 17일 방송분이 이 후보를 비판하는 것으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박태우 부대변인은 11월 18일 ‘KBS 편파방송을 대못질해야 할 노무현 정권’이란 논평을 내고 “<미디어 포커스>는 이 후보를 지나치게 흠집 내는 내용으로 방송의 공정성을 잃었다는 여론의 지탄을 새겨들어야 한다”며 “현 정권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 KBS의 편파방송에 대한 과감한 ‘대못질’을 먼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론사찰 의혹’ 문화부…조직개편 ‘실리’ 챙기려 앞장서 ‘주도’

문화관광부가 정권 인수·인계 시점에서 드러난 각종 언론사찰 의혹을 둘러싼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지시를 받아 실시한 언론사 간부와 언론관련단체장 성향조사는 물론 신문산업 현황 조사 등 문화부가 주도적으로 관여한 사례들도 연이어 밝혀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국언론노조 등 48개 단체로 이루어진 언론개혁시민연대는 15일 서울 삼청동 인수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과거 독재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면서 그동안 완전히 쫓아냈다고 믿어왔던 ‘언론사찰’ ‘정치사찰’이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집요하고 치밀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언론연대는 이어 인수위원장의 사퇴와 이 당선인의 공개 사과를 촉구했다. 추혜선 언론연대 사무처장은 “인수위가 언론성향 조사 등과 관련해 전문위원의 개인 돌출행동이었다고 하는 꼬리자르기식 행태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경향은 “문화부의 지시를 받고 관련 자료를 제출한 산하기관들도 당초 인수위가 단정적으로 언론재단 한 곳이라고 밝힌 것과 달리 신문발전위원회, 신문유통원 등을 포함해 여러 곳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문화부가 아직 차기 정부도 출범하지 않은 상황에서 왜 이 같은 언론통제의 사전준비 작업들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했는지 그 배경에 대한 의문도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향에 따르면 “일각에서는 문화부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한나라당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과잉 충성’을 하고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면서 “임박한 정부 부처 개편에서 문화부가 미디어정책 총괄 부처로의 확대개편을 갈망하고 있는 것도 이번 사태 발생의 배경이 되었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고 보도했다.

문화부가 지난 8일 인수위에 제출한 업무보고 자료에는 문화부가 이처럼 민감한 일들을 추진한 배경의 일단이 드러난다. 정부조직 개편이라는 칼자루를 쥐고 미디어 정책 전반을 크게 흔들려는 인수위와 정권 인수·인계 과정에서 부처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문화부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문화부는 ‘당면 현안사항’ 항목에서 문화부의 ‘숙원사업’들을 열거했다. 미디어 관련 업무 전반을 통째로 문화부에 맡겨 달라는 것이 요체였다. 문화부와 방송위원회, 정보통신부 등으로 기구체계가 나뉘어 있어 규제 공백 또는 중복 등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구체적으로는 방통융합시대의 콘텐츠 산업 육성기능 강화와 관련, “일관성 있는 콘텐츠 진흥정책을 위해 정통부(디지털콘텐츠·지식정보자원 관리업무), 방송위(방송영상진흥업무) 등의 중복기능을 문화부로 통합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문화부는 대신 한나라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신문법 폐지와 대체입법, 신문과 방송의 겸업 허용, 조선·중앙·동아일보 등을 포함시키는 새 신문유통망 설립 등을 ‘언론사의 자율성과 공정성 확보’라며 적극 추진 의지를 밝혔다. 문화부는 또 향후 예산 절감분을 ‘한반도 대운하 연계 크루즈 관광’의 연구용역비 등 이명박 당선인의 공약사업에 우선 지원하겠다고 명시하기도 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15일 성명에서 문화부의 이 같은 행태에 대해 “정부조직 개편과 차기 정부 출범 이전부터 콩고물 하나 얻어 먹기 위해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는 공무원과 정부 부처의 태도는 궁극적으로 미디어 정책 전반을 정치권력의 손아귀에 몰아넣어 줄 뿐”이라고 비판했다. 국회 문화관광위 관계자도 “그간 방송·통신융합 등에서 소외돼 있던 문화부가 정권 인수·인계 과정에서 공격적으로 업무영역을 확장하려고 시도하고 있다”면서 “인수위도 문화부의 ‘민원’을 알고 적절히 활용함으로써 ‘과잉충성’을 유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 “통폐합 예정단체들이 ‘언론통제’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이번 언론사 간부 성향조사 사태를  보는 시각이 앞선 경향과 한겨레와는 판이하게 달랐다. 조선일보는 “새 정부에서 통폐합될 예정인 한국언론재단, 신문발전위원회, 신문유통원 등이 언론사 간부의 성향조사, 신문사 내부 경영자료 수집 등을 통해 사실상 정권의 언론통제 도구 역할을 해온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인수위의 지수로 이뤄졌다는 구절은 기사 어디에서도 찾아보기가 힘들다. 조선은 인수위의 잘못을 지적하기 보다는 이번 언론사 간부 성향조사는 한국언론재단, 신문발전위원회, 신문유통원 이들 3단체가 언론통제 도구 역할을 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언론재단은 최근 박광무 대통령직 인수위 전문위원(문화부 국장)의 지시를 문화부에서 전달받고 언론사 간부 196명의 성향을 조사·분석한 문건을 만들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언론통제 논란이 일었고, 박 국장은 인수위 전문위원에서 물러났다.

조선은 “언론재단을 이끄는 박래부 신임 이사장은 작년 초 신문사 논설위원으로 재직 당시 ‘대통령은 언론 통제를 안 하거나 못 한다’는 칼럼을 써 노무현 대통령의 언론정책을 옹호했다”며 “작년 말 언론노조는 "정권 말의 보은성 인사"라며 박 이사장의 선임을 여러 차례 저지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조선 A16면

조선은 “또 신문발전위가 만든 ‘신문산업현황’ 자료도 언론을 감시하고 통제하려는 도구로 쓰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 자료는 주요 신문사 10곳의 유료부수 추정치와 내부 동향, 경영전략 등을 담고 있다.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신문사들에 최대 2000만원의 과태료를 물리고, 과태료를 내지 않을 경우 압류 조치를 취하겠다고 압박해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언론재단, 신문발전위원회 등이 언론사 내부정보를 수집한 자료를 만들어 논란이 일고 있다는 것이다.

장행훈 신문발전위 위원장은 이와 관련, 지난 14일 한 언론매체에 실린 인터뷰에서 “문화부가 신문발전위에 신문 산업현황 자료를 달라고 요청한 사실도, 업무 보고 때 관련 자료를 제출한 사실도 전혀 몰랐다”며 “위원장을 권한 없는 비상임으로 만들어 놓은 신문법이 문제”라고 말했다.

조선은 “신문사들은 신문법 16조에 따라 신문발전위에 매년 유료 발행부수, 구독수입, 광고수입, 자본내역과 대표자 인감증명서, 감사보고서, 주주명단, 법인등기부등본, 주식변동상황 명세서도 제출 대상”이라며 “현재 조선·동아·중앙일보 등 주요 신문들은 언론통제 수단으로 쓰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일부 자료는 신문발전위에 제출하지 않고 있다”며 신문법을 위반을 이유로, 과태료·압류조치의 압력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은 “통폐합 대상 가운데 하나인 신문유통원은 국민이 낸 세금으로 신문을 배달하도록 만든 기관”이라고 비판하며 “시장 원리가 지배하는 신문시장이 비정상적이라고 정부가 신문 유통에 직접 개입할 길을 연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나라당은 언론재단, 신문발전위, 신문유통원을 합쳐 신문재단으로 통폐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겨레 “신문방송 겸영 보다 여론 독과점 방지책 먼저”

신문방송 겸영 허용을 뼈대로 한 신문법의 대체입법 추진이 급부상하면서 미디어운동 진영과 학계가 대응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한겨레는 “정치사회적 여건과 기술적 요인의 변화를 고려하면서도 ‘여론 다양성’이란 가치를 지켜나갈 새로운 전략이 필요한 까닭”이라고 내용을 설명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주요 언론운동 단체들의 현재까지 공식 입장은 신문법 ‘사수’이다. 현행 신문법이 언론개혁운동의 산물이며, 혼탁해진 신문시장을 살리고 여론 다양성을 보장할 최소한의 장치라는 원칙에 따른 것이다. 그러면서 신문방송 겸영 문제에 대해선 “광범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포괄적 입장만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학계·시민단체 인사들 사이에선 여건변화의 현실성을 들며 새로운 접근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겨레 A25면

강상현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거대 신문사가 방송에 진출하면 여론의 확대 재생산의 우려가 있어서 겸영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그러나 “여론 쏠림의 방지가 전제된다면 매체 간에 서로 넘나드는 것을 막는 것은 시장논리에 반한다”고 밝혔다. 강 교수는 진보성향 언론학술단체인 언론정보학회장을 맡고 있다.

임영호 부산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도 “미디어 간의 경계는 완화하더라도 시장 지배력 저지와 다양성은 가장 중요한 잣대로 삼아야 한다”면서 주류 매체가 여론시장을 왜곡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지역을 나눠 교차 소유하는 방식 등을 제안했다. 지역별로 시장점유율을 제한하여서 한 지역의 신문시장을 지배하는 사업자는 그곳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만 방송을 소유할 수 있게 하는 외국제도를 원용하자는 이야기다. 문효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집행위원장은 “만약 신문방송 겸영을 허용하더라도 여론의 다양성을 보장할 수 있는 장치들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시민들의 미디어 주권이 향상된다는 전제가 관철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물론 한나라당의 신문법 개정안에도 여론 독과점 방지 장치가 없지는 않다. 2006년 12월 정병국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한나라당 개정안은 “전년도 월평균 전국 발행부수가 전체 20%를 넘는 신문사업자는 지상파 방송사업자 및 종합편성 또는 보도에 관한 전문편성사업을 할 수 없다”는 단서를 16조에 붙였다.

그러나 정 의원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발행부수가 많은 신문의 경우도 (전체 시장에서 점유율이) 17%에 그친다”고 말했다. 이런 견해에 따르면 조선, 중앙, 동아일보 등 대형 신문사들은 모두 종합편성 또는 보도편성 채널을 제한 없이 소유할 수 있게 된다. 즉 한나라당 개정안에 담긴 여론 독과점 방지 조항이 시늉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형 신문사들은 이미 케이블채널을 설립해 운영해왔다. 조선일보는 관계사인 디지털조선일보를 통해 지난해 4월 케이블채널 <비즈니스엔>을 세웠다. 재테크나 인터넷 뉴스서비스, 영상물제작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99년에 케이블채널인 <중앙방송>을 설립했다. 중앙방송은 교양다큐멘터리 위주의 프로그램들을 다루는 큐채널, 역사를 다루는 히스토리채널, 골프채널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신문사는 진작부터 사설 등을 통해 신문·방송 간 제한 없는 겸영 허용을 주장해왔다.

양대 경제지인 한국경제신문과 매일경제신문도 이미 방송에 진출했다. 한국경제신문은 증권 경제정보를 다루는 <한국경제티브이>의 지분을 37.7% 소유하고 있다. 매일경제신문은 93년에 <매일경제티브이>(엠비엔)을 세웠다. 경제뉴스로 특화한 보도채널이다.

반면에 중형 규모 신문사들은 보도 또는 종합편성 채널보다는 특정 장르 채널에서 수익성을 모색하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한국일보는 지난해 7월 성공인생, 별난인생 등을 다루는 <석세스티브이> 주식을 30% 인수했다. 헤럴드경제는 지난해 10월 패션전문채널 <동아티브이>를 인수했다. 이름도 <헤럴드동아티브이>로 바꿨다. 인터넷언론사로 출발해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는 머니투데이도 영화케이블채널인 미디어맥스(엠시엔)의 지분 80%를 지난해 11월 인수하여 방송법인 머니투데이네트워크(MTN)을 세웠다. 서울경제도 지난달 말 <무협티브이>라는 무협영화 전문 케이블채널의 지분 51%를 인수했다.

“KBS는 공영방송법으로 규제, 민영방송은 진입 장벽 낮춰야”
황근 교수 ‘새 정부 미디어 정책토론회’ 논문

 
지상파 방송 구조개편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KBS 같은 공영방송은 '공영방송법'을 제정해 별도로 규제하되, 민영방송은 진입 장벽을 낮추는 등 규제를 대폭 완화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황근< 선문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16일 개최 예정인 한국언론학회의 '새 정부 미디어 정책 토론회' 발제논문에서 이같이 밝혔다. 황 교수는 논문에서 "규제 완화로 대기업이나 언론사들이 지상파 방송 시장에 진입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엄격한 사후 규제를 통해 조정해 가는 시스템을 도입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황 교수는 "공영방송인 KBS, 애매모호한 위상의 MBC, 상업방송인 SBS는 물론이고 케이블TV와 위성방송까지 무차별적으로 규제하는 현행 방송법은 아날로그 시대의 낡은 방송 규율 체제"라고 비판했다. 방송사 간의 특성을 구분하지 않게 되면서 공영방송 KBS가 상업광고를 하는 반면, 민영방송인 SBS는 공익 의무를 지나치게 강요받는 기형적인 구조가 됐다는 것이다.

또 현 방송법이 대기업과 신문사의 방송 진입 금지, 대주주 지분 제한 등 공적 소유구조를 강조한 것이 기존 방송시장에 대한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황 교수는 분석했다. 그는 "방송시장을 폐쇄적으로 만들고 이미 시장에 진입한 사업자들의 기득권을 보장해 주는 병폐를 낳고 있다"면서 "우리 방송의 양대 지주라 할 수 있는 KBS와 MBC는 분명한 경영주체가 없는 가운데 사실상 방송사 임직원들이 경영하는 형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독립된 공영방송법을 제정해 공영방송과 민영방송을 분명히 구분하는 이원체제로 지상파 방송 구도를 재편할 것을 제안했다. KBS와 EBS는 공영방송법을 적용해 공공영역으로 별도로 분리시켜 수신료 등 공적 재원으로 운영하고, 그 외 지상파 방송에는 규제 완화를 통해 경쟁력 강화를 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MBC는 민영화 검토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언론학회는 16일에는 지상파 방송과 뉴미디어 등 2가지 주제를 놓고 토론을 벌이며 이재웅 한나라당 의원과 정청래 대통합민주신당 의원 등이 토론자로 나선다. 17일에는 신문부문에 대해 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과 교수가 발제를 할 예정이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이재진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문재완 한국외대 법학과 교수 등이 토론자로 나선다.

일본 지상파 TV의 몰락

조선일보는 “일본 젊은이들이 TV를 멀리하는 현상이 심해져, TV 시청률이 급락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언론은 “TV 이탈”이라고 표현하면서 ‘좁혀지는 포위망’ ‘방송국 붕괴’ 등의 제목으로 위기를 진단하고 있다.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작년 일본 공중파TV 프로그램이 최고시청률 40%를 넘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30%를 넘은 순간도 7번에 불과했다. ‘30% 이상’ 시청 건수가 한자리수로 떨어진 것은 사상 처음이다. 이 신문은 “(공중파 방송의) 황금시대였던 1979년엔 최고시청률 30%를 넘은 순간이 1864회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황금시간대의 총 가구 시청률(TV를 시청하는 가구의 비율)도 20년 동안 6%포인트 하락했다.

일본 TV의 몰락을 상징하는 것이 일본 TV의 황금시대를 상징하던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 야간 중계와 연말 NHK 가요 프로그램인 홍백가합전(紅白歌合戰)의 시청률 하락이다. 시청률 조사회사 ‘비디오 리서치’에 따르면, 1979년 77%였던 홍백가합전 시청률은 작년엔 사상 두 번째로 낮은 39.5%를 기록했다. 1999년 20.3%였던 자이언츠 시청률도 9.6%로 처음 한자리수에 진입했다.

일본 언론은 ‘젊은이가 TV에서 재미를 못 느끼는 것’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고 있다. 경제지 '주간 다이아몬드'가 작년 6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요즘 TV가 재미없어졌다”는 의견이 49.8%를 차지했다. 아사히신문의 작년 9월 조사에서는 20~34세 응답자의 49%가 "시청시간을 줄였다"고 답했고 이들 중 70%가 "재미없다"고 답했다.

니혼 게이자이 신문은 인재와 콘텐츠 부족, 재정 문제로 프로그램이 부실해진 것 이외에도 게임, 인터넷, 휴대전화, 케이블TV 등 젊은이들이 더 재미를 느끼는 수단과 매체가 급속히 보급된 탓이라고 분석했다. TV를 켜놓고 인터넷과 게임을 하는 경우가 많아 시청시간과 상관없이 TV의 영향력이 현저히 줄어든 것도 큰 변화로 꼽힌다. 일본에선 2000년대 이후 전국적인 화제를 일으킨 일본 드라마와 가요 프로그램이 극히 드물었다.

경기·인천에서 보기 힘든 ‘지상파’ OBS

지난 12월 28일 ‘시청률 지상주의 시대가 가고 시청자 지상주의 시대가 온다’며 개국한 경기·인천 민영방송 OBS경인TV.

조선일보는 “개국 3주가 됐지만 경기·인천지역 상당수의 시청자들은 OBS경인TV를 볼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서 “인터넷을 이용하면 OBS경인TV의 모든 프로그램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지만 정작 지상파 TV로는 보기 어려워 ‘지상파 방송이라더니 사실은 인터넷 방송 아니냐’는 비판까지 쏟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OBS경인TV는 개국하면서 “아날로그는 21번, 디지털TV는 8번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OBS경인TV는 지난 12월 28일 계양산 송신소를 통해 인천, 시흥, 고양 등의 방송권역을 향해 전파를 내보내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80%가량이 케이블TV로 지상파를 시청하기 때문에 지역 케이블방송에서 OBS경인TV를 편성하지 않으면 시청자들은 사실상 볼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케이블방송은 지상파 방송 가운데 KBS1과 EBS는 반드시 편성해야 하지만 나머지 채널은 그럴 의무가 부과된 것은 아니다. 말하자면 OBS경인TV는 지상파가 아니라 거대 케이블사업자에 채널 하나를 배정받기 위해 노심초사하는 군소 PP(프로그램 제공업자) 비슷한 처지가 돼 있는 것이다.

OBS경인TV는 “정보통신부로부터 지난해 11월 송신허가를 받아 지역 케이블방송과 송수신 계약을 체결하지 못해 빚어진 일”이라며 “인천·경기지역의 케이블방송과 신규 프로그램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있기 때문에 오는 4월쯤이면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OBS경인TV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OBS경인TV는 수신개선팀을 가동해 인천, 강화, 광명, 시흥, 안산, 화성, 고양, 양주 등의 공동주택(아파트 등)을 대상으로 1월 말까지 800개 단지 50만 가구에 공동시청용 안테나(MATV)를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원성윤 기자 socool@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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