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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용의 주간미디어 리뷰]

▲ 이희용 연합뉴스 엔터테인먼트부장
지난 해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상임고문을 맡았던 최시중 전 한국갤럽 회장이 마침내 초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로 공식 발표됐습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3월 2일 브리핑을 통해 최시중 씨의 내정 사실을 밝히며 "최 내정자는 자기 관리가 철저하고 오랜 언론 생활과 한국갤럽 회장 등 풍부한 경험을 토대로 방송ㆍ통신 분야의 중립적인 위치에서 다양한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지요.

이명박 대통령은 국무총리를 비롯한 각료 및 청와대 수석 인선작업에 착수한 올 초부터 일찌감치 최씨를 방통위원장으로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방송통신위원회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통과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표는 미뤄질 수밖에 없었지요.

2월 초 설 연휴를 지나면서 방통위법 제정이 가시화되면서 그의 이름이 본격적으로 거론됐지만, 김인규 전 KBS 이사 등의 이름도 들먹여지고, 정작 본인은 국정원장이나 비례대표 국회의원 등을 희망한다는 등의 이야기도 흘러나오는 등 혼전 양상을 띠었습니다.

각료 인선이 공개되던 2월 18일 즈음에는 사실상 최씨로 굳어진 듯한 분위기였습니다. 그러나 방통위법이 막판 진통을 겪고 있었고, 장관 후보자들의 부적격 논란이 빚어져 일부가 사퇴하면서 발표는 계속 미뤄졌지요.

방통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던 2월 26일 그의 내정 사실이 일제히 보도됐으나 청와대는 확인을 해주지 않았습니다. 사실 이때쯤 최 내정자는 이 대통령을 만나 직접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지요.

그 뒤로도 며칠을 더 끌자 "야당과 언론단체의 반발이 거세 재검토하기로 한 것 아니냐" "최종 검증 과정에서 무슨 문제가 나온 것 아니냐" "이상득 국회부의장(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이자 최씨의 50년 지기) 공천을 둘러싼 한나라당 친이(親李) 그룹 내의 계파간 갈등 속에서 소장 그룹과 이재오 최고위원 그룹이 원로 그룹에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 것 아니냐" 등의 추측이 나도는가 하면 "장관 후보자들의 국회 청문회가 끝난 뒤 발표할 것이다" "사정 기관 영남 인맥에 대한 비난 여론을 의식해 법무부 장관 후보를 발표한 뒤 시차를 두려고 한다" "언론관련 단체의 비판과 대대적인 보도를 피하기 위해 주말을 이용할 것이다" 등의 해석도 뒤따랐지요.

내부적으로 어떤 곡절과 부침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당초 예상대로 최씨는 초대 방통위원장에 내정됐습니다. 그러나 그가 정식으로 취임해 집무를 시작하기까지에는 적잖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법에 따라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데, 통합민주당이 단단히 벼르고 있어 진땀깨나 빼야 할 것 같습니다. 이미 강한 반대 입장을 표명한 현업 언론인단체와 언론관련 시민단체 등도 집단행동에까지 나서겠다고 경고하고 있어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됐지요. 예전 방송위처럼 노조를 통한 출근 저지나 업무 거부 등의 실력 행사는 당장 이뤄지기 어려워진 게 정부로서는 그나마 다행일 겁니다.

야당과 언론단체 등이 최씨의 내정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가 대통령의 측근 중의 측근이어서 방송 독립성이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지요. 민주당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에 비유해 '미디어 빅브라더스' 'MB 브라더'의 출현이라고 표현하는가 하면, 언론개혁시민연대 등은 "정권이 방송과 통신을 한꺼번에 장악하려는 음모"라고 공격했습니다. 몇몇 미디어 관련 매체에서는 서동구 씨가 KBS 사장에 임명됐을 때의 사례를 들어 보수신문들의 이중성을 공박하기도 하더군요.

사실 대통령의 최측근이며 대선의 일등공신이 방송통신규제기구의 수장이 되는 건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역대 방송위원장을 보아도 그런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지요.

최씨는 3월 2일 기자회견을 열어 "방송의 독립성 문제는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언론인과 여론조사인을 거쳤기 때문에 중립성과 객관성은 체화되다시피했다. 방송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지키는 데 방패막이가 되겠다"고 장담했지요. 그러나 그가 독립적으로 결정해도 반대 쪽에서는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결과라고 해석하고, 중립적인 입장을 보이려 해도 여권에 편향적인 태도로 비쳐질 가능성이 높을 겁니다.

이는 자신과 가장 뜻이 잘 통하는 인물을 요직에 임명하려는 MB식 인사 스타일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지명하는 방통위 설치법의 한계이기도 합니다. 위원들의 호선을 거쳐 위원장을 임명한 예전의 방송위에서도 대통령 추천 몫 가운데 위원장이 나오는 게 관례이긴 했지만, 그래도 직접 임명하는 것과는 모양새가 다르지요. 위원장 인사청문회를 도입하다보니 절차상 편의를 도모하기 위한 측면도 있어 보이지만, 독립성 측면에서는 문제가 있습니다. 무소속 독립기관인 방송위와 달리 대통령 소속으로 된 방통위의 위상도 독립성에 관한 우려를 더하고 있지요.

▲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내정자
그러나 힘 있는 사람이 임명되는 게 독립성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도 있긴 합니다. 대통령이 신임하는, 대통령에게 '말발'이 있는 사람이 위원장이 돼야 청와대나 관련 부처나 기관, 단체 등의 간섭이나 압력을 막을 수 있고 예산이나 법안 등을 둘러싼 부처간 협의과정에서도 파워를 발휘해 피규제기관이나 관련 업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논리지요.

정통부와 방송위 직원 가운데도 이런 생각을 품은 사람이 적지 않아 보이는 듯합니다. 노태우 대통령 때의 강원용 위원장이나 김대중 대통령 때의 김창열 위원장이 통합방송위 출범 이후 김정기, 강대인, 노성대, 이상희, 조창현 위원장보다 방송의 독립에 더 힘을 발휘했다는 분석도 곁들여집니다.

이는 다분히 정치적 역학관계를 염두에 둔 현실론에 바탕을 둔 것인데, 공감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언제까지 시스템이 아닌 인물에 의존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외국에서도 지금과 같은 독립 시스템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숱한 갈등과 다툼이 있긴 했지요. 우리의 기대 수준이 너무 높은 걸까요.

최씨가 방송과 통신에 관해 전문지식이 없다는 점도 흠결로 꼽힙니다. 그는 뉴스통신사(현재의 연합뉴스에 통합된 동양통신)와 신문사(동아일보)를 거쳐 여론조사기관(한국갤럽)에서 일하다가 MB 캠프에 합류했지요. 어떤 이는 방통위법의 위원 자격요건을 들어 문제를 삼기도 합니다.

방통위법 5조 1항은 '방송 및 정보통신 분야의 전문성을 고려하여… 임명한다'고 명문화한 뒤 4호에서 '방송ㆍ언론 또는 정보통신 관련 단체나 기관의 대표자 또는 임직원의 직에서 15년 이상 있거나 있었던 자'로 규정하고 있지요. 방송 및 정보통신 분야의 전문성을 고려하면 부합하긴 어렵지만, 4호에서 언론 경력도 포함하고 있어 1964년부터 1993년까지 뉴스통신사와 신문사에 근무한 최씨는 자격 요건에 해당되긴 합니다.

그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전문성도 없고 그나마 신문에 근무했던 경력도 너무 오래된 것이어서 지금의 방송 통신 추세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최씨는 "지휘자는 스페셜리스트로서의 전문성이 필요치 않다. 군에서 장군이 되면 병과가 없어진다. 앞으로 방송통신의 최고 전문가로 위원회를 구성하면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방통위에 전문가위원회나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도록 돼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물론 일각에서도 "특정 분야에 오래 근무하면 이해관계가 얽힐 수 있다"거나 "방송과 통신 두 분야를 아우른 사람이 얼마나 되느냐"라면서 전문성 문제를 덜 중요하게 생각하기도 하지요. 고병익 씨나 강원용 씨 등이 위원장을 맡았던 사례를 들어 명망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서울대 윤석민 교수는 1월 31일 토론회에서 "전문가보다 인격이 검증된 전국적 명망가 차원에서 선정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지요. 그가 말한 전국적 명망가에 최씨가 부합하는지는 또다른 차원이겠지만 말입니다. 방송ㆍ통신계에서 전문성을 갖추고도 전국적인 명망을 갖춘 사람을 꼽기가 쉽지 않다는 고민도 있긴 합니다.

최씨가 영남(포항) 출신이라는 것과 동아일보에서 오래 근무했다는 점을 들어 특정 지역, 특정 신문 편향이라는 점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재산이 꽤 많다는 소문도 돌고 있더군요.

정부와 여당이 규제 완화와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삼아 올해 안에 미디어 지형도를 새로 그리겠다고 하는 판에 대통령의 '복심(腹心)'이라고 일컬어지는 인사가 방통위 수장을 맡는다고 하니 야권이나 언론 관련 단체에서는 걱정스러운 마음이 앞설 수밖에 없겠지요. 여권에서는 이들의 우려나 지적을 정파적 공격이나 집단이기주의에 따른 반발로만 치부하지 말고 심각하게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국회는 내주 중반께 청문회를 열어 위원장 내정자의 적격 여부를 따지게 됩니다. 애초에는 운영위원회가 방통위원장 청문회를 맡기로 했다가 3월 18일까지가 활동 시한인 방송통신특별위원회가 맡기로 했습니다. 18대 국회 원 구성이 되면 정부조직 개편에 따른 소관 상임위가 조정될 가능성이 있지만, 앞으로는 방통위에 대한 국정감사나 방송통신심의위원 추천 등을 운영위가 맡을 공산이 큽니다.

국회의 청문회가 끝나는 시점에 맞춰 대통령 지명 몫의 방통위원 한 자리와 국회 추천 몫의 방통위원 세 자리가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거론돼 온대로 방석호 홍익대 교수(전 KBS 이사), 양휘부 전 방송위원, 정윤식 강원대 교수, 김동수 전 정통부 차관, 윤창번 전 하나로텔레콤 사장, 석호익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김상균 광주MBC 사장, 최민희 전 방송위 부위원장, 이해성 조폐공사 사장, 조순용 유원미디어 대표, 이춘발 KBS 이사, 조재구 중화TV 이사,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정책위원 등 후보군 가운데서 4명이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정책위원 대신 뒤늦게 시민단체 대표로 자주 거명되는 최민희 전 방송위 부위원장은 방송위 업무의 계속성과 여성 몫이란 명분으로 힘을 얻고 있다고 합니다.

여야에서는 방송과 통신의 균형을 고려하고 상대 쪽의 카운터파트너를 의식해 최종 확정을 최대한 미루고 있는 듯합니다. 먼저 패를 까보이면 상대 쪽에서 그를 누를 수 있을 만한 사람을 고를 수 있다는 것이지요. 청와대 국정기획수석 산하 방송통신 비서관에는 통신 쪽의 양유석 중앙대 교수가 임명됐고 그 아래도 통신 쪽 인물로 많이 채워져 방통위에는 방송 쪽 인사가 우세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방통위 구성이 마무리돼야 방송위원회의 심의기능과 정보통신윤리위원회를 합쳐 만드는 민간기구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출범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방통심의위는 위원장, 부위원장, 상임위원 등 3명과 비상임위원 6명 등 모두 9명으로 구성되는데 방송위 구성방식처럼 대통령 3인, 국회의장이 교섭단체 대표와 협의해 추천하는 3인, 국회 소관 상임위 추천 3인을 위촉하도록 돼 있지요. 방통위원 후보로 거론됐다가 탈락한 사람 중 상당수가 여기로 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수신료 징수 법적 논란은 이제 끝내자"

헌법재판소가 2월 28일 텔레비전이 있으면 수신료를 납부하도록 규정한 방송법 64조(텔레비전 수상기의 등록과 수신료 납부)와 67조(수상기의 등록 및 징수의 위탁) 2항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헌재 전원재판부가 이날 내린 결정의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수신료는 공영방송사업 경비 조달을 위해 수상기를 소지한 특정집단에 부과하는 부담금에 해당한다 ▲수신료의 금액, 납부의무자의 범위, 징수절차에 대해 방송법에 규정돼 있는 이상 위탁징수 등에 관한 사안은 기본권 제한의 본질적 사항이 아니므로 법률 유보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수신료는 KBS가 수행하는 각종 방송문화 활동의 수혜자인 텔레비전 수상기 소지자에게 부과되는 부담금으로서 입법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공영방송사업의 재원 마련과 공영방송의 독립성 및 중립성 확보라는 입법 목적에 비해 수상기 소지자가 입는 재산상의 불이익은 크지 않다 ▲컴퓨터나 DMB폰 등의 경우 방송 수신 외 다른 목적으로 소지할 가능성이 높고, DMB는 방송사업의 초기 안정화와 활성화 측면에서 수신료를 면제할 필요가 있어 이들 매체에 수신료를 부과하지 않는다고 해서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등이지요.

이날 결정은 'KBS 수신료 징수 위헌소송 추진본부' 상임대표 우모 씨가 낸 헌법소원을 기각한 겁니다. 헌재 결정문을 뒤집어 보면 우 씨의 주장을 짐작할 수 있지요.

▲수신료는 강제적ㆍ의무적으로 징수돼 사실상 조세로 봐야 한다 ▲방송법 64조에 따라 KBS에 수신료 징수 권한을 부여한 것과 수신료 징수 방법 등을 법률로 정하지 않고 대통령령으로 규정한 것은 조세법률주의에 어긋난다 ▲컴퓨터나 DMB 등을 통해서도 방송을 보는데 텔레비전 수상기 소지자에게만 부과하는 것은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 등입니다.

▲ KBS 사옥
우씨는 "한전이 수신료와 전기요금을 통합 징수하며 수신료를 납부하지 않을 경우 전기 공급을 중단토록 하는 것은 현법 상 과잉금지의 원칙과 부당결부 금지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라는 주장도 펼쳤는데 이에 대해서는 헌재가 위헌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각하했습니다. 법원을 경유해 들어온 헌법소원 사건의 경우 법률에 대해서만 위헌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군요.

방송법 67조 2항은 "KBS는 수신료의 징수업무를 위탁할 수 있다"고 명문화하고 있고 방송법 시행령 38~49조는 수상기 등록 대상과 징수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KBS가 한전에 수신료 징수를 위탁한 것은 이 법령에 따라 계약을 체결해 이뤄지고 있는 것이지요.

우씨는 2005년 9월 한전을 상대로 수신료를 돌려달라는 행정소송을 냈다가 1, 2심에서 모두 패소했으며,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가 기각당하자 헌법소원을 냈습니다.

이에 앞서 99년 헌재는 조모씨가 낸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서도 "수신료 부과는 합헌"이라고 결정하면서 "수신료 금액을 KBS 이사회가 결정하도록 한 것은 헌법상 법률유보원칙에 어긋난다"고 밝혀 국회가 수신료를 결정하도록 법이 개정됐지요.

헌재가 이번에는 헌법소원 규정에 따라 통합 징수에 대해서는 위헌 여부를 판단하지 않았는데, 헌재의 결정 취지나 법원의 판례 등을 더듬어보면 이 역시 위헌으로 결정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봐야 할 겁니다.

2007년 3월 서울고법은 신모씨 등이 낸 수신료 통합징수권한 부존재확인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1심 대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리며 그 이유로 ▲94년 제도 도입 이전보다 징수율이 향상되고 징수비용은 절감되는 효과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목적의 정당성 및 방법의 적정성이 인정된다 ▲수신료 통합 고지ㆍ징수는 공영방송의 유지ㆍ발전을 위해 수신료를 효율적이고 공평하게 징수하기 위한 것이다 ▲수신료 제도가 적법한 이상 원고들이 통합 징수로 입는 불이익은 보호할 가치가 거의 없는 반면 통합 징수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중대하다 등을 들었지요.

잇따른 헌재의 결정과 법원의 판례 등으로 보면 수신료 징수의 법적 정당성에 대한 논란은 이제 재론의 여지가 별로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듯싶습니다.

다만 문제가 있는 것은 KBS가 공영방송의 의무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데 수신료를 내야 하느냐인 것 같습니다. 수신료 논란을 제기하는 측도 KBS의 공정성과 공익성 시비, 방만한 경영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요.

사실 80년대 중반 시민단체가 중심이 돼 시청료(지금의 수신료)를 거부한 것은 역사적으로 정당성을 인정받아온 것이 사실입니다. 이른바 '땡전뉴스'를 해온 공영방송에 대한 응징이자 저항인데, 전기료와 병과하면서 그 권리가 봉쇄됐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시대적 추세를 감안하면 수신료 거부의 법적 정당성을 인정받기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겁니다. 당시에도 법적으로는 불법이었고, 지금도 전기료와 통합 징수하지 않더라도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건 마찬가지니까요. 세금에 대해서도 부당하다고 느끼면 거부를 할 수는 있으나 탈세 혐의에 따른 처벌은 각오해야겠지요.

수신료 징수 방식이 부당하다고 느끼면 불이익을 감수하고 납부 거부운동을 벌이든가, 아니면 수신료 관련 법령을 개정하는 운동을 벌이는 방식이 합당하겠지요. 헌법소원을 낸 우모 씨도 "현행법 체제에서는 더 이상 이 문제를 끌고 가기 어려운 만큼 앞으로는 새로운 입법 과정을 통해 이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는군요.

헌재의 이번 결정이 KBS의 수신료 인상 추진에 큰 힘을 보태는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KBS가 이렇게 하면 수신료를 안 내겠다든가, 분리 징수 방식으로 바꾸겠다"고 경고하거나 위협하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KBS가 반박할 수 있는 무기를 하나는 더 쥐게 된 셈입니다. 

* 이 기사는 한국언론재단에서 제공했습니다.    [이희용 기자의 블로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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