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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리뷰] 2% 부족하지만 기다려진다 

 ‘단박’이라는 단어의 뜻을 <상상플러스>에서 청소년들에게 묻는다면 몇 명이나 제대로 대답할 수 있을까. 

 <단박인터뷰>라는 제목을 접하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단박인터뷰>는 잊혀져가고 있는 우리말을 다시 찾은 것처럼 인터뷰의 재미를 새롭게 느끼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단박인터뷰>(화, 수, 목 오후 10시45분)는 KBS가 1TV를 통해 지난 4월 봄 개편부터 새롭게 선보인 인터뷰 프로그램. 제목에서 풍기듯 이슈가 되는 사람을 단박에 인터뷰를 하기 때문에 방송시간도 15분 정도로 짧다.

 

 
 
 
 ▲ KBS 단박인터뷰에 출연자들. 맨위에서 부터 박근혜 한나라당 전대표, 탤런트 이순재, 피겨스케이트 선수 김연아

‘단박’이란 순수 한글로 즉시(at once), 직접적으로(directly), 솔직하게(outright), 현장에서(on the spot), 지체 없이(without delay) 라는 뜻을 갖고 있다.

 <단박인터뷰>의 재미는 치고 빠지는 묘미에 있다. 그동안 논란의 중심에 있거나 화제가 된 안희정 참여정치포럼 집행위원장,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 박상천 민주당 대표  등 정치인을 비롯해 탤런트 이순재, 김연아 선수 등 인기 스타들이 출연했다.

 정부의 '취재선진화 방안'을 놓고 언론들이 반발하자 제작진은 윤승용 청와대 홍보수석을 만나 토론에 가까운 날선 인터뷰를 진행했다. 정부의 취재선진화 방안이 이른바 ‘청와대의 3인방에 의해 나온 게 아니냐’는 노골적인 질문을 하는가 하면, “수석님, 기자 시절에도 당연히 무단출입 경험 있을 거 아니냐” 고 물어 윤 수석을 당혹하게 만들기도 했다.

 인터뷰 프로그램이 개편 때마다 새롭게 등장하긴 하지만 단박인터뷰가 신선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현장감에 있다. 예능프로그램과 교양프로그램을 넘나들며 <뮤직뱅크>와 <낭독의 발견>을 연출한 홍경수 PD의 감각과 <추적60분>과 <시사투나잇>으로 현장을 익힌 김영선PD의 만남은 <단박인터뷰>만의 독특한 색깔을 만들었다.

 <단박인터뷰>는 <연예가중계>의 인기 코너인 ‘게릴라데이트’의 업그레이드 버젼이라고나  할까. 출연자의 머리 위에 아슬아슬하게 떠 있는 붐마이크, 방송 도중 조명이 꺼지는 해프닝도 그대로 방송된다. 카메라 뒤에 숨어있는 10여명에 달하는 조명, 촬영 스태프들도 보인다. 인터뷰 도중 몰려든 시민들도 단박인터뷰의 긴장감을 가중시킨다. 진행자 김영선 PD는 ‘거침없이 하이킥’의 탤런트 이순재 씨를 인터뷰하는 도중 학생들이 인사하며 손을 흔들자 “제가 더 부끄럽네요”라며 현장의 분위기를 ‘애드립’으로 전하기도 했다.

<단박인터뷰>는 스튜디오 촬영을 전혀 하지 않는다. 당연히 인터뷰 장소도 구해 받지 않는다. 소설 ‘남한산성’의 저자인 김훈 씨와의 인터뷰는 소설의 배경인 남한산성에서 이뤄졌다.

때로 인터뷰 도중 사진작가의 셔터 소리도 여과 없이 들린다. 셔터소리는 현장의 박진감을 전해주는 일종의 효과음이 된다. 제작진은 인터뷰 현장에 전문 사진작가와 동행해 6mm카메라와 ENG카메라에 담지 못하는 출연자들의 표정을 스틸 사진으로 살려 영상의 변주를 시도하고 있기도 하다. <단박인터뷰>는 인터뷰의 마지막을 출연자들의 애창곡으로 마무리해 노래에 담겨있는 출연자의 인생철학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인터뷰 프로그램의 매력은 출연자를 당혹시킬 만큼 불편한 질문에 있는데 아직 시청자의 가려움을 긁어 주는 데는 2% 부족한 것 같다. 이명박 후보 등 거물급 정치인들 앞에서는 다소 경직되는 진행자의 경험 부족도 눈에 거슬리긴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동안 방송프로그램들이 정치 담론을 지나치게 경직되게 다루거나 스포츠 선수나 연예뉴스는 지나치게 가볍게 다뤄 온 한계를 과감하게 벗어 던짐으로서 새로운 가능성을 던져주고 있다.

 

 이선민 기자sotong@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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