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보고되지 않은 수리부엉이 생태 포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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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81년 특별기획 자연다큐멘터리 ‘밤의 제왕 수리부엉이’


“호랑이, 늑대, 여우 등 맹금류가 사라진 한반도에 누구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을까. 바로 ‘수리부엉이’였다. 수리부엉이가 어떻게 사냥을 하는지 이번 다큐멘터리를 통해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다.”

오는 3월 5일 KBS1 오후 10시 방송 81년 특별기획 자연다큐멘터리 〈밤의 제왕 수리부엉이〉(연출 신동만, 이하 밤의 제왕)가 우리를 찾아온다. 〈밤의 제왕〉은 천연기념물 제324호인 수리부엉이의 1년간의 생태를 고스란히 기록했다.

▲ 방송81년 특별기획 자연다큐멘터리 ‘밤의 제왕 수리부엉이’의 한 장면 ⓒ KBS

신동만 PD는 “야간에 사냥하는 수리부엉이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에서 촬영을 시작했다”며 “주로 토끼, 꿩, 소형 포유류 등을 사냥하는 수리부엉이의 사냥 메커니즘을 밝혀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제작진의 노력은 수리부엉이의 다양한 모습을 포착함으로써 빛을 발했다. 27일 여의도 KBS 신관 5층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밤의 제왕’ 시사회에서도 이런 제작진의 노력이 그대로 드러났다. 3년의 촬영기간, 40분 분량의 500여 개 테이프의 물적, 시간적 정성이 투여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1시간짜리 다큐멘터리에서 30분으로 편집된 시사회에서는 수리부엉이의 야간 사냥 장면이 초고속 카메라로 실감나게 담긴 영상이 공개됐다 . 제작진은 야간에 시속 300㎞로 날며 사냥하는 수리부엉이의 모습을 잡기 위해서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1초에 500프레임, 1초의 1000프레임의 속도의 카메라가 준비됐고, 제대로 된 촬영장면을 얻기 위해 3개월이 넘는 시간을 공들여야 했다.

▲ 몸길이 70㎝, 날개를 펼치면 1.5m에서 최대 2m까지 이르는 수리부엉이는 소리조차 내지 않고 사냥에 성공한다. ⓒ KBS

연출되지 않은 수리부엉이의 날개짓 그  ‘찰나’를 잡기 위해 7대의 카메라가 동시에 설치됐고, 수리부엉이 둥지에도 카메라를 숨겼다. 화면 가득 수리부엉이의 모습으로 화면을 채울 수 있는 것도, 근거리에서 여러 각도로 수리부엉이를 촬영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렇게 탄생한 촬영장면은 몸길이 70㎝, 날개를 펼치면 1.5m에서 최대 2m까지 이르는 수리부엉이의 소리조차 내지 않고 사냥에 성공하는 모습을 담을 수 있었다. 수리부엉이는 날카로운 발톱으로 토끼, 쥐, 꿩 등을 사냥했다.

제작진은 수리부엉이의 교미부터 알을 낳고 부화해 독립하는 시기도 차근차근 기록했다. 수리부엉이는 알을 2~3개만 낳아 1~2마리의 새끼만 키운다. 부화한 지 5개월이 지나면 거의 자라 각자 독립한다.

김승민 촬영감독은 “수리부엉이가 알을 낳을 때부터 새끼가 커 나가는 모습을 촬영하다보니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며 “수리부엉이 새끼들이 다 자라 독립하는 과정을 촬영할 때는 감회가 남달랐다”고 감격스러워했다.

제작진은 국내 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수리부엉이의 모습을 기록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동물들은 번식기에만 교미를 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수리부엉이는 번식을 한 뒤에도 교미를 했다. 교미철인 1월이 지나고 5~6개월 간 교미를 했다. 제작진은 꾸준히 촬영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또 한 가지, 자연적으로 죽은 새끼를 어미가 먹는 장면도 포착했다. 외국에서는 드물게 보고되는 이 장면은 국내에서는 제작진이 처음으로 확인한 것이다. 수리부엉이가 죽은 새끼를 먹는 것은 에너지를 재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제작진은 이 두 가지 사실을 ‘한국환경생태학회지’에 정식으로 보고하기도 했다. 

▲ 방송81년 특별기획 자연다큐멘터리 ‘밤의 제왕 수리부엉이’의 연출을 맡은 신동만 PD(사진 왼쪽)과 김승민 촬영감독. ⓒ KBS

촬영은 경기도 파주, 강화 등 5개 지역에서 이뤄졌다. 오후 7~8시쯤 사냥을 하는 수리부엉이를 포착하기 위해 밤낮이 바뀌는 생활이 이어졌다. 추운 겨울에도, 장마가 쏟아지는 한여름에도 기다리고 기다리며 촬영하는 날들이었다.

신동만 PD는 “추운 겨울 피로에 지쳐 촬영스태프들이 맨바닥에서 잠자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며 그 당시 어려움이 생각나는 듯 잠시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이어 신 PD는 “촬영하는 시간보다 기다리는 시간이 훨씬 많았다”며 “많은 시청자들이 함께 보며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밝혔다.

한편, KBS는 오는 5일 자연 다큐멘터리 〈밤의 제왕 수리부엉이〉를 방송한 뒤 12일 3년 동안 수리부엉이를 담기위해 노력한 모습을 그린 〈‘밤의 제왕 수리부엉이’ 3년 간의 기록〉을 방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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