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내각' 결정판, 최시중 방통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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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영'에 이어 'MB브라더스'도 출현?…'편파성 우려' 야당·시민단체 반발

이명박 대통령이 기어코 '최시중 카드'를 꺼내들었다. 남주홍(통일), 박은경(환경), 이춘호(여성) 장관 후보자들이 각종 의혹에 휩싸여 '줄사퇴'하는 초유의 내각인선 파문의 여진이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엔 고도의 독립성이 요구되는 방송통신위원장에 논란이 되는 최측근 인사를 앉힌 것이다.

야당과 시민단체에서는 당장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인선'에 이은 '형님 내각'은 방송장악 음모를 드러낸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른바 'MB 브라더스'가 출현했다는 것이다.

최시중 내정자는 내정 사실이 발표된 2일 오후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독립성 논란에 대해 "대통령중심제 하에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모든 정부기관 사람들은 적든 크든 대통령과 호흡을 함께 할 수 있는 측근이고 동지적 의식이 필요하다"며 "그렇다면 저도 그 많은 동지적 멤버, 측근 멤버의 한 사람으로 봐 달라"고 말했다.

▲ 최시중 방송통신위 위원장 내정자가 2일 무교동 한국사회정보진흥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유성호

이어 그는 "이명박 대통령을 만드는 데 제가 생을 걸다시피 노력한 것은 사실이지만, 방송통신위원회를 운영함에 있어서 그것 때문에 편파적으로 운영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의 '끼리끼리' 인사 스타일이 다시 한번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최 내정자가 수십억대 재산가로 알려졌다는 점에서 도덕성 논란까지 재연될 조짐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형님'이 방통위원장?

이명박 대통령은 2일 방송·통신·미디어정책을 총괄할 초대 방송통신위원장에 최시중(71) 전 한국갤럽회장을 내정했다.

당초 독립 부처였던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새 정부들어 통신과 방송 분야의 정책과 규제를 총괄하는 대통령 직속의 '공룡부처'로 위상이 조정됐다. 방통위는 KBS 이사 선임을 비롯해 공영방송사 경영진 구성을 사실상 좌우하는 곳이다. 이 밖에 방송 인허가 등 방송에 대한 감독과 규제, 방송·통신 정책까지를 총괄한다.

따라서 방통위원장은 엄격한 정치적 독립성이 요구된다. 통합방송법 제정 이후 역대 방송위원장에 적어도 정치권 인사나 대통령의 측근 인사를 앉히지 않은 이유다. '대통령의 방통위'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시중 내정자는 이명박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멘토(mentor·정신적 후견인)로 불린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의 '측근 중 측근, 고문 중의 고문'으로 꼽힌다.

최 내정자는 이 대통령의 고향(포항) 인근인 경북 영일 출신으로,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을 통해 인연을 맺었다. 이상득 부의장과 서울대 57학번 동기생이며 이 대통령의 대학 시절부터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이 대통령은 물론 이 대통령의 측근인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도 그를 '형님'으로 모시는 이유다.

때문에 이 대통령은 최 내정자에게 흉금을 터놓고 모든 일을 상의하고, 최 내정자 역시 이 대통령에게 '직언'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이 1992년 민자당 비례대표로 정계에 입문하면서부터 중요한 정치적 결정을 할 때마다 그는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해왔다.

최 내정자는 특히 지난해 대선후보 경선캠프가 출범하자 인근에 개인 사무실을 내고 전략기획 및 여론대책 수립 업무에 관여했고, '6인회의'로 불렸던 이명박 캠프의 최고의사결정기구에서 조정자 역할을 했다.

당시 한국갤럽 회장으로 재직 중이던 지난해 5월 박근혜 전 대표측이 조선일보-한국갤럽의 공동 여론조사에 대한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자 즉각 보유지분을 모두 매각하고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대선 본선 때는 선대위 상임고문 자격으로 캠프에 참여했다.

이 때문에 그는 대통령직인수위원장과 국무총리 등 주요 인선 때마다 물망에 올랐고, 최근에는 유력한 국정원장 후보로도 거론돼 왔다.

그는 동양통신 기자를 거쳐 동아일보 정치부장과 편집부국장, 정치담당 논설위원 등을 역임한 언론인 출신이다. 지난 1994년부터 한국갤럽 회장을 지내면서 정계 폭넓은 인맥을 형성해 왔다.

"최시중 내정자는 'MB 브라더스'의 출현"

▲ 최시중 방송통신위 위원장 내정자가 2일 무교동 한국사회정보진흥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송통신위의 정치적 중립을 확보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유성호
통합민주당은 최시중 방통위원장 내정에 대해 "절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재고를 요청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최시중씨를 방송통신위원장으로 내정한 것은 대통령이 직접 방송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논평했다.

그는 "방통위로 변화하는 최근의 흐름은 대통령에게 방송을 장악할 권리를 넘겨주기 위해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술발전에 따라서 방송통신산업의 시너지 효과를 내기위기 위한 것"이라며 "이러한 변화의 의도를 왜곡한 채 대통령이 직접 방송장악에 나서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최시중씨를 방송통신위원장으로 내정한다면 이는 그야말로 '빅브라더스', '미디어 빅브라더스'의 출현을 의미한다. 이니셜로 하면 'MB 브라더스'의 출현"이라며 "최시중씨는 MB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깊은 관계"라고 지적했다.

시민단체의 반발도 거세다. 앞서 지난 28일 언론개혁시민연대는 기자회견을 열고 "최씨의 방통위원장 선임은 방송의 정치적 독립성과 전문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정권의 방송통신 장악을 실현하기 위한 정략적 인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최 내정자의 경력을 문제삼기도 했다. 이들은 "방통위 설립법은 방통위원과 위원장의 자격요건으로 '관련분야 15년 이상'의 경력을 요구하고 있다"며 "30여 년 전, 60~70년대에 신문사 기자로 활동한 경력이 전부인 최시중씨가 책임질 수 있는 자리가 결코 아니다"고 지적했다.

최시중 "대통령제에선 모든 인사가 측근 멤버"

그러나 최시중 내정자는 독립성 논란과 관련 "제가 선거캠프에 참여하고 이명박 대통령을 만드는 데 생을 걸다시피 노력한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그것 때문에 위원회를 편파적으로 운영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 내정자는 이날 내정 발표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하고, "방통위는 엄격한 독립적.중립적 시스템이 마련 돼 있고, 그 시스템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식견을 충분히 반영되도록 갖춰져 있다"며 "그것을 충분히 활용하고 중립적으로, 독립적으로 운영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최시중 내정자를 소개하면서 "자기관리가 철저하고 오랜 언론 생활과 한국갤럽 회장 등 풍부한 언론 경험을 토대로 방송·통신 분야의 중립적인 위치에서 다양한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코드 인사' 논란이 다시 제기될 것을 우려하면서도 "대통령과의 친소 여부를 갖고 비판하는 것은 지나친 공세"라고 반박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새로 출범하는 방통위의 중요성을 감안해 언론계 경험이 풍부한 인사를 내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하중(통일).이만의(환경) 내정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최시중 내정자와 함께 통일부 장관에 김하중 주중대사, 환경부 장관에 이만의 전 환경부 차관을 각각 기용하면서 국회 인사청문회가 요구되는 장관급 인선을 모두 마무리했다. 청와대는 내일(3일) 중 국회에 이들에 대한 인사청문 요청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김 내정자는 강원도 원주 출신으로 서울대 문리대를 졸업한 뒤 주중 공사, 외무부 아시아태평양국장, 대통령 의전비서관, 대통령 외교안보수석비서관, 주중대사를 역임했다. 이 내정자는 전남 담양 출신으로 조선대 사범대를 졸업하고 제11회 행정고시에 합격, 관계로 들어온 뒤 목포시장, 광주시 부시장, 행정자치부 자치지원국장, 대통령 행정비서관, 환경부차관 등을 지냈다.

통합민주당은 "김하중 주중대사를 통일부 장관에 내정하고, 이만희 환경부 차관을 환경부 장관으로 내정한 것은 대체로 검증된 인사들로 비교적 무난하다"고 평가했다.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http://www.ohmynews.com)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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