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기현의 한반도 2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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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현의 한반도 24시]
  • 오기현 SBS PD
  • 승인 2007.10.25 14:2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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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눈물 한 방울이 대한민국을 바꿉니다.”
2002년 대선홍보전략은 노무현의 승리였다. 이회창의 ‘이성적’ 전략보다 노무현의 ‘감성적’ 전략이 힘을 발휘했다. 존 레논의 '이매진(imagine)'이 배경음악으로 흐르는 흑백영상에 노무현의 눈물 한 방울이 그의 볼을 따라 흐른다. 솔직한 그의 눈물이 TV를 시청하던 유권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절대적인 신뢰는 감성적인 판단에서 나온다.  

PD 입장에서 보면 노무현 홍보팀의 ‘PD마인드’가 이회창 홍보팀의 ‘기자 마인드’에 승리한 게임이었다. 여기서 구태의연한 직종간의 갈등을 부추길 의도는 없다. 단지 감성에 호소하는 ‘PD적 전략’이 이성에 호소하는 ‘기자적 전략’보다 효과적이었다는 말을 하고자 하는 것이다. 혹자에 따라서는 기자도 메시지의 효과적인 전달을 위해 감성적 접근을 하는 경우가 있고, PD가 늘 시청자의 감성에 호소하는 것은 아니다는 주장을 펼 수도 있다. 그러나 방송 메커니즘상 기자는 드라이하고 논리적인 접근, PD는 오감을 자극하는 감성적 접근을 한다.

 
 
  ▲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의 TV광고

 지난 2002년 대선 후보자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 위해 당시 한나라당 후보이던 이회창씨 캠프를 1개월 반 가량 밀착 취재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밀착은 커녕 먼발치 취재도 힘들었다. 이회창 홍보팀의 협조를 무척 받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첫째 이유는 이회창 캠프의 홍보스타일이 전형적인 보도 중심이어서 우리가 필요로 하는 그림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예를 들면, 이회창 후보가 경상북도의 한 추곡수매현장에서 농민들과 점심식사를 같이 하는 장면을 촬영하려할 때 홍보팀에서 카메라를 치울 것을 요구했다. 이 후보는 식사장면 촬영을 싫어한다는 것이었다. 이 후보의 이미지가 너무 도시화 귀족화 되어 있었기 때문에, 농민들과 식사장면은 그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보완해줄 수 있는 좋은 자료였다. 그러나 이 후보의 식사장면은 그 이후에도 촬영할 수 없었다.  

 둘째는 PD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특히 이 후보의 보좌진이 기자와 PD를 대하는 태도부터 확연히 구분되었다. 우리는 지방유세 때 탔던 취재진전용 버스(늘 텅텅 비어 있었다)에서도 하루 만에 쫓겨났다. 출입기자들이 싫어한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만드는 다큐멘터리가 당선을 조건으로 방영되는 프로그램이긴 했지만, 그들은 PD가 방송프로그램의 2/3를 만든다는 사실에 대해 무지했다. 항상 기자 우선이었고 우리의 존재에 대해서는 귀찮아했다. 보름 정도 이 후보 주변을 맴돌던 우리는 결국 이 후보의 밀착취재는 포기했다. 자료는 카메라기자가 촬영한 테이프로 대체했다. 대신 이회창 후보의 유세와 별도로 ‘인간 이회창이 걸어온 길’에 초점을 맞추어 제작을 진행했다. 

이회창 후보의 홍보팀 책임자가 기자 출신이어서 PD의 역할에 대해 전혀 문외한이었다는 얘기가  들렸다. 그렇다면 노무현 후보의 홍보 책임자는 PD출신이었나? 잘 모르겠다. 중요한 것은 시청자, 유권자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후보자와 홍보팀의 능력이다. 당시 SBS의 노무현 후보 다큐팀은 콧노래를 부르면서 제작을 했다. 후보 진영에 가면 맨 먼저 노후보가 알아보고 인사를 건네 왔다고 한다. 아쉽게도 우리는 이회창 후보에게 인사 한 번 건넬 기회도 없었다. 더욱이 한 달 반 동안 SBS제작진이 자신의 다큐를 만들기 위해 자신을 밀착 취재하는지 이 후보는 전혀 몰랐다. 그러기엔 그의 주변은 너무 두꺼운 성벽이 둘러쳐졌고, 그의 태도는 너무 경직되어 있었다.   

프로그램을 완성할 무렵인 선거 바로 전날 담당 방송작가가 말했다.
“우리가 이 후보에게 접근하기 이렇게 힘든데, 일반 유권자들은 얼마나 힘들겠어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후보자가 과연 승리할 수 있을까요?”
 

오기현 / SBS PD


 

SBS에서 1999년 방송사 최초의 공식적인 방북프로그램 '조경철박사의 평양방문기'를 제작했다. 그 이후 <조용필 - 평양에서 부르는 꿈의 아리랑> 등 북한 관련 프로그램을 주로 기획, 제작했다. 1998년 이후 북한을 20여 차례 방문했다. 현재 SBS <그것이 알고 싶다> 팀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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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 2007-11-07 09:5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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