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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안 롤링의 부와 사회적 양심

해리포터의 저자 조안 K. 롤링이 최근에 새 책을 완성했다. 지난 11월 1일 BBC 뉴스를 통해 그녀가 직접 손으로 쓰고 삽화까지 그려 넣은 동화책을 살짝 볼 수 있었다. 경이로운 기록을 남기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해리포터와 달리 이 책은 단지 7권만 제작될 것이라고 한다. 이 가운데 한권은 옥션에서 경매되어 조안 롤링이 건립한 유럽 어린이들을 위한 자선 단체(Children's Voice Charity)에 그 수익금이 기부될 예정이다.

BBC와의 인터뷰는 현재 위태로운 상황에 놓여있는 유럽 어린이들에 대한 조안 롤링의 설명으로 이어졌다. 이어 기자가 조안 롤링의 엄청난 부와 그녀의 사회적 책임감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 물었다. 이에 대한 그녀의 답변이 인상 깊다. “엄청난 돈이 들어오는 것에 대해 누구도 불평하지 않을 것이다. 나 또한 불평하지 않는다. 다만 그러한 돈은 사회적 책임도 함께 가지고 온다.  

누구라도 그만한 돈이 생기면 사회를 위해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볼 것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 입장에 있었다면 동일한 일을 했을 것이다”라고 담담한 어조로 자신 있게 말했다. 이런 그녀의 모습이 내게는 낯설게 다가왔다. 나에게는 그녀의 말에 공감할 수 있는 사회적 신뢰와 합의가 없기 때문이다.

이와 비슷한 낯설음을 핀란드에서 유학 온 친구와 이야기하면서도 느낀 적이 있다. 생활비를 줄이기 위해 둘이 함께 쓸 방을 구하는 와중에 그 친구가 핀란드 정부로부터 매달 250파운드(50만 원가량) 정도 생활비를 보조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외국에 나와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까지 지원을 해줘?”라는 질문에, 그 친구는 “학생은 돈을 벌 수 없으니까 정부가 등록금을 빌려주고 생활비도 지원해줘”라고 답했다.

덧붙여 그 지원금은 자신의 부모가 낸 세금이 자기한테 돌아온 것이고, 자신도 핀란드에 돌아가면 수입에 비례해서 많은 세금을 낼 것이므로 당연하다는 것이다. 국민소득 2만 달러에 복지예산이 이제야 겨우 7%인 한국에서 자란 나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하지만 아주 단순하고 명쾌한 사고 구조다.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듯이 조안 롤링은 미혼모로 생활하며 해리포터를 썼다. 한국의 미혼모와 영국의 미혼모 사이에는 생존 기반에서 엄청난 차이가 존재한다.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편견도 적을 뿐더러 이들은 국가로부터 살 집과 생활비를 지원받는다. 실제 미혼모들이 ‘생존’할 수 있도록 국가가 지탱해주고 있는 것이다. 조안 롤링 또한 이러한 사회적 지원을 기반으로 해리포터를 쓸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부자가 되었을 때 다른 소외되고 힘없는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생각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귀결일지 모른다.

해리포터 책과 영화를 통해 조안 롤링은 엄청난 수익을 국가에 되돌려주며 셰익스피어의 나라인 영국의 자존심을 확실히 세워줬다. 이는 그녀가 받은 정부지원금의 몇 천배에 해당할 것이다. 한국에서도 조안 롤링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녀에 관한 한국 기사들은 대부분 해리포터로 얼마나 많은 돈을 벌었느냐를 강조하며 국가 발전의 원동력으로서 ‘문화산업’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하지만 해리포터 탄생 이면에 존재하는 사회적 안전망과 그 후 조안 롤링을 통해 선순환 되는 돌봄의 구조를 더 눈여겨 봐야할 것이다.

 

영국=채석진 통신원 / 서섹스 대학 미디어문화연구 전공 박사과정, stonyjin@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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