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음악을 통해 "흥"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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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음악을 통해 "흥"을 배운다
[프로그램제작기]광주 MBC <얼씨구 학당> 200회의 단상
  • 승인 2000.0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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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5년 전에 시작한 광주mbc <얼씨구 학당>이 새 천년 들어 200회를 맞는다. 한 달 내내 특집방송이 계속됐다. 특집 <얼씨구 학당-200회를 돌아보며> 제1편, 제2편, 제3편, <200회 기념 국악대공연>…. 지역 일간지들도 모두 <얼씨구 학당> 200회를 문화면의 주요 기사로 다뤘다. <200회 기념 국악대공연>은 설날 특집으로(2월 6일) 재방송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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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얼씨구 학당>에 대한 지역민의 좋은 평가는 거의 요란하다싶을 정도이다. "98년 한국방송대상 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는 둥, 진행자 윤진철이 국악인상을 수상했다는 둥, 그 동안 이 프로그램은 빛고을 주변에서 끊임없는 화젯거리였다. 시청소감문에서 한 시청자는 "빛고을에서 국악의 꽃이 다시 피어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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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7|얼씨구는 흥(興)이다. <얼씨구 학당>은 전통음악을 통해서 흥을 배우는 학당이다. <얼씨구 학당>의 기본 구조는 아주 단순하다. 소리꾼 윤진철(35살)이 일반인을 상대로 짧은 판소리 한 대목을 가르치는 과정이다. 이 과정이 50분 길이의 프로그램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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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9|중간에 다른 국악기가 등장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철저히 훌륭한 가창에 이르기 위한 보조재에 불과하다. 악기 연주로 감상하기, 객원 명창의 소리 듣기, 이동학당에서 배우기, 교재로 택한 대목의 장단 익히기 등의 여러 가지 꼭지들도 결국은 모두 창법 교육을 위한 수단으로 동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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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4|판소리의 짜임새에서 아니리의 몫은 중요하다. 아니리가 없는 절창의 연속은 관객을 지치게 한다. 소리꾼의 옆자리엔 그래서 이야기꾼이 한 명 더 필요하다. 고등학교 교사인 강현구(48살)는 민속자료 조사활동에 필드경험이 풍부한 데다가, 스튜디오에 출연한 청소년층의 눈높이에 다가가는 재담과 익살이 넘쳐나는 개구쟁이 어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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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6|개인적으로, 나는 국내 여러 가지 국악 프로그램의 진행자들이 모두 근엄하고 권위있게 보이려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딱 질색이다. 전통음악을 대중화하자는 데엔 동의하면서 진행자들은 왜 그렇게 하나같이 대중으로부터 멀고도 높은 곳에 있어야만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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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1|내가 이 프로그램의 기본 포맷을 백지 위에 그렸을 때인 95년 봄, 이 두 사람을 머릿속에 떠올림과 동시에 <얼씨구 학당> 100회분은 사실상 확보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명창 초대석, 명연주인 초대석, 명무(名舞) 초대석, 내 고장 들노래 선소리꾼 초대석, 내 고장 부녀농요 초대석 등 초대된 인물에 따라 다양한 윤색 포맷은 널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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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3|<얼씨구 학당>은 토크(talk) 프로그램이다. 그것도 한 자리에서 통으로 가는 토크를 지향한다. 사전 녹화한 여러 꼭지들과 진행자를 브리지(bridge)로 연결하는 식의 매거진 포맷을 단연 배격한다. 진행자는 가능한 한 모든 출연자들을 직접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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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8|민요나 판소리, 무릇 모든 구비문학의 맛과 멋을 우려내기에 가장 어울리는 포맷은 토크이다. 선인들의 그 재담과 풍류의 경지에 우리의 토크가 근접할 수 있다면, 근접한 거리만큼 우리는 성공한 셈이 된다. 그렇다면, 로컬 프로그램에서 토크를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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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0|진행자는 자연스러운 전라도 사투리 사용을 겁내지 않는다. mc가 전라도 사투리를 사용한다고 할 때, 흔히 연상되는 프로그램은 대략 세 가지일 것이다. 코미디이거나 드라마, 아니면 가십 프로그램이다. <얼씨구 학당>은 그 셋 가운데 아무 것도 아니다. 전라도 사투리는 원래 웃기는 말이 아니다. <얼씨구 학당>에서는 웃기려고 노력하지도 않는다. 다만, 생활언어 속에 나타나는 과장되지 않은 사투리를 그대로 사용할 뿐이다. 그 언어로 민요를 부르거나 판소리의 이면을 설명하고, 그 언어로 어린이 수강생을 꾸짖으며 칭찬한다. 학당 분위기는 항상 진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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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5|학당 훈장으로 줄곧 출연해 온 소리꾼 윤진철의 인기는 한 마디로 대단하다. 거리에서나 해장국집에서, 윤진철을 알아보는 빛고을 주민들이 그의 손을 잡으며 건네는 인사말 가운데 이런 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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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7|"고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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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9|국악 프로그램 mc에게 "고맙다"고 말하는 주민들을 보며 나는 한가지 생각을 떠올린다. 호미와 쟁기로부터 컴퓨터에 이르는 세기를 숨가쁘게 달려 온 그들이 민요 부르기에 고마워하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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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44|육자배기, 농부가, 강강술래나 물레타령을 들으며 그들은 화면 속에 겹쳐져 어른거리는 또 다른 그림을 연상한다. 그들은 대번에 서로 협력하며 함께 노래부르며 살던 그 시절의 추억 속에 빠진다. 지금은 이미 사라지고 없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그 시절의 땀과 미소를 흐뭇하게 회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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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46|나는 지금 다음 주 녹화 때 <얼씨구 학당>을 방청하기 위해 버스 한 대에 가득 실려 올 보성 고등학교 1, 2학년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다. 보성군에서 광주에 오려면 한 시간 반이 걸린다. 먼길을 마다하지 않는 그들의 정성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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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51|하지만, 그들이 사는 고을 보성에 <"보성" 얼씨구 학당>이 있다면 그들은 이런 수고로움을 택하지 않아도 될 터인데. 바로 이것이 로컬프로그램 <얼씨구 학당>을 200회 동안 연출해 오면서 가끔 해 봤던 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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